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이태헌기자]“국민의 생명과 국가를 수호하는 대한민국 직업군인으로서, 저희 부부는 누군가에게 선물을 드린다는 마음으로 헌혈 기부를 계속 이어갈 생각입니다”   대한민국 해군 의무부사관 1호 부부인 손종목 헌혈자(해병대 제1사단 의무근무대 영상검사부사관, 48세)와 그의 배우자 엄문영 헌혈자(해병대 교육훈련단 의무대 영상검사부사관, 44세)의 다짐이다. 손 상사와 배우자 엄 상사는 26일 대한적십자사 헌혈의집 포항센터를 찾아 각각 50회, 부부 합산 100회 헌혈을 마쳤다. 오늘 헌혈로써 대한적십자사 헌혈유공장 금장을 수여하게 된다.   손 상사와 엄 상사의 헌혈인연은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손 씨는 대구보건대 치과기공과 부학회장이면서 스터디그룹 회장을 맡고 있던 차, 스터디 총무를 맡은 엄 씨와 헌혈데이트를 하면서 둘 간의 사랑을 수년간 차곡차곡 쌓게 됐다.   손 상사는 “대학시절 지금의 아내와 시내에 있는 헌혈의집를 가기 위해 함께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고, 함께 버스를 타고, 함께 헌혈 하고,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며 “월 2회 혈장 헌혈데이트를 하면서 서로에 대해 많이 알아갈 수 있었다”고 헌혈로 이어진 인연을 전했다.   이후 2003년 손종목 씨가 26세에 의무병과 부사관으로 입대를 하고, 2004년 여름쯤에는 엄문영 씨가 해군부사관 206기를 32.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대한민국 해군 의무부사관 여군 1기로 입대하면서 이들의 헌혈데이트는 계속될 수 있었다.   이들의 헌혈기부는 2006년 9월에는 대한민국 해군 의무부사관 1호 부부 군인이라는 타이틀을 얻으면서도 이어졌다.   손 상사가 현재 맡고 있는 임무는 전시에는 해상과 육상, 함정 등 환자가 발생할 수 있는 어느 곳에서든 신속하게 응급 처치를 하고, 안전하게 환자를 이송하는 것이다. 그리고 평시에는 비전투손실을 예방하는 일과 환자 관리를 맡고 있으며 장병의 생명나눔 실천을 위한 헌혈 운동의 총괄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 두 부부의 생명나눔활동은 소속 부대에게도 전파되고 있다. 2024년 한 해 이 두 부부가 소속되어 있는 해병대1사단과 해병대 교육훈련단의 헌혈인원은 총1만4000명으로 이로써 4만2000명(3명/1회 헌혈당)의 생명을 살린 셈이다.   이처럼 생명을 살리는 일과 더불어, 손 상사는 생명을 살리는 것과 관련된 자격증만 19개이다. 방사선사, 응급구조사, 간호조무사, 수상인명구조요원 등이 그것이다.   헌혈로 이어진 부부는 자녀에게도 나눔실천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수년 동안 엄마와 아빠가 나란히 헌혈하는 모습을 보고 아들, 딸은 역시 헌혈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손 상사는 “막내가 고2 생일이 되면 가족 넷 모두가 헌혈하는 것이 작의 소망 중의 하나이다”라며 소박한 포부를 전했다.   손 상사는 자녀에게 “인생을 살아보니 이익만 보면서는 살 수가 없다. 때로는 내가 손해를 봐야 또 다른 누군가가 이익을 보지 않겠냐”며 “헌혈은 가장 순수한 기부라는 마음으로 항상 실천했으면 좋겠다”며 나눔메시지를 전했다.   또한 헌혈을 위한 손 상사의 건강관리 비결은 남다르다. 평소 웨이트트레이닝과 유산소운동을 병행하고 있고, 아직도 한 시간에 10km이상 뛸 정도로 체력관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손 상사는 “최근에는 퇴근 후 아내와도 함께 운동을 시작해 소소한 행복을 경험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헌혈은 세상에서 가장 쉬운 기부이다. 혈액은 보관기간이 매우 짧기 때문에 반드시 지속적인 헌혈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헌혈을 중·고등학교 교육과정에도 필수로 반영해 국민들의 인식전환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공무원과 공공기관부터라도 제도적 ‘헌혈유급휴가’를 만들어 분기별 1회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헌혈문화가 더욱 활성화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손 상사는 “보건의료인이자 군인의 위치에서 한 나라의 혈액보유량 부족사태가 벌어진다면 이는 곧 응급환자, 만성환자의 수술과 치료가 어려워진다. 결국 국가 전체의 의료시스템이 마비돼 심각한 보건의료 위기사태를 맞이할 수 있다”며 “저희 부부는 누군가에게 선물을 드린다는 마음으로 헌혈 기부를 이어갈 생각이며, 이 마음을 주변에 널리 퍼뜨려서 혈액 수급 걱정 없는 나라가 될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대구·경북혈액원 관계자는 “2월 26일 기준 대구·경북혈액원의 혈액보유일수는 O형 3.9일, A형 2.1일, AB형 3.6일, B형 5.5일이며 전체 혈액보유일수는 4.3일분으로 적정보유량인 5일 미만인 상황이다. 날씨는 점차 따뜻해지고 있지만 헌혈온기가 아직 식어서는 안된다”며 시·도민들의 헌혈참여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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