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발(發) 관세 이외 또 하나의 대미 리스크가 생겨났다. 지난 1월 초 이뤄진 미국의 ‘민감국가(SCL)’ 지정이다.   미 정부의 25% 관세 폭탄이 현재 국내 산업 전반에 걸쳐 대미 수출길을 막는 정책이라면, ‘민감국가’는 미래 첨단기술 협력에 대한 제약을 의미한다. ‘민감국가’는 미국 에너지부가 미국 안보를 위협하는 국가들을 지정해 특별 관리하는 목록이다. ‘민감국가’ 목록에 오른 나라의 국민은 미국과 원자력, 핵무기,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정보 공유 제한을 받게 된다. 오는 4월 15일 ‘민감국가’ 지정이 발효될 경우, 한국 과학자들은 미 에너지부 소속 연구소와 연구 프로그램 접근 시 사전 보고 등 특별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미국 과학자들의 국내 방문 역시 제한되기는 마찬가지다. 다만 우리나라가 ‘민감국가’로 지정됐다고 하나 정확히는 ‘민감국가’ 최하위 단계인 ‘기타 지정국가’로 분류, 조속히 협상 추진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한민국은 원자력과 핵무기,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영역 어디 하나 가볍게 취급할 수 없는 시점에 놓여 있다. 세계 최고의 원전기술 보유국인 우리나라는 유럽과 중등 등지에서 중국과 러시아와 경쟁하며, 세계 원전 수출시장 확장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국내 원전 수출기업인 한수원과 미국 원전기업인 웨스팅하우스와의 기술분쟁이 해결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던 중, 지난해 8월 미국 정부가 나서 조율함으로 문제 해결에 이른 바 있다. 원전의 계속적인 수출을 위해선 미 정부의 협력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와 함께 북한의 핵 무력에 맞서 자체 핵무장 목소리도 높아 가고 있다. 문제는 미국의 승인 여부다. 트럼프 정부 2기 출범과 동시에 북핵을 인정하는 발언을 연이어 내놓고 있지만, 우리나라로서는 스스로 북핵 대응책을 갖추지 못한 실정이라 북한 핵 보유가 곤욕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 정부가 이재명 대표의 주한미군 철수 주장을 빌미로 미군을 한반도에서 철수한다면 우리나라는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처지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는 미군이 제공하는 전쟁 기밀과 정찰자산의 정보, 첨단 무기 공급 없이는 전쟁에서 승리할 수도 없고, 국토의 온전한 보전을 장담할 수도 없다. 최근 트럼프 정부와 협상을 통해 종전(終戰)마저도 미국에 일임한 상태다. 미국 등 국제사회와의 갈등 없이 북한 및 중국에 대응할 강력한 전력 구축은 대한민국의 계속성을 위해서도 반드시 이뤄내야 할 중대 과제다. 문재인 정권 시절 정부의 노골적인 친중·친북 정책으로 인해 계속돼 오던 미국과 일본의 군사정보 제공이 상당수 단절됐고, 수많은 미 핵심 기술 이전과 전략자산들이 한국이 아닌 일본을 향했다. 한국이 받을 수혜를 문 정권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일본에 빼앗긴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사태를 12·3 비상계엄 탓이라고 주장하나 이는 억측에 불과하다. 미국은 혹여나 이번 탄핵 사태로 대한민국에 제2의 문 정권이 재현될까 우려, 탄핵 사태 기간 대한민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AI 연구개발과 관련해서도, 중국이 미국에 도전장을 내밀었다고 하나 미국이 현재 세계 최고의 AI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고, 계속해서 세계 최고의 연구개발비 투자를 이어가는 것을 볼 때 미국을 떠나 국내 AI산업 육성을 생각할 수 없다. 120년 전 구한말의 슬픈 역사가 오늘의 대한민국에 주는 교훈은 주변 열강 속 생존을 위해선 ‘국력을 길러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미국도 중국 견제를 위해선 지근거리에 위치한 한국의 협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미국과의 협상이 가능한 이유다. 오늘 우리는 미국이 원하는 세계 패권 전략에 협력함과 동시에 국가 안보 보장을 확보해야 한다.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국제 정세 속 국가의 보전과 국민의 안전을 위해선 일시(一時) 번영보다 생존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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