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안종규기자]무안 제주항공 참사 한 달여 만에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가 발생하면서 저비용항공사(LCC) 안전 문제가 재점화됐다.29일 부산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김해공항에서 홍콩으로 출발하려던 에어부산 항공기에서 불이 나 탑승객 176명이 전원 비상탈출에 성공했다.다행히 3명이 경상을 입는 데 그쳐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179명이 사망한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한 달 만에 사고가 났다는 점에서 LCC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2023년 기준 국내 항공사의 항공기 보유 대수는 대한항공 161대, 아시아나항공 81대, 제주항공 42대, 티웨이 30대, 진에어 27대, 에어부산 22대 등이다. 특히 LCC 특유의 과도한 운항이 사고를 야기하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제주항공 사고 기종인 B737-800(HL8088)은 48시간 동안 13차례를 운항했다.민간 항로추적업체 플라이트레이더(FR)24에 따르면 HL8088은 오전 나가사키, 오후 타이베이를 오간 후 방콕 혹은 코타키나발루를 늦은 저녁에 다녀오는 스케줄에 투입됐다.에어부산의 HL7763 항공기도 설 연휴 여행수요를 앞두고 사고 직전 48시간 동안 총 17회 운항했다. 게다가 불과 한 달 전에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지난해 12월 12일 에어부산 소속 A321 항공기(HL8365)에서도 비슷한 화재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기내에서 승객이 소지한 보조배터리에서 불이 났으며, 승무원들이 신속히 소화기로 진압해 승객 전원이 무사히 하차했다. 해당 항공기는 점검 후 약 3시간 40분 지연 출발했다.관할 부처인 국토교통부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이달 23일에는 LCC 안전 강화 방안 마련을 위해 항공 안전 특별점검 회의를 열었다.해당 회의에서 국토부는 항공사에 고강도 혁신 대책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앞서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비행기 운항 시간에 제한을 두는 고강도 규제 가능성을 시사했다.박 장관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상임위원회에 출석해 "간접적인 규제를 계속 유지하면서 강화하는 방안이 하나 있고, 비행기가 몇 시간 이상 못 달리게 하는 직접적인 규제를 하는 방법이 있다"며 "두 가지 각각의 장단점을 면밀하게 검토하겠다"고 했다.국토부는 이달 말까지 민·관합동점검단을 통해 11개 국적항공사와 전국 공항의 안전체계, 시설, 장비 등을 전반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다.또 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시설과 제도 개선을 포함한 항공안전 혁신대책을 4월까지 마련할 계획이다.한편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안전 규정을 강화하는 한편 승객들로 하여금 의무를 준수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정윤식 가톨릭관동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보조 배터리는 여행에 필수품이 된 만큼 소지 자체를 금지할 순 없다"면서도 "기내 반입을 하게 한 것은 핸드캐리, 즉 손에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그러면서 "기내 반입을 허용한다 해서 선반에 넣어둔다면 위탁수화물과 다를 게 없다"며 "휴대하고 있었다면 발화 조짐이 나타나는 즉시 승무원에게 부탁해 진압이 가능한 상황으로 승객 역시 의무를 지켜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