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비등점(沸騰點)까지 치솟듯 화끈했다. 지구 반대편 스타인 JYJ(김재중, 박유천, 김준수)를 오랜 시간 기다린 남미 팬들은 에너지를 한꺼번에 분출했다. JYJ가 9일(이하 현지시각) 칠레 산티아고 공연장 `테아트로 콘포리칸`에서 한국 가수 단일팀으로는 처음으로 남미 공연을 개최했다. 11일 페루 리마에서도 한 차례 더 열릴 남미 공연은 JYJ가 지난해 4월부터 시작한 월드투어의 피날레 무대. 공연 수일 전부터 인근 야외 주차장에선 남미 각지의 팬 수백 명이 노숙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선착순 입장인 스탠딩 티켓을 구입한 이들은 휴대전화로 JYJ의 `엠프티(Empty)`, 소녀시대의 `훗(Hoot)`, 샤이니의 `루시퍼(Lucifer)` 등을 틀어놓고 춤을 췄다. 행사 당일에도 팬들은 공연장 건물 전체를 빙 둘러섰다. 이들은 JYJ를 상징하는 셔츠, 헤어밴드로 치장하고 마치 축제를 즐기러 온 듯 보였다. 팬들은 `함께 가면 길이 된대` `재중 우리 사랑해` 등의 한글 플래카드와 사진, 풍선을 들고서 환호했다. 심지어 한국 취재진에게도 손을 흔들고 악수를 청하거나 사진을 찍자며 친근감을 나타냈다. 남미 특유의 열정을 보여주듯 이날 공연 최고의 연출도 `관객`이었다. 공연 시작 1시간 전 입장을 마친 3천 명의 관객들은 "미 이히토 리코(내 예쁜 아기들), 미 이히토 리코!"라고 외치며 분위기를 달궜다. 또 칠레 국가를 합창하고 파도타기를 하거나 JYJ를 연호하며 발을 `쿵쿵` 굴렀다. 칠레 인근국인 브라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등 남미와 스페인, 스웨덴 등 유럽에서 원정 관람 온 팬들도 자국 국기를 흔들며 목소리를 높였다. 암전이 되고 LED에 `산티아고`란 자막이 뜨자 엄청난 함성이 공연장을 울렸다. 이어 JYJ가 등장하자 그간 인터넷 영상과 사진으로 접한 관객들은 `실물`을 본다는 감격에 일부는 눈물까지 흘렸다. JYJ가 `피에로` `낙엽` `찾았다` 등의 히트곡을 선보이자 한국어로 노래를 합창하고 댄스 동작도 따라 췄다. 또 `에이 걸(Ayyy Girl)`과 `겟 아웃(Get Out)`의 리믹스 버전 무대에서는 `점프`를 하며 마치 클럽 분위기를 연출했다. `겟 아웃` 때는 멤버들이 셔플 댄스를 선보이자 관객들의 함성에 멤버들의 노랫소리가 묻힐 정도. 마지막 곡인 `인 헤븐(In Heaven)` 무대 때는 한 팬이 셔츠를 무대 위로 던지기도 했다. 결국 세 명의 팬은 쓰러져 구급차 신세도 졌다. 이 같은 열기에 현지 공연 스태프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뜨거운 반응에 놀란 멤버들은 "여러분의 에너지로 너무 행복하다"며 "우리를 알고 응원해주는 게 신기하다. 여러분이 멤버의 생일과 크리스마스 때 유튜브에 영상을 올려주는 걸 잘 보고 있다. 또 남미 각국에서 와줘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애초 멤버들은 시차와 감기 탓에 컨디션이 좋지 않았으나 관객들의 호응에 힘입은 듯 절도있는 퍼포먼스와 가창으로 화답했다. 이날 이색적인 모습은 남성팬들이 다수였다는 것. 김재중은 "남성팬이 많은 사실에 놀랐다"며 남성 관객의 함성을 요청하기도 했다. 초등학교 때 팬이 돼 JYJ 커버 그룹 멤버로도 활동 중인 마이콜 카스틸로(19) 씨는 "내 별명이 히어로(김재중의 동방신기 시절 이름)인데 고음 파트를 맡고 있다"며 "사흘 동안 공항에서 JYJ의 입국을 기다렸다. 오늘이 내 생일인데 최고의 선물을 받았다"고 기뻐했다. 또 여성 팬 카밀리아 로드리게즈(19) 씨는 공연이 끝나고서도 눈물을 흘리며 "7년 동안 기다리던 그룹의 공연을 눈앞에서 봐서 너무 행복해 눈물이 난다"고 했고, 스탠딩석 1번으로 입장한 마르고리에 레즈(25) 씨는 "4일간 노숙을 하며 줄을 서 첫 번째로 입장했다. JYJ가 입국하는 공항에 갈 때는 사촌 동생을 대신 세워놓았다"고 웃었다. 이번 공연은 올해가 한국과 칠레가 수교를 맺은 지 50주년 되는 해에 이뤄진 것이어서 더욱 의미 있었다. 주칠레 한국대사관의 박선태 참사관은 "K팝이 한국과 칠레 관계에서 긍정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며 "JYJ가 올해처럼 의미 있는 해에 큰 행사를 열어줬다"고 말했다. 산티아고=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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