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근혜비대위원장이 달라졌다.
정치적 위기였던 과거 18대 총선 공천, `세종시 정국` 때에나 볼 수 있었던 날세운 발언들이 돌아왔다. 이번에는 여당 내부가 아니라 야당을 향하고 있다.
박 비대위원장은 지난주부터 민주통합당의 `정권교체 후 한미FTA 폐기` 주장을 연일 반박하며 대야(對野) 공격의 최전선에 서 있다.
한미FTA를 추진했던 참여정부 인사들이 다시 정권을 잡으면 이를 폐기하겠다는 주장을 하자 9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포문을 열었고 13일에도 "선거에서 이기면 FTA를 폐기하겠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나라를 맡길 수는 없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우리의 나태와 안일로 그런 일이 있다면 역사 앞에 큰 죄를 짓게 될 것", "이번 총선은 구국의 결단이 돼야 한다"는 발언도 결기가 담겼다.
평소 쟁점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정리되기 전까지는 언급을 아껴 `현안 발언에 인색하다`는 비판까지 받았던 그로서는 이례적으로 신속하고 적극적인 대응이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여러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먼저 4ㆍ11총선 사령탑으로서 그가 대야(對野) 전선에 집중해야할 필요성을 느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총선을 두달 앞두고 악재가 속출하면서 총선전의 판세가 여의치 않다는 정세 파악이 박 비대위원장을 직접 나서게 한 가장 큰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야권에 대한 대응이 사실상 마비된 상황도 한몫 했다고 관계자들은 전한다.
친박(친박근혜) 진영의 한 인사는 14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최근 `나는 꼼수다(나꼼수)`의 비키니 논란 등 야권에 대한 공격 포인트가 많았는데 당에서 아무 것도 안하지 않았느냐"며 "총선을 치르려면 대야 공세를 확실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등에 따른 여권 내부를 뒤덮은 비리 의혹에 발목을 잡혀서는 안된다는 위기감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비리 의혹으로 당 쇄신 효과가 살아나지 못하는 무기력한 상황을 한미FTA을 계기로 탈출하면서 국면 전환을 기대했다는 것이다.
한미FTA가 총선에서 이슈화되는 흐름에서 박 비대위원장 스스로 자신의 찬성입장을 다시 한번 유권자들에게 각인시킬 필요성을 느꼈을 것으로도 분석된다.
자신의 생각을 측근이 아닌, 분명한 어조로 스스로 밝힌 점이 특히 주목된다.
한미FTA 피해가 우려되는 지방과 달리 자신의 취약지인 수도권에서 FTA찬성론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도시 표심이 고려됐을 가능성도 있다.
친박의 의원은 이외에도 "원칙과 신뢰를 중시하는 박 비대위원장으로서는 야당의 말바꾸기를 보고 그냥 넘어가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한미FTA에 대한 야권의 입장변화를 비판함으로써 자신의 정치적 브랜드인 `원칙과 신뢰`를 다시 한번 부각시키는 효과를 누렸다는 것이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