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화 시대, 사회문제의 하나로 대두되는 장례 문화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화장한 유골 골분(骨粉)을 자연에 뿌려 장사 지내는 산분장을 제도화한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장례에 대한 개념과 장례 절차, 벌초 등의 묘지 관리, 납골당 분양과 유지 비용 부담 등 장례 전반에 대한 적잖은 변화가 초래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복지부는 14일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오는 24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이번 개정안은 2024년 1월 개정된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서 시행령에 위임한 내용을 정한 것으로, 화장한 유골의 골분을 뿌려서 장사 지내는 산분장이 가능한 구체적 장소를 명시했다. `육지의 해안선에서 5킬로미터(km) 이상 떨어진 해양과 산분할 수 있는 장소나 시설을 마련한 묘지, 화장시설, 봉안시설, 자연장지 등이다. 5km 밖 해양이라도 환경관리해역 및 해양보호구역 등에선 할 수 없다. 해양에서 산분할 때는 수면 가까이에서 해야 하고 유골 및 생화만 뿌릴 수 있으며, 다른 선박의 항행이나 어로행위, 수산동식물의 양식 등을 방해하지 않아야 한다. 이전 장사법에는 매장과 화장, 자연장(수목장)만 규정돼 있으며, 산분장은 이전에도 일부 시행됐지만, 법제화되지 않은 상태로 치뤄졌다. 이에 정부는 산분장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선호도 조사, 장지 부족 문제 등을 고려해 산분장을 제도화하기로 했고 장사법을 개정해 지난해 1월 공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내 산분장 이용률이 점차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 2020년 8.2%였던 산분장 이용률을 2027년에 3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산분장 시행과 관련, 산분 구역에 개인 표식은 설치하지 않되 존엄하게 고인을 추모할 수 있는 별도의 헌화 공간·온라인 추모관을 마련하는 등 품위 있는 장례 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해 대국민 홍보도 병행해 나갈 예정이다.이와 함께 전국의 화장 수용 능력을 단계적으로 확대, 2027년까지 52기를 늘린 총 430기의 화장로를 마련키로 했다. 지자체도 관할구역의 연도별 출생자·사망자 수 및 고령화율 등을 고려해 화장시설(화장로) 신·증축을 추진할 계획이다.골분장이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에 정착 돼야 할 이유는 급속한 노령인구 증가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전체 인구의 19.2%이며, 성별로는 여자 21.5%, 남자 17.0%로 여자의 고령인구 비중이 4.5%p 높음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고령인구가 해를 더할수록 늘어 초고령사회로 간다는 점에 있다. 노령인구는 매년 계속 증가해 2025년에 20%, 2036년에 30%, 2050년에 4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정부의 산분장 제도화는 장지 부족, 묘지 및 납골당 유지 관리 부담에서 벗어날 탁월한 방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역사적으로 바다에 처음 장지를 마련한 것은 삼국을 통일한 신라 30대 문무왕의 수중릉이다.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 앞바다에 있는 문무대왕릉은 해안으로부터 200여 m 떨어진 곳에 위치, 매년 수십만명이 즐겨 찾는 관광지가 돼 있다. 이번 정부의 바다에 골분을 뿌리는 산분장 허용으로 동해안이 새로운 장례 문화를 선도할 지역으로 급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안으로부터 5~10km 이상 멀리 떨어져 사방이 확트인 망망대해 가운데서 이뤄지는 망자와의 이별은 기존 장례 절차에서 느낄 수 없는 신선함과 함께 바다가 주는 고요함과 평안함을 가슴 가득 담아 올 수 있는 이별의 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바다와 관련, 포항시도 구룡포 지역에 신개념의 장사시설인 명품 추모공원 조성과 호미반도 종합발전 계획을 추진한다. 동해안 바닷가에 대한민국 최고 수준의 추모공원을 조성, 호미반도 일대를 구룡포 관광자원과 연계해 환동해 해양 휴양관광의 거점으로 탈바꿈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이는 우울함과 슬픔으로 가득한 기존 장례문화를 북유럽 같은 고품격 명품 추모공원 조성을 통해 문화와 예술, 힐링을 체험케 함으로 치유와 회복, 위로의 문화로 승화시키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포항시는 이에 더해 포항의 넓디넓은 동해 먼바다를 해양장을 위한 예식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어, 지역 활성화까지 이뤄낼 기회를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바다에서 이뤄지는 해양장이라면 갯벌이 즐비한 서해와 남해보단 깊고도 넓은 푸른 동해 먼바다가 적격이기 때문이다. 해양장이 새로운 장례 문화로 정착하기 위해선 포항시를 비롯한 동해안 인근 지자체들의 선제적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