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소크라테스가 자주 소환된다. 나라가 어지러우니 성인을 가만히 두지 않는다. 가수 나훈아는 “테스 형, 세상이 왜 이래”하며 잠자던 그를 불러냈고, 대한민국 헌법재판소는 ‘악법도 법이다’며 테스 형을 싸움에 끌어들였다. 헌재의 주장대로 “악법도 법이냐”란 질문에 주변인들은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다. 테스 형의 입장에 놓였다면 제자들과 함께 감옥을 탈출했을 것이라 답한 것이다. 상하 관계가 분명한 공무원들이 지켜야 할 ‘공직자행동강령’에도 상급자의 위법·부당한 지시에 대해 동조가 아닌 거부 및 신고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대해 일부 사령관들이 보인 해태(懈怠)와 태만(怠慢)한 태도들이 이를 잘 증명해 준다. 물론 이에 대한 합법성 여부는 추후 별도로 법원 판결을 통해 결정될 문제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압수수색 영장 발부·집행에 대해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수사권이 없는 수사기관이 관할 법원을 위반해 청구, 판사가 임의로 형사소송법까지 제한(위법 논란)해 발부한 체포영장과 압수·수색영장은 법을 위반한 것으로 불법·무효”라고 주장했다. 이는 곧 ‘공수처는 내란죄를 수사할 권한이 없는 기관이고, 이들이 청구한 불법 체포영장인 만큼 절대 집행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이와 관련, 헌법을 수호하고 헌법 정신 훼손을 막아야 할 위치에 선 헌재가 국가원수이며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거취 문제를 두고 단순 형사범 취급하듯 답변을 내놓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단순 면책특권을 가진 국회의원에게도 하지 않는 태도다. 대통령이니 특별한 대우를 해달라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에 대해 ‘내란죄·외환죄가 아니고 선 재직 중 형사소추 받지 않는다’고 헌법에 보장한 것은 대통령이란 자리가 그만큼 외부의 영향을 받기 쉽고, 국가의 존립·안정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헌재는 ‘합법적으로 발부된 영장인 만큼 체포에 응하고 나서 체포적부심 신청 등 추후 법적 조치를 검토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테스 형의 발언과 같은 의미로, 국가의 안위·국정 안정을 도외시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국회 탄핵소추위가 탄핵의 핵심 이슈였던 내란죄를 헌재소추안에서 삭제까지 한 지금, 탄핵의 중대한 요건 흠결에 따른 각하처분 및 대통령과 한덕수 대통령권한대행이 신청한 집행정지가처분 심사에 집중, 조속히 결과를 도출해 발표해야 마땅함에도 ‘국민만 바라보고 가겠다’란 정치적 논리를 펴고 있어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많은 국민이 영하의 날씨에 거리로 쏟아져 나와 탄핵 관련, 둘로 쪼개져 자신들만의 외침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이 진중히 판결을 기다리지 못함도 모두 사법부의 잘못이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법 적용, 특정 정파를 지지하는 판결이 난무하면서 나온 반응들이다. 지난 1987년 대법원에서 헌재가 분리돼 독립기관이 된 것은 ‘법률이 헌법에 위배되거나 국가 공권력의 작용이 헌법에 위반될 시 이를 바로잡는 역할을 담당하란 이유에서다. 헌법 정신이 도전받고 무시되는 이 시대, 헌법 수호자로 부름받은 헌법재판관들이 우리법연구회 등 특정 조직 소속, 출신 지역, 정치성향에 매몰돼 판결을 내린다면 국민적 지탄을 피하기 어렵다. 또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처럼 소수 의견이 존재했지만 시비거리를 줄인다는 명분으로 전원일치 판결을 내리는 등 정의롭지 못한 처사도 더 이상 나와선 안 된다. 소크라테스의 독배 이야기는 24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 세계인에게 회자되고 있다. 헌재의 이번 처분과 심판이 국민은 물론 세계인의 입에 공정과 공평의 대명사로 오르내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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