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4ㆍ11 총선 공천에서 현역의원의 기득권을 최대한 배제하는 쪽으로 심사기준을 마련하자 당사자인 현역의원들이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다.
한명숙 대표가 `공천혁명`을 강조하며 인적 쇄신 의지를 강조해온 터에 공천심사 기준이 확정되자 공천심사위원회의 칼날이 어디로 향할지 술렁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현역의원 25% 공천배제 원칙을 정했지만 민주당은 인위적 물갈이 비율을 정하지 않은 채 심사를 통한 인적 쇄신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여서 불확실성이 더 높다는 불안감도 감지된다. 공심위가 현역 30% 물갈이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그러나 이미 공천기준이 확정됐기 때문인지 개별적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조직적으로 공천룰에 대해 반발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가장 좌불안석 상태인 지역은 호남이다. 호남은 꾸준히 물갈이론이 거론돼 온데다 새누리당과의 공천 경쟁에서 인적 쇄신의 이미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곳이라는 지역적 특성이 겹쳐 선거 때마다 물갈이 일순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광주의 한 의원은 "수도권과 충청은 단수후보, 지도부 등을 빼면 교체 대상이 몇 명 되지도 않고 결국 호남으로 칼날이 향할 것"이라며 "호남은 선거 때마다 물갈이가 이뤄졌지만 달라진 것이 뭐가 있느냐. 물갈이가 만능은 아니다"고 토로했다.
전남의 한 재선의원은 "호남은 이미 20% 물갈이가 진행됐다"며 "이를 무시하고 또다시 물갈이를 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호남에서 박상천 장세환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고 정동영 정세균 김효석 유선호 의원이 수도권에 출마하는 등 31개 지역구 중 6개 지역이 이미 교체됐다는 의미다.
수도권의 한 재선의원도 "민주당은 18대 총선 때 대대적인 물갈이가 이미 이뤄졌다"며 "이번에도 현역탈락률을 개혁으로 봐야하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경선후보 일대일 압축, 모바일투표 도입 등 현역의원의 기득권을 차단하기 위해 마련한 장치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호남 의원은 "모바일투표는 선거인단 모집경쟁이 발생하고 결과적으로 불법ㆍ탈법의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며 "공심위가 경선을 붙이기보다는 가급적 충분히 심사해서 단수후보를 선정해주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한 재선 의원은 "모바일투표 때문에 후보들이 불법과 합법의 경계선에서 하루하루 불안해한다"며 "지역별 상황을 고려해야지, 서울과 지방, 도시와 농촌에 똑같이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원이 동료의원을 평가하는 방식의 다면평가제를 신설하고 인지도가 높은 후보에게 낮은 점수를 주는 `인지도 핸디캡`을 도입한 것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한 재선 의원은 "다면평가가 인기투표식으로 주관적 평가가 이뤄지면 안된다"며 "얼마나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할지 우려스럽지만 공심위가 비법이 있다고 하니까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또다른 의원도 "정치가 불신을 받고 있어서 현역들은 기본적으로 물갈이 대상이라는 핸디캡을 안고 있다"며 "그런데도 인지도가 높다는 이유로 감점을 주는 것은 그야말로 탁상공론 아니냐"고 반문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