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의 칠전팔기(七顚八起)좌초 위기 대왕고래 프로젝트, 희망의 불씨 살려야지난해 6월 심해 유전 개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표가 나왔을 때 심장이 쿵쾅쿵쾅 요동쳤다. 내 고향 포항 앞바다에서 석유가 펑펑 터져 나오고, 자원 빈국 대한민국이 산유국의 꿈을 이룰지도 모른다는 기대와 설렘으로 몇 날 며칠 밤잠을 설쳤다. 그러나 대통령 발표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소위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좌초 위기를 맞은 듯하다. 지난 6일 산업통상자원부가 1차 시추 결과 “경제성 없다”라고 공식 발표했기 때문이다. 거대 야당은 기다렸다는 듯 ‘대국민 사기극’이라 맹비난하고 나섰다.    시추 단 1회 실패에 마치 사업 자체가 망한 듯 모든 언론이 부정적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제2의 영일만 신화를 이루기 위한 대한민국 초유의 자원 개발 사업이 불안한 정국을 틈타 정쟁화되는 것 같아 지역구를 넘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착잡한 심정이다. 유전 탐사는 ‘고위험 고수익’ 사업이다. 수천 미터 해저 암석을 뚫어 지하자원을 발굴하는 일이기에, 실낱 같은 가능성에 희망을 걸고 수많은 시도와 실패를 거쳐야 결실을 거둘 수 있는 영역이다.    애당초 정부와 석유공사는 사업 착수 전부터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시추 성공률을 20% 안팎으로 예상했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실패 확률이 80%라는 뜻이다. 최소 5번의 탐사시추를 계획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노르웨이는 1966년부터 4년간 33번의 탐사 끝에 에코피스크(Ekofisk) 유전을 찾았고, 1860년대부터 탐사를 시작한 이집트도 2015년이 돼서야 가스전을 발견했다. 세계 최대 유전으로 평가받는 남미 가이아나(Guyana) 유전은 14번째 시추공을 뚫으면서 유전 탐사에 성공했다.    야당의 표현처럼 첫 시추 실패를 두고 ‘사기극’이라 한다면, 아마 전 세계 대부분의 유전 사업이 사기극이 아니었을까. 세계 여러 유전 탐사 사례를 알 수 있듯, 우리나라 동해 유전 개발 사업은 사실상 이제 막 첫발을 뗀 셈이다. 1차 시추의 실패는 2차 시추의 성공률을 높인다. 앞선 시추에서 얻은 지질 정보를 모아 자원이 묻혀 있을 위치를 재탐색하고, 이를 통해 성공률을 조금씩 높여가게 된다.    정부는 이번 1차 시추에서 유망구조를 구성하는 저류층 두께, 공극률, 덮개암 형성과 같은 요소들이 ‘양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올 5~6월 나오는 정밀 분석 결과를 토대로 과학적 사실과 경제적인 분석에 근거해 2차 탐사의 정확도와 신뢰도를 높여가면 될 일이다. 지금은 대한민국의 에너지 안보를 확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우리 경북에선 포항제철에 이어 제2 영일만의 기적을 이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유전 탐사시추 작업에 본격 착수한 지 겨우 두 달이 지났다.    1차 시도로 유의미한 성과를 얻진 못했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자원 개발은 인내와 끈기가 필요한 장기 프로젝트이기에, 긴 안목을 가지고 끝까지 도전한다면 원하는 결과를 분명히 쟁취해 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복싱 페더급 세계 챔피언 홍수환은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칠전팔기(七顚八起)의 끈질긴 투지로 우승 타이틀을 따냈다. 그가 만약 첫 다운이 됐을 때 다시 일어서길 포기했더라면 현재의 영광스러운 챔피언 벨트를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폭탄으로 대외통상 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더욱 요구되는 것이 바로 에너지 안보이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98%를 수입에 의존하는 심각한 자원 빈국이다.    유전 탐사는 국가의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사활을 걸어야 하는 사업이다. 이명박 정부 때 자원외교 차원에서 희토류 확보 정책을 폈지만 야당의 비판을 견디다 못해 결국 발을 뺐다. 그러나 이후 희토류 가치가 엄청나게 올라 뒤늦게 후회했던 지난 과거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우리는 현재 석유와 같은 필수 연료나 원자재, 광물자원이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자원 개발 경쟁은 보이지 않는 바다 속 경제 전쟁이란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탄핵 정국이다 보니, 심해 유전 사업을 맡은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벌써부터 야당 눈치를 보고 있다는 후문이 돈다. 이런 때야말로 공직자들의 확고한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어려운 민생을 한 방에 해결할 핵폭탄급 자원 개발 사업이다. 최근 떠돌고 있는 근거 없는 정치 공세와 정무적 개입을 타파하고, 경북도민을 비롯한 전 국민의 염원대로 당초 세운 유전 탐사 계획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갈 것을 정부와 경북도, 포항시 집행부에 당부드린다. 쓰러졌다 다시 일어서는 챔피언의 ‘칠전팔기’ 정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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