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민영일기자]윤석열 대통령이 구속되면서 여권 내부에서는 대통령과 거리두기 움직임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차기 대권 주자들의 물밑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20일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 저지의 핵심 세력인 강성 보수 지지층과의 거리두기가 시작되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 구속 결정에 대해 부당성을 항변하기보다 위기 극복 방법과 다음 단계를 강조하고 있다.안철수 의원은 이날 "우리가 더 이상 강력한 의견을 가진 지지자들에게만 호소해서는 절대로 다수를 차지할 수 없다"며 "강한 의견만 옳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중도 보수와 중도까지 아우르는 당으로 거듭나자"고 강조했다.보수 지지층 여론을 의식해 발언을 아껴왔던 대권 잠룡들의 메시지 수위도 미묘하게 달라졌다.오세훈 서울시장은 전날 "한 지도자의 무모함으로 온 국민이 허탈감과 참담함을 마주할 수밖에 없는 아침"이라고 했다.홍준표 대구시장도 "내란죄로 구속된 최초의 현직 대통령으로 기록되는 수치를 당하다니 참 어이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법원의 결정은 이미 내려졌다"며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고 국민을 통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차기 대권 주자들이 윤 대통령과의 본격적인 선 긋기를 시작한 배경엔 법원 난입과 같이 보수층의 극렬한 반발이 중도층 이탈 야당 지지층 결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을 역전한 여론조사가 연일 발표되고 있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는 것이 당내 의원들의 중론이다. 한 초선 의원은 "강성 지지층의 일시적 결집으로 인한 착시효과일 수 있다"고 말했다.향후 검찰 수사로 윤 대통령의 비위 사실이 계속해서 드러날 경우 차기 여권 주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친박계와 같이 끝까지 윤 대통령을 옹호하다 정치적 폐족이란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점도 친윤석열계에는 부담이다.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당시까지 수사기관을 향한 비판 목소리를 높였던 김기현·나경원·이철규 등 친윤계 의원들 역시 법원의 윤 대통령 구속 결정에 대해서는 직접 언급을 아끼면서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윤 대통령 구속 결정으로 열세에 몰린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를 고리로 대야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대통령 탄핵 심판을 재촉하면서 정작 이재명은 재판에서 조퇴했다"며 "조기 대선으로 자신들의 범죄를 덮겠다는 이재명의 의도를 온 국민이 다 알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