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 내란죄라고 규정하고 경쟁적으로 수사를 벌이던 경찰과 검찰, 공수처가 난관에 직면했다. 주춤주춤하며 수사의 칼을 타 기관에 건네는가 하면 은근슬쩍 발을 빼는 모양새를 보이기 때문이다. 한때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고, 신병(身柄)을 서로 먼저 확보하겠다며 경쟁을 벌이던 때와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다. 지난달 14일 국회 탄핵 소추안이 통과되고, 11일부터 검찰이 내란중요임무종사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용현 국방부장관(8일) 구속, 군의 이진우 수방사령관(13일), 여인형 방첩사령관(14일), 곽종근 특수전사령관(16일), 박안수 계엄사령관(17일)을 구속했고, 공수처는 문상호 정보사령관(18일) 구속, 경찰특수단은 구속영장을 신청해 현직 조지호 경찰청장·김봉식 서울경찰청장(11일)을 구속했다. 국방장관을 비롯한 군 핵심 수뇌부들을 전원 구속시켰다는 보도가 온 언론을 뒤덮고 대통령에게 내란죄의 수괴란 표현들이 일상화되면서 비상계엄은 어느새 내란죄로 기정사실화된 듯 했다. 문제는 수사권의 유무다.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내란죄 수사권은 경찰로 이관, 검찰과 공수처에는 수사권 자체가 없다. 이에 세 수사기관은 분쟁을 줄인다는 명목으로 공조수사본부(공조본)를 꾸려 수사를 시작했지만 갈등은 여전했다. 제일 먼저 내란죄 수사에서 발을 뺀 것은 검찰이다. 내란죄 성립에 흠결이 있음을 확인한 듯 공수처로 이관했다. 이에 공수처가 주도적으로 서울서부지법에서 대통령 체포 영장을 발부받아 대통령 관저에 진입했으나, 대통령실 경호처의 완강한 저항에 막혀 실패했다. 이러한 가운데 체포영장 발급 법원 관할 문제와 형사소송법(제110~111조) 적용이 배제된 영장의 정당성 문제가 불거졌고, 이후 국회 탄핵소추위원들이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탄핵소추안에 내란죄를 삭제하면서 논란이 증폭했다. 내란을 범했다고 탄핵시킨 민주당이 내란죄를 철회하면 `원인 무효`, 헌재는 각하 처분을 내려야 한다. 시민단체는 이미선 헌재 재판관과 체포영장 발부한 판사를 직권남용으로 고발했고, 여당은 영장판사 탄핵 검토, 윤 대통령 측 변호인은 수사권·수사지휘권이 없으면서도 경찰특수단을 동원 대통령 대통령 체포를 시도한 공수처장 등 관련자 150여 명을 특수공무집행방해와 특수건조물침입로 고발하는 등 탄핵 수사와 관련 새로운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이에 당황한 공수처가 경찰로 공문을 보내 ‘대통령 체포 영장 집행은 경찰에 일임, 수사는 공수처가 맡겠다’고 밝히자, 경찰은 공수처 공문에 법적 결함(직권남용)이 있다고 판단, ‘공수처 입장을 따르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검찰이 빠진 상태에서 경찰과 공수처가 갈등, 수사 혼선을 넘어 자중지란을 보이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지지율 또한 수사기관에 또 다른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급락했던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지난주 30%를 넘어섰고 최근 40%까지 반등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아시아투데이가 지난 5일 한국여론평판연구소에 의뢰 지난 3~4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 대상, 무선 ARS 조사 방식, 응답률 5.1%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수사기관이 법적 근거 없이 수사에 뛰어들고, 판사가 법률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아 영장을 발부, 수사기관과 국회, 언론이 ‘무죄추정 원칙’을 위배하고 발표 및 보도하는 행태, 영장집행을 두고 국가기관 간의 충돌 등 과거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일들이 일상처럼 자행되는 작금의 현실이 우려스럽다. 삼권분립과 법치가 확립되지 않으면 자유민주주의 사회가 아니다. 국가 혼란을 자초하는 국회와 사법부의 각성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