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제 군주가 가진 절대 권력을 세분화한 것이 삼권(입법·사법·행정) 분립이며, 이 권력들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상호작용을 통해 국가 안정을 도모한다. 견제와 균형이 일시라도 무너질 때 생겨나는 것이 독재이며, 그로 인한 폐해는 인류 역사에 차고도 넘칠 정도다. 한 나라의 시작과 끝은 권력 쟁취의 기록이다. 지난 1987년 헌법 개정을 통해 출범한 대한민국 헌법재판소는 국회가 만든 법률을 무효로 만들 수 있는 권한과 대통령을 파면시킬 권한을 가진 국가 기관이다. 헌재 소속 법관 9명이 국회는 물론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까지 무력화시킬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셈이다. 헌재의 재판은 국가의 최고 규범인 헌법의 권위로 내린 결정이기에 그 결과에 따라 우리 사회의 모든 가치와 법이 변화해 왔다. 그 하나의 사례가 ‘혼인빙자간음죄’와 ‘간통죄’ 폐지다. 헌재는 2009년 11월 ‘혼인빙자간음죄’, 2015년 2월 ‘간통죄’에 대해 위헌이라고 판정, 적잖은 사회 혼란과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헌재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과 관련, 국민투표로 선출된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이기에 충분한 방어권이 주어져야 마땅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법원처럼 항소 및 상고의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단심제(單審制)로 끝나는 재판이며, 헌재법에 따라 사건 접수일로부터 180일(6개월) 이내에 선고를 내려야 하는 점 등 방어권 행사에 제약이 심하다. 게다가 윤 대통령은 현재 구속(拘束) 상태로 매주 2회 헌재 출석은 물론 주 1회 형사재판까지 별도로 받아야 한다. 헌재가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의 퇴임(4월 18일) 이전 탄핵 심판을 확정하려는 데서 생겨난 방어권 침해다. 사실 대통령 탄핵 심판보다 우선해서 처리할 것은 바로 한덕수 대통령권한대행의 탄핵 직무정지 가처분(假處分) 건이다. 헌재가 국가 안정을 우선하고, 헌법을 통한 국가 수호자로서의 사명을 다하려 한다면 한 권한대행 가처분부터 처리해야 한다. 가처분이 헌재로부터 인용되면 최상목 권한대행이 행한 헌재 재판관 2명 임명은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정족수 부족으로 대통령 탄핵 결정은 물론 심의조차 이뤄질 수 없다. 이를 두려워한 까닭인가 헌재는 2월 3일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마은혁 재판관 임명 관련 헌재 심의를 속행하겠다고 밝혔다. 밀린 탄핵 9건의 심의를 제쳐두고 특별기일까지 정해 마은혁 재판관을 임명하겠다는 뜻이다. 그 누가 뭐라 해도 조속히 헌재 9인 체재를 마련, 완벽하게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앞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측, 판사 출신 나경원 의원 등은 “문형배 헌재소장대행, 이미선 재판관, 정계선 재판관은 대통령 탄핵 사건에서 즉각 손 떼고 회피(回避)함이 본인들의 최소한의 윤리적 양심을 지키는 길”이라고 일갈했다.나 의원은 “법원의 형사재판에 있어도 판사는 본인과 2촌 이내의 친인척이 근무하고 있는 로펌의 사건은 아예 배당받지 못하게 되어 있고, 3~4촌이 근무하고 있는 로펌의 사건은 경우에 따라 회피할 수 있게 되어 있는데 헌재의 경우 더 엄격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일반 재판도 이럴진대, 헌재는 대통령 변호인단이 신청한 정계선 재판관 기피신청을 2주 전 이유 없다며 곧바로 기각해 버렸다. 정계선·이미선 재판관은 남편과 동생이 대통령 탄핵과 직접 관련이 있기에 스스로 회피하든지, 상대측의 기피 신청을 수용하든지 해야 마땅하다. 문형배 헌재소장 대행과 임명을 기다리는 마은혁 재판관 역시 심각한 좌편향 사상을 지닌 자들로 대한민국 헌법 수호자의 역할을 담당해야 할 헌재 재판관으로 부적절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헌재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기반으로 한 대한민국 헌법과 헌법적 가치를 지키려고 조직된 기관이다. 이념에 편향되지 않는 ‘공정한 재판’이 핵심인 재판부인 만큼 재판부 구성부터 공정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사상적 편향이 우려되는 ‘우리법연구회’란 특정 조직 연류자들이 5명을 차지한다면, 6명 이상 찬성으로 통과되는 헌재 재판에 있어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사법부의 일원이며 수장 격인 헌재가 아무런 통제도 받지 않으면서 입법부와 행정부 권한을 무력화시키는 권한 행사는 물론 특정 조직원들이 헌재 권력까지 독점한다면 이 또한 심각한 삼권분립 훼손이 아닐 수 없다. 이번 대통령 탄핵 심판의 경우, 논란이 되는 헌법재판관들이 판사의 양심에 따라 스스로 회피 결정함으로 대한민국 사법 질서 확립에 모범이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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