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민영일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며 여야는 `조기 대선`을 의식한 정치 행보를 부쩍 늘리고 있다.그러나 보수 결집에 집중한 국민의힘도, 중도층에 손을 내민 민주당도 지지율 반등의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다. 중도를 잡으면 지지층이 흔들리고, 지지층을 결집하면 중도가 멀어지는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19일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3~14일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43.1%, 민주당 41.4%로 나타났다. 양당 간 격차는 1.7%포인트로, 3주째 오차범위 내 접전을 이어가고 있다.국민의힘 지지율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12월 둘째 주 25.7%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한덕수 국무총리를 탄핵 소추한 뒤 반사이익으로 1월 셋째 주 46.5%까지 상승했다. 이후 3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박스권에 갇혀 있다.민주당 역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인 지난해 12월 둘째 주 52.4%로 현 정부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1월 넷째 주부터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에서 횡보하며 정체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도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지지율은 40%대 초반에서 추가 상승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국민의힘은 탄핵 정국에서 보수층 결집에 집중하고 있다. 윤 대통령과의 밀착 행보가 지지율 상승에 효과적이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7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회 현장에 있었더라도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절차에 대해서도 "오히려 여전히 50% 가까이 신뢰하는 게 신기하다"고 지적했다.같은 날 국민의힘 소속 의원 30여명은 헌법재판소 앞에서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사퇴를 촉구하며 헌재의 공정성을 문제 삼았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직접 세 차례에 걸쳐 항의 방문했다.여권 관계자는 "조기 대선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도층 공략은 의미가 없다"며 "중도층은 선거가 본격화된 후 후보의 정체성과 메시지를 보고 결정하기 때문에 지금은 각 당이 `집토끼`(전통 지지층) 결집에 집중하는 시기"라고 말했다.그러나 당내에서는 `이대로는 중도층을 잃는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부 수도권 의원 및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대선 승리는 결국 중도층에 달려 있는데, 보수 결집에만 집중하면 장기적으로 외연 확장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민주당은 중도층을 겨냥해 `우클릭`을 시도했다가 지지층 반발에 부딪혀 기존 입장으로 돌아서면서 `도로 좌회전`이라는 평가가 나왔다.이재명 대표는 지난 1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성장을 바탕으로 한 `잘사니즘`을 강조하며 중도층을 겨냥했다. 이 과정에서 한미 동맹 강조, 반도체특별법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조항 허용, 상속세 완화 방침 등의 정책을 제시했다.전통 지지 기반인 노동계는 주 52시간제 예외조항에 반발했고, 민주당은 △반도체산업 R&D 연구에 한정 △총노동 시간 증가 없이 △연봉 약 1억 5000만 원 이상의 고액연봉자 개별 동의 필수 등 7가지 조건을 내걸며 신중한 태도로 돌아섰다.이 대표는 오는 21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을 찾아 노동계 달래기에 나설 예정이다.비명(이재명)계 인사들은 이 대표의 급작스러운 정책 변화에 우려를 표했다.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지난 13일 이 대표와 만나 "우리 당의 정체성이나 노선을 바꿀 수 있는 정책은 민주적 토론과 숙의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이튿날 KBS라디오에서 "당의 정체성·본질을 규정하는 정책을 대표가 일방적으로 쉽게 바꿔서는 안 된다"고 쓴소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