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원유 공급의 40%를 담당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차기 사무총장 선정을 앞두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가 발 빠르게 후보자를 지명해 주요 회원국 간 각축을 예고하고 있다. OPEC는 오는 6월 12개 회원국 석유장관 정례 회담에서 3년 임기를 두 차례 역임하고 올해 말 퇴임하는 리비아 출신 압둘라 알-바드리 사무총장의 후임자를 뽑는다. 특히 올해는 서방 국가들의 대(對) 이란 제재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국제 유가 흐름을 좌지우지하는 OPEC의 사무국 수장을 어떤 국가가 차지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이자 OPEC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는 가장 먼저 지난 1월 말 자국의 OPEC 대표인 마지드 알-모네프를 차기 사무총장 후보로 지명했다. 이라크도 이에 뒤질세라 지난 6일(현지시간) 석유장관 출신인 타미르 알-가드반 총리 수석고문을 후보로 내세웠다. 이라크는 후보 지명에 앞서 1979년 이후 처음으로 하루 300만배럴 이상 원유를 생산하겠다는 의욕적인 증산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라크는 현재 사우디, 이란에 이어 OPEC 내 3위 산유국이지만 오는 2017년에는 하루 1천20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할 수 있다고 장담하고 있다. 사우디와 이라크가 후보를 낸 OPEC 차기 사무총장 선정에는 아직 후보를 지명하지 않은 이란이 최대 변수로 꼽히고 있다. 소식통들은 OPEC 1, 2위 산유국인 사우디와 이란이 그동안 주도권 싸움을 계속해왔으며 차기 사무총장 선정도 이런 맥락에서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걸프만 산유국들과 이란 간 기 싸움 때문에 사무총장직이 군소국으로 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현 사무총장인 리비아 출신 알-바드리가 베네수엘라 출신 사무총장의 후임자로 선정된 것도 양측이 3년여를 티격태격한 끝에 어렵사리 절충된 결과다. 오는 6월 석유장관 회담에서 사우디 후보가 사무총장이 되면 지난 1967년 이후 처음이다. OPEC는 지난해 6월 회담에서 이란과 베네수엘라 등의 반대로 사우디 주도의 증산계획에 합의하지 못했지만 같은 해 12월 회담 때는 사무국의 권고로 하루 3천만배럴 생산 목표치에 합의하는 등 사무국의 위상이 점차 올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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