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민영일기자]환자들의 동의를 받지 않고 제약사에 수만건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서울의 한 대형 병원 의사들이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사용자인 병원에게도 주의·감독 소홀을 이유로 벌금형이 선고됐다.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최민혜 판사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울 소재 상급종합병원 소속 의사 A씨에게 벌금 1000만원, 의사 B씨와 C씨에게 각각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또 양벌규정으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해당 병원의 D법인에도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D법인이 운영하는 병원 소속 의사인 A씨는 2018년 11월경 내과 의국장으로 재직하며 제약사 소속 영업직원으로부터 "의약품 판매 실적 증빙을 위해 필요하니 제약사 판매 약품이 처방된 내역을 보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이에 A씨는 병원의 전산 프로그램에 접속해 환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환자의 성명 및 성별, 주민등록번호, 처방 일시, 진료과 등 개인정보가 기재된 처방내역을 USB에 내려받아 제약사 직원에게 건네는 등 환자 445명에 대한 합계 628건의 처방내역을 건네준 혐의를 받는다.해당 병원 소속 또 다른 의사인 B씨 역시 2019년 5월부터 10월까지 내과 의국장으로 재직하며 A씨와 같이 제약사 소속 영업직원으로부터 부탁을 받아 환자들의 개인 정보가 담긴 처방 내역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B씨 역시 병원 전산프로그램에 접속한 뒤 환자 4200여 명에 대한 처방내역 합계 1만1200여건을 제약사 직원의 이메일로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이후 2019년 10월부터 2025년 5월까지 해당 병원에서 내과 의국장으로 재직한 C씨도 부탁을 받아 환자 5900여 명에 대한 합계 2만건의 처방내역을 이메일로 송부한 혐의를 받는다.재판부는 수만건의 환자 개인정보를 유출한 의사들의 죄책이 가볍지 않고, 고용주이자 개인정보처리자인 병원 D법인이 의사들의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주의·감독에 소홀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보 주체들에 대한 성명, 처방 의약품 등 개인정보를 제약회사 직원들에게 제공한 피고인들의 죄책이 가볍지는 않다"면서도 "이 사건 범행과 그에 따른 책임을 인정하고 있고 있고, 그 대가로 직접적인 이익을 얻은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봤다.그러면서 B씨와 C씨는 아무런 범죄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판결 직후 검찰은 즉각 항소했다. 피고인들 역시 맞항소하면서 법적 공방이 항소심으로 이어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