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최영열기자]구미시청 홈페이지와 시청 앞이 정치적 이념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구미시가 자칭 ‘탄핵집회 전문가수’ 이승환의 콘서트장이 될 예술문화회관 대관 취소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현재 구미시청 홈페이지에는 대관 취소를 주장하는 반대 댓글이 다수이고, 전국 각지에서 보내오는 화환의 경우는 대관 취소 축하 화환이 조화(弔花)보다 많은 수를 나타내고 있다. 가수 이승환의 구미 콘서트의 경우 지난 7월말 대관 예약이 이뤄졌다. 그 당시 발급된 ‘구미시문화예술회관 사용허가서’ 내 허가조건(8~9번)에 따르면 공연이나 행사 중 ‘정치적 선동’은 사용 허가취소 사유에 해당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는 이승환 콘서트를 허가한 타 지자체(정치적 목적이 있을 때 취소)보다 좀 더 엄격하고 상세한 기준으로 허가취소의 명확한 근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구미시문화예술회관 운영조례 제4조(사용허가 제한)에 따르더라도 △공공질서 △예술회관 설립목적에 위배 △기타 시장이 부적당하다고 인정할 때, 조례 제9조에선 △질서가 지극히 문란하다고 인정할 때 △기타 시장이 공익상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사용허가 금지 및 허가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사용허가 제한의 범위가 넓다고 봐야 한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23일 오전 구미시청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5일 구미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릴 예정이던 이승환 콘서트를 시민과 관객의 안전을 고려해 취소한다"며 "구미시문화예술회관 운영조례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김 시장은 "지난 20일 이승환 씨 측에 `정치적 선동 및 오해 등의 언행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요청했지만, 이 씨 측이 `서약서에 날인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변호사를 통해 밝혀왔다"고 설명했다.그는 "지난 10일 이 씨 기획사에 정치적 선동 자제를 요청했으나, 13일 여의도에서 탄핵 무료 콘서트를 개최했고 14일 수원 콘서트에서도 `탄핵이 되니 좋다`라는 등 정치적 발언을 이어갔다"고 밝혔다. 이에 구미지역 시민단체가 19~20일 이 씨의 정치적으로 편향된 행동에 심각한 우려를 표해와 문화예술회관의 설립취지, 서약서 날인 거절, 물리적 충돌 우려 등을 고려해 23일 오전 불가피하게 대관 취소 절차를 마무리했다고 설명했다.이승환 씨는 국회의 탄핵 소추 표결 하루 전날인 지난 13일 밤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주최한 촛불문화제 무대에 올라 무료 탄핵콘서트를 개최했다. 자신의 전국 순회공연(전국 10개 지역) 첫 콘서트인 14일 수원 콘서트(경기아트센터)를 하루 앞두고 벌인 일이다. 이날 이 씨는 본인을 “탄핵집회 전문 가수”라고 소개하고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 집회, 2019년 검찰 개혁 집회 이후로 다시는 이런 집회 안 설 줄 알았는데 심히 유감"이라 밝혀 과거 정치 집회 참여 전력을 자인했다. 탄핵콘서트를 통해 그는 자신의 곡을 “내려와라 윤석열”, “윤석열 탄핵할 수 있다면 내 평생 단 한 번만이라도 얼마나 멋질까”로 개사해 불러 참가자들의 호응을 끌어냈다. 이날 이후 가수 이승환은 온라인상 탄핵콘서트의 상징적 존재로 부각, 그들이 말하는 개념 연예인 반열에 올랐다. SNS상에는 ‘많은 공인이 탄핵 시국에 몸을 움츠리고 있지만, 당당히 나서 현 시국을 꾸짖고 바꿔보려 탄핵콘서트를 벌였다. 존경스럽다’고까지 했다. 구미시의 대관 취소 소식이 알려지자 더불어민주당 지자체장인 광주시장과 경기도 화성시장이 나서 이 씨의 콘서트 유치를 표명하고 나섰다. 이 씨도 3월로 끝낼 예정이었던 전국 순회공연을 인기에 편승, 올해 중순까지 연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씨가 탄핵 의결 전날인 13일 밤 무료 탄핵콘서트를 개최하고 구미 공연이 저지됐지만, 절대 손해본 것이 아닌 결과를 얻었다. ‘탄핵전문 가수’란 명성과 함께 이후 10차례 이어질 자신의 35주년 콘서트 홍보, 새로운 콘서트 개최 요청까지 받게 됐기 때문이다.
전국 주요도시에서 개최될 이 씨의 콘서트장은 모두가 지자체가 관리하는 공연장이라 대관료는 불과 일일 35만원~60만원 선에 불과하다. 이에 반해 입장료는 1인당 최저 12만원~16만원 선, 공연장도 평균 1500석 가까이 돼 지역별 1억5000만원 이상(총 20억여 원)의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이 씨 측은 구미시가 대관을 취소한 진짜 이유가 `서약서`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구미예술회관은 지난 20일 공연 기획사에 공문을 보내 `정치적 선동 및 정치적 오해 등 언행을 하지 않겠음`이라는 서약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했다”며 “대관규정 및 사용허가 내용에 전혀 존재하지 않는 요구를, 그것도 계약 당사자가 아닌 출연자의 서약까지 포함해 제출하라 요구한 점은 부당하다”고 했다.또한 자신이 ‘윤석열 탄핵 찬성 리스트’에 올랐다며 “이런 것 말고 블랙리스트에 올려라”고 발언하는 등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을 뜻을 내비쳤다. 구미시의 대관 취소에 대해서도 이 씨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당한 것이라며 법적 조치를 취할 뜻을 밝혔다.
시민 A씨는 “환갑 나이의 중견 가수라면 개인적 이득도 살펴야지만 국가적 위기 상황도 고려해 공연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며, “수사도 전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 대통령이 내란죄 수괴가 되고, 가수가 탄핵을 정당화하려 든다면 이는 선동꾼임을 자인한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
지역예술인 B씨는 "대구 예술회관의 경우, 서양음악이 대부분 종교음악 임에도 불구하고 음악곡에서 기독교음악(하나님, 예수님, 찬양 등) 단어만 나와도 못 올리게 할 정도로 엄격하게 대처한다"며, "예술을 논하며 공연 중 현실 정치의 예민한 부분을 입에 올리는 것은 명백한 정치 참여로 순수 음악을 사랑하는 관객에 대한 배신 행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