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공항’, ‘고추 말리는 공항’이라 조롱받던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국내 항공사 역대 최악의 참사가 발생했다. 승무원 포함 182명 중 179명이 돌아 오지 못했다. 방콕發 제주항공 여객기가 무안공항 착륙 중 항법보조설비(ILS 로컬라이저 안테나)와 활주로 외벽에 충돌, 폭발하면서 일어난 사고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무안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며 사고 수습에 나섰다. 현재까지 조류 충돌 후 랜딩기어 고장이 직접적인 원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기체 결함과 엔진 고장, 랜딩기어 수동 조작 가능성, 짧은 활주로, 국내 공항 동체착륙 성공 사례 등을 볼 때 블랙박스 확보와 분석이 사고 규명에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동체 착륙의 경우 지난 1991년 대구공항에서 대한항공 여객기가 같은 동체착륙을 시도, 126명의 승객과 승무원 중 일부 경상자만 생겼을 뿐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당시 대구공항 활주로 길이는 무안공항(2800m)보다 45m 짧은 2755m였다. 무안공항 조성 관련해서도 문제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안공항은 김대중 대통령(1998~2003)의 대선 공약이며, 대통령 재임 중 한화갑 전 의원(국힘 한지아 의원 삼촌)이 주도한 가운데 1999년 착공, 한동안 ‘환화갑공항’이라고 불렸다. 무안은 지난 7월 무안군이 해수부에 ‘습지보호구역’을 확대 지정 요청할 정도로 해양생태계의 보고인 갯벌이 보존 관리되고 있는 지역(무안군이 10년 이상 황토갯벌축제 개최)이다. 무안공항은 동서남북 사방이 4개의 ‘철새도래지·조류서식지’로 둘러싸여 정치 논리로 건설되는 공항이란 비판이 적지 않았다. 문제는 무안공항이 환경영향평가에서 ‘조류 충돌 우려’가 제기됐고, 14개 지방공항 중 ‘버드 스트라이크’ 발생률이 가장 높았지만, 사고 발생 전까지 ‘탐지레이더와 화상탐지가’조차 갖추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그 외에도 수평이 아닌 활주로 경사, 항공기가 부딪쳐 폭발을 일으킨 활주로 끝의 콘크리트 둔덕 등이 피해를 키운 것으로 드러나 관련 사안도 수사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 정치색이 짙게 느껴지는 것은 △문재인 전 대통령 취임 6개월만인 2022년 11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호남 KTX 2단계 무안공항 경유안에 합의, 2조3300억원을 들여 2분 단축하는 KTX 노선을 확정지은 것 △ 3056억을 투입해 건설된 무안공항에 내년까지 2조7413억원을 투입, 활주로 360m를 연장하려 했단 사실 등이다. 이런 무안공항이 탄핵 정국 속인 지난 8일 공항 운영 17년 만에 첫 국제선 정기노선이 취항, 20여 일 만에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이재명 대표도 2022년 대선 당시 무안공항을 아시아나항공 거점공항으로 육성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 대표는 구체적으로 △무안공항 출발 국제노선 증편 △광주공항과 무안공항의 조속한 통합 △활주로와 여객터미널 확장 및 면세점, 외국인 전용 카지노 등 편의시설 확충 △아시아나항공 등 관련 기업 이전을 위한 지원센터 설치 등을 약속했다. 개항 직후부터 현재까지 무안공항은 `세금 먹는 하마`로 불릴 정도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국가기간산업의 하나인 항공산업을 선심성 정치 공약으로 삼고 또 이를 통해 사익 추구하려는 이들이 존재하는 한 국가 발전은 미뤄질 수밖에 없다. 이번 무안공항 사고를 기회로 공항 건설 추진부터 현재까지 예산 투입 과정을 면밀히 살펴 불필요한 예산 지원은 사전 차단함은 물론, 범법자에 대해선 형사 고발과 국고 환수를 추진해야 한다. 이외에도 지방공항들에 대한 안전대비 태세를 감사, 인재가 더 이상 발생치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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