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적으로는 중국산 철강의 저가공세, 미 트럼프 대통령의 25% 관세폭탄, 대내적으로는 전기료 인상, 물류비 증가, 내수 침체 등의 요인 발생으로 곤욕을 치르던 현대철강이 노조의 무리한 임금 인상 요구에 결국 1953년 창사 이래 첫 ‘직장 폐쇄’를 단행했다.임금 인상을 둘러싼 노사 갈등으로 ‘게릴라 파업’이 반복되자 정상적인 경영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현재 국내 철강업계에 몰아닥친 국내외적 위기는 업계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섰다. 국가 주도로 이뤄지는 중국 철강과 경쟁은 물론 트럼프 정부와의 관세 협상 역시 외교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문제들이다.대통령 탄핵으로 미국과 정부 간 협상은 요원해 보이고, 중국 정부가 나서 자국 생산 물량을 일정량 줄인다고 하지만 이 역시도 완전한 해결 방안이 될 수 없다.이런 가운데 이뤄진 국내 산업용 전기료 인상과 건설경기 침체, 노조의 임금 인상 및 각종 혜택 제공 요구는 기업의 수용한계를 넘어선 것이 아닐 수 없다.24일 현대제철은 대표이사 명의의 공고문을 내고 당진제철소 1·2냉연공장의 일부 라인에 대해 직장 폐쇄를 시행한다고 밝혔다.냉연라인은 이미 이달 1일부터 22일까지 노조 파업으로 멈춰있던 상황이다. 이로 인해 약 27t의 생산 손실이 발생, 254억원의 피해가 발생된 것으로 추산된다.노조의 요구는 현대차 계열사 수준으로 임금을 올려달라는 것으로, 현대제철이 제시한 1인당 2600만원과는 간극이 크다.현대제철은 지난해 최대 실적을 낸 현대차와는 비교하기 어렵고 현재 시황 악화로 노조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현대제철은 대안으로 미국에 진출한 국내기업들에게 미국 현지서 생산한 철강제를 공급한다는 계획을 수립, 미국 내 공장건설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현지 생산, 현지 조달’이 생산비는 물론 운송비 등 부대비용 절감에 도움이 될 것이란 이유에서다.현대제철은 이미 지난해 11월 포항 2공장에 대해 폐쇄 결정했으나 지난 1월 이를 철회, 축소 운영키로 변경한 바 있다. 이 역시 철강 업황 부진이 그 이유다.철강업 침체를 극복하고자 지자체도 나섰다. 포항시와 광양시, 당진시 등 3개 철강도시 단체장이 지역 철강산업 보호를 위해 공동 대응키로 협의했다. 3개시는 정부와 여야 정치권에 공동건의문을 전달했다. 정부와 정치 영역에서 감당해야 할 부분이 많은 사안이기 때문이다.이번 현대제철 직장 폐쇄의 직접적인 원인은 민주노총에 있다. 업계 불황이 깊어지고 트럼프 정부의 25% 관세 공세로 불확실성이 극도로 커진 상황에서, 민노총 금속노조 산하 현대제철 당진 하이스코지회 노조가 ‘게릴라 파업’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문제는 민노총이 제82차 정기대의원 대회를 통해 내놓은 연중행사에 이미 수차례 파업 일정을 예고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는 3월을 시작으로 5월까지 윤 대통령 파면을 위한 전국노동자대회 개최, 6월 최저임금 투쟁, 7월 사회개혁 쟁취 총파업 등이다. 노조가 근로조건과 작업환경 개선이 아닌 대통령 퇴진과 사회대개혁을 목적으로 파업하겠다는 것은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국제정세 속 국가는 물론 기업, 국민 누구에게도 도움이 될 수 없는 행동이다. 철강은 ‘산업의 쌀’로 불리는 국가기간산업으로, 철강산업의 중요성은 시대가 변하더라도 큰 차이가 있을 수 없다. 다만 ‘현지 생산·현지 공급’이 세계적인 추세일지라도 국내 산업 발전을 위한 안정적 생산기지는 확보돼야 한다.이를 위한 정부의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며, 기업은 물론 근로자 스스로 자구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기업이 살아야 노조가 존립할 수 있듯, 기업 위한 노조의 활동이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