동아시아 문화권의 중심 국가인 한국, 중국, 일본 3개국 간 문화교류의 다리 역할을 한 인물들의 행적을 담은 인물사전이 3여 년 만에 완간된다. 단국대 동양학연구소는 지난해 `동아시아 역대문화교류 인물자료 사전` 1권 문집편을 출간한 데 이어 다음 달에 2권 연행록편과 3권 황화집편을 잇따라 펴낸다. 마지막 권인 4권 통신사편은 오는 6월 말 출간할 예정이다. `동아시아 역대문화교류 인물자료 사전`은 단국대 동양학연구소의 3여 년에 걸친 작업의 결실이다. 사전 편찬에 투입된 연구진만 31명에 이른다. 2009년 7월 사전 편찬 작업에 착수한 동양학연구소는 한국고전번역원이 우리나라 역대 문집을 집대성한 한국문집총간(350책)을 비롯해 한국역대문집총서(3천권), 조선시대 중국에 파견된 조선 사절단이 남긴 연행록(燕行錄), 명나라 사신과 조선 관리가 주고받은 시를 모은 황화집(皇華集), 통신사 관련 일본 자료 등에 등장하는 한·중·일 3개국 인물들의 교류 정보를 빠짐없이 모아 사전에 실었다. 각각의 인물들이 교류한 내용을 문헌 자료 속에서 찾아 정리한 뒤 원문과 출전을 명기했다. 인물별 교류 시기와 당시 맡고 있던 관직, 직책 등에 대한 정보도 상세하게 실었다. 연구팀은 국내 문헌 자료는 물론 일본 국립공문서관(내각문고), 도쿄대 도서관, 중국 푸단대, 난징대, 신화서점 등을 방문해 현지 자료 조사 작업도 벌였다. 사전에 수록된 인물은 문집편 469명, 연행록편 408명, 황화집편 210명 등 총 1천 명에 달한다. `열하일기`로 유명한 박지원, 청나라에 불모로 끌려간 소현세자, 신숙주·이덕무·박제가 등 국내 인물을 비롯해 명나라 학자 서광계, 청나라 장수 용골대, 경상도 사투리를 유창하게 구사할 만큼 조선 문화에 대한 이해가 깊었던 18세기 일본 유학자 아메노모리 호슈(雨森芳洲), 에도 시대의 외교 거물이자 학자였던 아라이 하쿠세키(新井白石) 등이 망라돼 있다. 다만 동아시아 삼국의 교류 관계를 문헌을 통해 실질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삼국시대부터 1876년 조선이 일본과 강화도조약을 체결하기 이전까지로 대상을 한정했다. 동양학연구소의 윤재환 교수는 "근대 제국주의 시기에는 한중·일 교류가 상당히 왜곡되게 나타나기 때문에 연구 대상을 강화도조약 체결 이전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근대 제국주의 시기 이전에 동아시아 문화권의 중심 국가였던 한·중·일 세 나라는 상호 교류를 통해 습득한 보편 문화를 토대로 개별 문화를 발전시켜나갔다"면서 "세 나라가 각각 문화의 수용과 전파의 주체였으며, 어느 한 나라가 일방적으로 다른 나라에 문화를 전파하거나 수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중·일 세 나라가 자국 중심의 문화 우월주의가 아닌 상호 교류성을 바탕으로 서로 문화를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양학연구소는 사전 편찬 과정에서 나온 연구 성과물을 모아 학술연구총서도 펴냈다. 또 사전 완간을 기념해 오는 17일 단국대 죽전캠퍼스에서 `동아시아 삼국, 새로운 미래의 가능성`을 주제로 국제학술회의를 연다. 학술회의는 1, 2부로 나눠 진행되며 사전 편찬 책임자인 김상홍 단국대 석좌교수가 `조선조 사행시(使行詩)의 애환(哀歡)과 로맨스의 세계`를 주제로 기조 강연을 한다. 이어 임형택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동아시아 삼국 간의 이성적 대화에 대한 성찰`, 장보웨이(張伯偉) 중국 난징대 교수는 `동아시아 학술 교류의 회고와 전망`에 관한 연구 논문을 발표한다. 특히 임 교수는 미리 발표한 발제문을 통해 "한·중·일 세 나라의 국민 심리에 자리 잡은 자민족중심주의가 진정한 교류를 가로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면서 오늘날 동아시아 각국의 우호와 연대를 가로막는 `심리적 장애물`이 서구 주도의 근대 세계로 편입된 19세기 말 이후에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한문학자 정민 한양대 교수는 19세기 동아시아 각국 지식인 사회에서 나타난 `소동파 열풍(慕蘇)`을 통해 당대 지식인들의 내면세계를 들여다보고, 후마 스스무(夫馬進) 일본 교토대 교수는 실학자 홍대용이 지은 `건정동필담`을 통해 한중 교류사를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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