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 속 지난 15일 광주는 상반된 주장을 펼친 두 역사 강사의 현 시국 진단과 평가 등 치열한 정치·역사 논쟁에 휩싸였다. 두 강사는 모두 EBS(입시)·공무원시험 ‘스타 강사’로 알려진 인물로 100만 이상의 유튜브 구독자(전한길 125만, 황현필 108만)를 가졌고, 한국사 강사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충돌은 처음이 아니다. 이승만 대통령의 일생을 다룬 영화 ‘건국전쟁’을 두고 황현필 강사가 유튜브를 통해 편향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전한길 강사가 ‘황 강사의 6·25전쟁은 미국이 일으킨 전쟁이란 주장’에 대해 강력 반박하는 영상을 올리면서 화제가 됐다.이어 전 강사의 부산·대구집회에 이어 광주집회가 예고되자, 황 강사가 “고향인 광주의 한이 서린 공간에서 윤 대통령을 옹호하는 것은 선을 넘은 것”이라 반발하며 탄핵 찬성집회에 나서게 된 것이다. 1980년 5·18 당시 수많은 광주시민이 집결했던 금남로 2가와 3가를 중심으로, 불과 100m 사이를 두고 이날 수만의 인파가 탄핵 찬반 집회로 모였지만 별다른 충돌 없이 각자의 주장을 외쳤다. 강기정 광주시장의 노골적인 헌법이 보장한 ‘집회결사의 자유’ 침해 발언이 있었지만, 별반 문제는 생겨나지 않았다. 이날 보수성향 기독교단체 세이브코리아가 개최한 ‘탄핵 반대’ 국가비상기도회 참석자들은 민주화운동의 상징 도로라 불리는 금남로 3~5가 470m 거리에 운집했고, ‘정권 퇴진·사회대개혁광주비상행동(광주비상행동)’이 주최한 ‘탄핵 찬성’ 광주시민 총궐기대회는 금남로 1~2가 260m 거리에서 진행됐다. ‘금남로가 진영에 따라 남북으로 두 쪽이 났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경찰 추산) 4만명 이상 보수와 진보가 결집한 집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영남권에는 민주당 국회의원을 포함, 진보 성향의 광역·기초의원이 상당수 차지하지만, 통틀어 단 한 명의 보수정당 소속 의원이 없는 지역에서 보수집회 개최 그 자체가 화제가 될 수밖에 없다. 전한길 강사는 이날 집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를 "계몽령"이라고 표현하며, 대통령 탄핵을 반대했다. 그는 "나도 처음엔 12·3 비상계엄 선포를 미친 짓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뒤 거대 야당(민주당)이 대통령과 국무총리 등 29명을 탄핵한 반민주적 행위를 알게 됐고, 수사·국방·미래 예산 삭감, 특검 난발, 입법 폭주, 부정선거 의혹 선관위 수사 거부 등 비상계엄이 `계몽령`임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전 강사는 "국민이 뽑은 대통령에 대해 2년간 178번의 퇴진을 주장한 것은 국민과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자 반국가적인 행태"이라며 "억울하게 갇혀 있는 윤 대통령을 즉각 복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탄핵 찬성 집회에 참석한 황현필 강사는 “윤석열은 반국가세력이고 그 지지자들은 극우도 아닌 친일 매국세력·독재 추종세력"이라며, “열등의식이 있는 자들이 광주를 폄훼하고 윤석열을 지지한다”고 주장했다.이어 "극우는 애국심을 동반하지만 저들은 같은 민족 학살자를 추종·동조하는 세력이다"며 "아무리 죽이려해도 죽지 않는 매국 좀비에 해당한다"고 평가했다.황 강사는 "윤석열의 탄핵이 기각되면 비상계엄 공포 속에 살아야 한다"며 "설령 2년간 비상계엄을 선포하지 않더라도 정권이 민주당으로 넘어갈 것 같으면 전쟁을 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했다.문제는 이를 심판할 헌법재판소의 태도다. 헌재는 현재 4명의 재판관에 대한 이념 편향(진보) 문제, 특정 단체(우리법연구회) 출신(3/8명) 다수 우려, 문형배 소장 대행에 대한 성(性) 비위 논란, 위법·부당한 심판 절차 진행을 두고 학계·법조계·시민사회단체로부터 극심한 비판을 받고 있다. 이영림 춘천지검장은 안중근 의사를 심문한 일제강점기 판사보다 못한 재판절차를 지적했고,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도 “헌재가 야당으로부터 대통령 탄핵 용역을 하청받은 싸구려 용역업체처럼 되어 재판이란 이름의 대국민 사기극을 벌이고 있다”란 지적까지 받았다.국내 헌법학의 최고 권위자인 경희대 허영 석좌교수는 “헌재가 10가지의 위법을 저질렀다”고 지적하고 “헌재가 나중에 크게 심판받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 헌재가 일방적으로 탄핵을 의결할 시 국민이 심판 결과에 승복치 않을 우려가 높다.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국회의 탄핵소추는 이미 기수(旣遂)가 됐지만, 헌재의 탄핵 심판은 현재 진행 중이다. 게다가 두 강사의 체제 논쟁과 역사관 전쟁은 일부 논란과 사회적 파장에 불과하지만, 헌재의 심판 결과는 국가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역사는 역사학자, 국가적 논란은 사회과학 연구자들에 의해 연구·토론되고 국민과 사회가 이를 결정하면 된다. 헌재를 비롯한 사법부도 헌법과 법률에 따라 심판을 내리면 국민의 저항을 받을 일이 없다. 법이 지향하는 관점과 달리 편향·편중되게 법 적용에 나서니 국민이 불만을 느끼고 아스팔트로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에서도 최고의 교육열을 나타내는 선진국이다. 헌재 재판관들은 편파·왜곡된 판결을 내려도 국민이 무식해 알지 못할 것이란 착각에 빠지지 않길 바란다. 전한길 강사도 이미 윤 대통령 탄핵에 동조하는 재판관은 역사상 오명을 벗지 못하는 120여 년 전 을사5적처럼 ‘신(新) 을사5적’으로 불리게 될 것이니 올바른 재판을 내릴 것을 경고한 바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오욕의 역사는 결코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이를 막아 내야 할 것이 현명한 국민의 역할이다. 현명한 국민이라면 이를 막기 위해 올바른 목소리를 발해야 한다. 그게 바로 여론이다. 두 스타강사의 입을 통해 주목받고 있는 현대사 전쟁,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근거한 헌재의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