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신일권기자]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화학공학과·융합대학원 이정욱 교수, 최윤남 박사, 김동현 박사 연구팀은 생명공학 데이터를 보다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QCODE(Quadruplet COdon DEcoding)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바이오 분야 국제 학술지인 ‘핵산연구(Nucleic Acids Research)’ 온라인판에 최근 보고했다. 유전자 정보는 DNA와 RNA의 염기 서열로 저장된다. 이들은 A, T, G, C라는 네 염기성 글자를 갖고 있는데, 이 글자들이 세 개씩 짝을 이루어 ‘코돈(codon)’을 만들고, 이러한 코돈들이 모여 단백질을 만든다. 코돈은 단백질이라는 ‘문장’을 구성하고, 생명체의 유전 정보를 담은 일종의 ‘암호 단어’인 셈이다. 연구팀의 QCODE 기술은 이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세 글자 코돈이 아닌 네 글자로 이루어진 ‘사중 코돈(quadruplet codon, Q-codon)’을 도입하는 방식이다. 이는 기존의 유전자 해독 체계에서는 볼 수 없는 새로운 방식으로, 자연계에서 존재하지 않는 독자적인 언어 체계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 기술의 핵심은 네 글자로 이루어진 코돈을 활용해, 특정 환경에서만 유전자와 단백질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제한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조건을 만족하지 않으면 단백질이 정상 발현되지 않고, 개량된 생물체가 생존할 수도 없다. 특히, 허가받지 못한 사용자가 유전자 서열을 알고 이를 해독하려 해도 잘못된 정보가 나타나도록 설계해 유전자 데이터의 보안성도 높였다. QCODE 기술은 기존의 생물학적 격리(biological containment) 기술보다 한층 발전된 형태로, 유전적 개량을 최소화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유전자와 개량 생물체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연구진은 이 기술이 환경적으로 안전한 유전자 조작 생물체 개발뿐만 아니라, 연구 및 산업용 생물 자원 보호, 유전자 데이터의 무단 접근 방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예를 들어, 농업에서는 개량된 작물의 유전자 정보가 의도치 않게 유출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으며, 제약 및 바이오 연구에서도 특정 환경에서만 활성화되는 유전자 조작 미생물을 개발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또한, 생물학적 보안이 중요한 국가 기관이나 기업에서도 유전자 데이터 보호를 위한 강력한 도구로 쓰일 수 있다. 이정욱 교수는 “QCODE 기술은 개량된 생물체와 그 유전적 특성, 유전 물질 및 서열 정보까지 다층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최초의 기술”이라며 “기존 생물학적 격리 기술보다 간단한 유전적 개량만으로도 적용할 수 있어 다양한 생명체 및 환경에서 폭넓게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한국연구재단의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합성생물학핵심기술개발사업, 및 C1 가스리파이너리 밸류업 기술개발사업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