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가운데도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 2000년대 중반까지 10여 년간 세계 휴대폰 시장 점유율 1위의 아성을 자랑했던 핀란드 ‘노키아’가 시대에 뒤처지면서 시장에서 사라졌고, 1980년대 세계 반도체 시장을 석권했던 일본이 미일 무역 마찰 후 한국과 대만의 부상으로 경쟁력을 잃고 급속히 쇠퇴했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전 세계에 관세 폭탄을 경고하고 나선 이유 중의 하나가, 미국 반도체 산업의 회생 방안 모색 때문이다. 미국 반도체 산업의 상징이었던 ‘인텔’이 급격한 쇠퇴기를 맞자 미 정부 차원에서 ‘인텔’ 구조 방안을 직접 찾아 나선 것이다. 미국은 세계 파운드리(위탁생산) 1위 기업인 대만 TSMC를 압박, 인텔 지원에 나서도록 외압을 행사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핵심 반도체의 안정적인 물량 보장은 물론 고용 창출, 3나노 이하의 첨단 반도체 기술까지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반도체 부활’을 선언한 일본의 행보도 예사롭지 않다. 일본 정부는 TSMC 유치를 위해 공장 건설비 절반을 보조금으로 지급했고, 5년 걸릴 공사를 20개월 만에 완성할 수 있도록 각종 재정은 물론 행정 절차까지도 적극 협조했다. 거대 기업들의 잇따른 몰락과 일본의 약진이 이어지면서 반도체 강국인 우리나라도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한국이 첨단반도체 부품들이 들어가는 AI 산업에서 있어 미국과 중국에 일정 부분 뒤처짐도 삼성의 10년 수난사로 인한 영향도 없지 않다.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은 지난 2016년부터 9년여 동안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 두 차례 구속, 185차례 재판에 출석했다.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서도 2020년 9월 기소됐으나 지난 3일, 1심에 이어 2심까지 19개 혐의 모두 무죄 선고를 받았다. 10여 년 리더십 부재로 대기업 삼성이 입은 피해는 대한민국의 손실이라 아니할 수 없다. 현재, 또 다시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반도체 연구 인력의 주 52시간제 적용 예외를 인정하는 반도체특별법 입법을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문수 노동부장관은 “민주당이 개혁 입법인 반도체특별법 제정에 반대하고 노란봉투법(일명 파업조장법) 등 반(反)기업만 제정하자고 하는 것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주장하는 ‘잘사니즘’이 아니라 ‘못사니즘’이라고 비판했다. 18일 이재명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의힘의 무책임한 몽니로 국가의 미래가 걸린 산업의 경쟁력이 발목 잡히고 말았다“고 글을 올렸다. 국힘의 반대로 반도체특별법이 무산됐다는 주장이다. 적반하장이 따로 없고 이를 보도할 언론은 물론 국민을 수하의 졸(卒)로 보는 인식이 아닐 수 없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지금 세계 각국이 보조금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이보다도 주 52시간 유연 적용을 소원하고 있다. 현재의 근무 시간으로는 연구 개발이 뒤처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정부 차원에서 기업 살리기에 나서는데, 한국은 (지역과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 그 중 특정 정당 국회의원들이 기업 죽이기에 몰두하는 모양새를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세계 최고 기술을 가진 삼성반도체가 지난 10여 년 소송전으로 휘청일 때 첨단반도체 기술과 인력을 빼내 가서 혜택을 본 나라가 중국이다. 현재 수만명의 반도체 인력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지는 중국에 맞서고자 근로시간 조정을 요구하는 첨단산업 근로자의 요구를 외면하는 정당은 과연 어느 나라 정당인가. 시민 사회에서 나도는 ‘중국엔 오로지 “쉐쉐~”로만 대응하면 된다’는 이의 뜻이 굳건해 당내 정책의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 것인가.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이다. 일하고 싶다는 기업의 요구를 막아서는 수권정당(受權政黨)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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