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정소성이 청년 화가의 길고 긴 사랑의 여정을 담은 소설 `설향(雪鄕)`을 펴냈다. `바람의 여인`(실천문학사) 이후 7년 만에 발표한 전작 장편소설이다. 미술학도 네 명의 사랑과 우정, 예술에 대한 열정과 성장 과정을 다룬 작품이다. 소설은 미술대학 동기생인 현우, 태현, 혜란, 미라가 동해안으로 스케치 여행을 떠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현우와 혜란은 연인이지만 두 사람을 묶어주는 사랑의 감정은 포옹하는 정도에서 멈춘다. 현우는 자기욕망을 적절하게 절제하고 즉흥적인 행동보다는 상대를 배려할 줄 아는 사려 깊은 모범생으로 그려진다. 연인인지 친구인지 모호한 상태로 대학생활을 보내고 나서 현우와 태현은 입대한다. 혜란은 미술관련 잡지 기자가 되고 대학선배와 결혼한다. 미라는 파리로 유학을 가서 프랑스 남성 알랭과 동거를 시작한다. 이렇듯 각자 다른 길을 가던 네 사람이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관계를 회복해 나간다. 동거자와 헤어진 미라는 제대 후 미술교사가 된 현우, 국회의원에 출마한 아버지가 낙선한 뒤 집안이 풍비박산 난 태현, 남편과 이혼한 혜란을 파리로 부른다. 현우는 직장생활 때문에 파리에 가지 못한다. 태현은 프랑스로 건너가 기숙사 입사를 위해 임시방편으로 혜란과 약혼한 것을 계기로 결혼한다. 소설은 어느 눈이 많이 내린 날 산속 집에 홀로 있는 현우에게 혜란이 큰 트렁크를 들고 찾아오는 것으로 끝난다. 마흔 살이 가깝도록 홀로 지내면서 기다린 대학시절의 순수한 연인 혜란이 오랜 방황과 고통을 겪고 그의 곁으로 돌아온 것이다. 문학평론가 권영민 서울대 교수는 이 작품이 "사랑과 예술의 의미를 결합시켜가는 일종의 성장소설"이라면서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끝없이 열려 있는 예술적 신념에 매달려 자기 삶에 충실하고자 하는 젊음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 젊음의 도전은 미지의 세계로 뻗어 있는 길과 같다"고 평했다. 단국대 불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3년 전 정년퇴직한 작가는 "지난 7년간 여러 문예지에서 청탁받은 중·단편 소설을 소화하느라 장편소설을 쓰지 못했다"면서 "지금은 정년으로 자유로워졌기 때문인지 홀가분한 마음으로 집필활동을 하고 있으며, 조만간 새로운 장편소설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와에세이. 320쪽.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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