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4일 북측에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을 전격 제의한 것은 대화채널 구축을 위한 전략적 시도로 풀이된다. 류우익 통일부장관은 그동안 남북 간의 안정적인 대화채널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인도주의적 문제인 이산가족 상봉을 매개로 북측에 적십자 실무접촉을 제의한 것이다. 이를 토대로 대화의 폭과 깊이를 넓혀가겠다는 포석이다. 정부가 그동안 이산가족 상봉 문제와 관련해 "여건이 되면 누가 먼저 제안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밝혀온 점에 비춰 우리 정부의 선(先) 제의 배경이 주목된다. 류 장관은 특히 최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여건 성숙과 관련해 "북측이 상봉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제일 중요한 여건"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남북 간에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모종의 직ㆍ간접적인 메시지가 오간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북한과 미국이 오는 23일 중국 베이징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처음으로 고위급대화(3차 대화)를 갖기로 한 점은 남북대화 개최 가능성의 긍정적 요소다. 한편으로는 이달 말 `키 리졸브` 한미 연합연습을 시작으로 김 국방위원장의 사후 첫 생일(2월16일.광명성절), 남측의 4ㆍ11 총선, 김일성 주석의 100회 생일(4월15일 태양절) 등 남북의 빡빡한 정치 일정을 앞둔 가운데 대화 제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기 위한 고육지책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북측이 우리 측의 제안을 수용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북측은 지난해 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에 대한 우리 정부의 조문태도를 문제 삼으며 "남측 당국과 상종하지 않겠다"는 등 최근까지 대남 비난을 계속하고 있다. 고구려 고분군 일대 산림 병충해 방제 지원을 위한 우리 정부의 실무접촉 제의에도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고 있다. 특히 북측은 이날 실무접촉 제의 내용을 담은 전통문을 오전 11시30분 현재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부가 이산상봉을 계기로 내밀하게 북한에 대한 모종의 `통 큰` 지원을 결정했다면 북측이 태도를 바꿀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부는 지난 정부까지 대체로 이산가족 상봉을 매개로 관례적으로 북측에 쌀이나 비료 등을 지원해왔다. 이에 따라 정부가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을 한 것은 북한에 대한 나름의 `선물`을 준비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정부가 북측에 지원을 하더라도 당장은 5ㆍ24조치로 대규모 지원은 어려운 만큼 인도주의 차원의 지원을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있다. 대규모 식량지원보다는 인도주의 수준의 소규모 식량지원이나 영양식 등이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실무접촉 제안이 이산가족 상봉을 매개로 했지만 남북관계를 가로막은 천안함ㆍ연평도 사건을 비롯해 금강산관광 문제 등 각종 현안에 대한 논의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남북 간에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면 현안별 별도 회담도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미 북측과 안정적 대화채널이 구축되면 이를 통해 천안함ㆍ연평도 사건은 물론 금강산관광 문제, 6ㆍ15 공동선언과 10ㆍ4선언의 이행 문제 등 모든 현안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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