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사람이 많은 세상은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 처벌에 앞서 죄의 성립 여부가 중요한데 이를 판정하는 기준이 법률이며, 자유민주주의 사회는 주권자인 국민이 이를 제정한다. 다만 시공간의 제약에 따라 대리자인 국회의원을 선출, 국회를 통해 간접적으로 법률을 제정토록 하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이 구비된 가운데서도 억울한 사람이 많다는 것은 관련 법률 자체가 마련돼 있지 않거나, 해당 사안이 법률에 빠져있는 경우, 또한 잘못 적용됐거나, 사문화돼 지켜지지 않는 경우 등이 있다. 입법의 불비(不備)는 입법부인 국회의 과실이며, 잘못 적용하거나 지켜지지 않는 것은 공권력을 행사하는 검경 등 준사법기관의 책임, 오판(誤判)과 솜방망이 처벌을 내려 법의 권위를 실추시키는 경우는 사법부의 잘못이다. 사인 간의 분쟁을 다루는 민사법도 결코 부담이 적지 않지만, 형사법으로 인한 피해에는 비교할 바가 못 된다. 인생을 살아가며 분쟁은 겪지 않고 지나는 것이 가장 좋지만, 피치 못해 겪게 된다면 피해 최소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이 도래하면 입법의 불비를 피할 수 없듯, 최근 비상계엄과 관련해 너무나 새로운 상황들이 발생하면서 사회적·법적 혼란(논란)이 적지 않다. 헌법소원과 권한쟁의, 효력정지가처분 신청 등 헌법재판소의 업무가 대폭 늘어나고 있음을 봐도 잘 알 수 있다. 지난해 말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탄핵 소추로 이어지면서 대한민국이 큰 혼란에 빠졌다. 계엄 선포보다 야당이 이를 내란죄 적용과 탄핵 소추 등 과도하게 확대·재생산해 선전·선동하면서 사회전반과 경제, 국제관계까지 일파만파 악영향을 끼치게 된 것이다. 게다가 국가 혼란 상황, 법률에 근거한 공권력을 행사, 혼란을 즉시 잠재울 수 있는 곳인 수사기관(경찰·검찰·공수처)이 무슨 연고인지 도리어 서로 대통령 체포 경쟁을 벌이면서 혼란을 가중시켰다. 이들 수사기관들은 비상계엄 선포를 내란죄(형법 제87조) 성립으로, 대통령을 내란죄의 수괴로 단정 지으며 수사에 돌입했다. 이미 대통령된 자에게 국권찬탈의 목적이 성립할 수 있는가? 다친 사람 한 사람 하나 없음에도 폭동 발생이라 단정하는 이유는 뭔가? 국회의 해제 요구에 순응, 곧바로 해제한 것이 왜 국가기관에 대한 업무수행을 불가능케 한 것이라 보는가? 등 내란죄 성립은 불가능하다. 이러한 가운데 검찰과 공수처는 내란죄 관련 수사권마저도 없는 기관이라 직권남용 혐의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런 공수처가 최근엔 경찰과 공조수사를 핑계로 서울서부지법에 대통령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은 발부, 공수처가 법 위반(불법 체포감금죄, 형법 제124조)에 앞장서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민주당의 29번째의 탄핵쇼(?)도 법률문제를 일으켰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을 두고 대통령 탄핵(2/3)에 준해 국회 의결할 것인지, 총리 기준(1/2)에 따를 것인지 문제다. 대통령 권한 대행 자격으로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순 있지만, 탄핵은 국무총리 자격으로 받으란 민주당의 꼼수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과반수 의결로 우겨 일단 탄핵된 상황이나, 헌재의 대통령권한대행 탄핵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결과를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한덕수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이 부당하다고 판결이 날 시 후임 대행이 행한 2인의 헌법재판관 임명의 효력은? 또한 재판관들이 내린 판결의 효력은? 등 혼란은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통령 탄핵 사태의 핵심은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정당한 법률행위 이었나’에 달려있다.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정당했다면, 그 외 상황은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국가원수(헌법 제66조)이다. 국가원수는 3권(입법·사법·행정권) 위에 있으며, 군 통수권까지 가진다. 입법권 위에 있다는 것은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 대한 ‘거부권 행사’, ‘법률공포권’ 등을 통해 알 수 있다. 사법부 위에 있다는 것은 ‘판사 임명권’, 판결 무효화를 뜻하는 ‘사면권’ 행사를 통해 알 수 있다. 행정부의 수반인 만큼 행정권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비상계엄 선포는 대통령이 국가원수로서 판단, 유일하게 행사할 수 있는 고유권한이다. 민주당이 내란죄에 해당한다며 처벌을 요구하지만 세계 200여 개국 어느 한 나라도 국가원수를 내란죄로 처벌한 사례가 없을 만큼 법 적용 대상이 될 수 없다. 퇴임 8년만에 이뤄진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적용도 대통령이 되기 전 12·12사태 등의 행적에 따른 처벌일 뿐 대통령 재직 중 행위로 처벌 받은 것이 아니다. 대통령의 통치행위 행사와 관련해 지난 12월 26일 국회 질의에 대해 대법원도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으나 신중하게 행해져야 한다”고 밝힌 것을 볼 때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이 더욱 분명해졌다. 민주당이 거론하길 꺼리고 언론이 취재하지 않으려는 부정선거와 관련해서도 철저히 규명돼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담화문을 통해 민주당의 무분별한 탄핵·예산삭감·국가에 해악을 초래하는 악법 제정 등을 신랄하게 비판함과 동시에 중앙선관위의 부정선거를 거론했다. 만일 제22대 총선에서 부정선거가 실제로 자행됐다면 현 국회의원들 중 상당수가 가짜 국회의원이 되는 셈이다. 따라서 이들 가짜 국회의원들이 만든 법과 제도는 근거를 상실, 무효라고 봐야 한다. 상당한 국가 혼란이 초래될 수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조기 대선’이 아니라 ‘조기 총선’이 이뤄져야 할 판국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현재의 국가 혼란이 가짜 국회의원으로 인해 생겨났다고 판단, 무리하게 여겨질 수도 있는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호소한다”는 표현이 이를 증명한다. 국가 혼란은 국록(國祿)을 받는 이들의 책임이다. 국회의원, 재판관, 행정관료가 국난(國難)에 가까운 현 상황을 조기 매듭짓지 못한다면 국민에 대한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 새해가 밝았다. 억울한 국민이 생겨나지 않도록 책임 맡은 자들의 반성과 자각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