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민영일기자]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여객기 비상 착륙 폭발 참사 원인으로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 가능성이 거론된다. 엔진 화재와 랜딩기어 고장으로 최후의 비상 착륙 방식인 `동체 착륙`을 시도했으나 활주로가 짧아 공항 끝단 구조물과 충격 후 폭발한 것으로 분석된다. 29일 오전 9시 3분쯤 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 등 181명을 태운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 2216편이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 도중 활주로 끝단 구조물과 충격 후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직전 상황이 담긴 영상을 보면 여객기는 바퀴(랜딩기어) 없이 활주로에 기체를 끌며 착륙을 시도하다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활주로 끝 외벽과 충돌했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이 여객기는 무안-방콕 제주항공 전세기로 애초 이날 오전 8시 30분 도착 예정이었다. 8시 20분쯤 착륙 준비 도중 지상 200미터 상공에서 새 떼와 충돌해 우측 엔진에 화염이 발생했다. 무안공항 주변은 논과 습지가 많아 조류 활동이 활발하다. 이착륙 시 새와 충돌하면 엔진과 랜딩기어에 치명적 손상을 줄 수 있다. 기장은 1차 착륙을 시도하다 정상 착륙이 불가능해 다시 기수를 올려 복행(Go Around)하고 공항 상공을 선회하며 관제탑과 교신했다. 엔진 계통 악화로 전자·유압계가 먹통이 돼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아 `동체 착륙`을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시각 탑승객 한 명은 가족에게 문자를 보내 `조류 충돌` 상황을 알렸다. 탑승객 가족 A 씨는 뉴스1과 만나 "가족이 오전 9시쯤 `새가 날개에 껴서 착륙을 못 하는 중`이라는 문자를 남겼다"고 전했다. 동체 착륙은 항공기가 착륙 장치를 펼치지 못하거나 손상이 된 경우 기체의 동체를 직접 활주로에 접촉해 착륙하는 비상 절차다. 3㎞ 이상의 긴 활주로와 평탄한 표면이 필수다. 항공기 하부는 손상될 가능성이 높으나 적절한 조치로 탑승객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엔진과 연료 탱크 등의 부위에서 화재 가능성이 있어 긴급 대응이 중요하다. 사고 여객기는 랜딩기어 없이 동체로 활주로에 내려앉았으나 활주로 끝단에 이를 때까지 속도를 줄이지 못했다. 무안공항 활주로 길이가 2.8㎞ 수준으로 인천·김포공항(3.6~3.7㎞)보다 짧은 점이 아쉬움으로 지적된다. 동체 착륙에 대비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급박한 상황이었던 것도 한 이유로 꼽힌다. 통상적으로 동체 착륙이 불가피하면 조종사는 관제탑에 상황을 보고 하고 승객에게 비상 착륙 절차를 안내한다. 착륙 시 폭발 위험을 줄이기 위해 최대한 연료를 소모하거나 방출한다. 활주로에는 소화 장비와 긴급 구조팀을 배치하고 활주로 바닥에 마찰계수와 화염을 냉각시킬 물질도 도포한다. 하지만 이날 사고 여객기는 우측 엔진에서 발생한 화염이 번져 기체 내부까지 연기와 유독가스가 들어오는 급박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랜딩 진입 각도도 양호하고 기장은 수동 전환도 잘했으나 감속을 날개 역추진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조향이 불가능해 최종 민가 피해 방지를 위한 활주로 끝단 외벽에 충돌했다. 소방 당국은 이날 사고로 여객기에 탑승한 181명 중 구조자 2명을 제외한 179명이 모두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