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최영열기자]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의 허점도 잇달아 드러났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보완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26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지난 2019년 문재인 정부 당시 민주당은 검찰을 견제하고 권력형 비리를 전담할 수사기관이 필요하다며 공수처법을 통과시켰다.공수처는 출범 전부터 `옥상옥`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검찰·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들과의 관계나 수사 권한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공수처가 검찰과 경찰로부터 내란죄 사건을 이첩받아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면서 논란은 본격화됐다.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대면 조사를 거부하자 지난 23일 검찰에 사건을 넘기면서 공소 제기를 요구했다. 검찰은 윤 대통령 구속 기간을 연장한 뒤 대면 조사를 시도할 계획이었지만 서울중앙지법은 구속기간 연장 허가 신청을 두 차례 불허했다.법원은 "공수처법에 검사의 보완수사권 유무나 범위에 관해 명시적 규정이 없다"며 "공수처가 수사한 다음 공소제기 요구서를 붙여 송부한 사건을 검찰이 계속 수사할 상당한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법조계에선 공수처법을 졸속으로 추진한 탓에 법의 공백이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공소 유지를 해야 하는 검찰 입장에선 보완수사를 할 수 없다면 공수처로 사건을 다시 보내 추가 수사를 요구하거나, 지금까지 수사한 내용만으로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문제는 검찰이 공수처에 추가 수사를 요구할 법적 근거도 없다는 점이다. 검찰과 공수처가 사건 반송을 두고 갈등을 빚은 사례도 있다. 검찰은 지난해 감사원 3급 간부 뇌물수수 사건에 대해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엔 수사가 충분하지 않다며 공수처로 사건을 반송했다.하지만 공수처는 법적 근거가 없는 조치라며 검찰이 자체 보강 수사를 하라고 반발했다. 1년 넘게 표류하던 사건은 현재 중앙지검에서 보완 수사하기로 결정한 상태다.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이 일치하지 않아 발생한 문제라는 목소리도 크다. 공수처는 대통령 등 고위 공직자 범죄를 수사할 수 있지만 기소는 판·검사와 경무관 이상 경찰 범죄만 가능하다. 이번 사태가 수사와 기소 분리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는 지적이다.공수처법에 내란죄 수사권이 명시돼 있지 않은 점도 논란을 낳았다. 대통령까지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을 주면서 정작 현직 대통령 소추 대상 범죄인 내란죄는 공수처 수사 범위에 포함하지 않은 것이다.공수처는 수사가 가능한 직권남용죄의 관련 범죄로 내란죄를 수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는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며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더욱이 검찰이 윤 대통령을 구속기소하면서 공수처 수사권의 근거였던 직권남용죄를 제외하고 기소해 향후 1심 등에서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에 대한 논란이 커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공수처법에는 구속 기간에 대한 규정도 없다. 형사소송법은 사법경찰관은 최장 10일, 검사는 최장 20일 동안 범죄자를 구속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도 형사소송법을 준용해 최장 20일 동안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다고 본다.하지만 공수처가 검찰로 사건을 넘겼을 경우 공수처와 검찰이 각각 며칠 동안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는지가 명확하지 않다. 공수처와 검찰은 비상계엄 사건에서 구속 기간을 최장 20일로 협의하고 구속 기간을 절반씩 나누기로 협의했지만 법적 근거는 없는 상황이다.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를 신설하면서 공수처와 검찰 관계를 조율하지 않았기 때문에 해석에 논란이 많은 것이다. 결국 공수처법이 윤 대통령 내란죄 수사 발목을 잡은 것"이라며 "당연히 보완 입법이 필요하고 조율해야 하는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