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신일권기자] 포항은 지난 2020년 정부가 선정한 제1차 법정문화도시에 지정되어 5년간 사업을 이어왔고, 줄곧 정부 평가에서 우수 도시로 인정받았다. 문화도시 포항은 기존의 철강도시에서 창의융합도시, 문화안전망의 도시로의 전환을 목표로 다양한 성과를 집약해 그 발판을 만들었고, 이제 포항은 그 발판을 토대로 문화예술을 통해 스스로의 힘으로 도시의 미래를 더욱 탄탄하게 가꾸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실천을 지속할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번 기획 특집은 지난 5년의 사업을 마무리하며 법정문화도시로서 포항이 거둔 성과를 살펴보고, 앞으로 어떤 가치를 남길 것이며 나아가 어떠한 실천을 이어갈지 집중 조명한다. ■ 지역 문화 발전의 중심 법정 문화도시‘지역문화진흥법’에 정의 되어있는 문화도시는 지역별 특색 있는 문화자원(문화예술·문화산업·관광·전통·역사·영상 등)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도시 발전을 이루고, 시민의 문화적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장관이 지정하는 이른바 법정 도시다. 특히 특정한 목표 달성 중심의 단위적 지원 사업과 달리 문화도시 사업은 문화가 어떻게 지역과 연계될 수 있는지를 입체적으로 관찰하고 학습하고 구상하고 실천하고 반영하게 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들기 위한 정책적 단위의 사업이다.법정 문화도시는 지난 2019년부터 총 24곳이 지정(1~4차)됐다. 세부적으로 부천시·서귀포시·영도구·원주시·천안시·청주시·포항시(1차), 강릉시·김해시·부평구·완주군·춘천시(2차), 공주시·목포시·밀양시·수원시·영등포구·익산시(3차), 고창군·달성군·영월군·울산광역시·의정부시·칠곡군(4차)이다. 그동안 문화도시 공모에 참여한 지자체만 104곳에 이를 정도로 다년간의 공모 과정에서 경쟁이 치열했다.특히 문체부가 발표한 ‘문화도시 성과’에 따르면, 정부의 문화도시 정책 발표 후 전국 243곳의 광역·기초지자체 중 103곳(42%)이 지역 문화의 중장기 전략을 수립했으며, 이 중 88개 지자체는 ‘문화도시 조례’를 제정했다. 특히 문화도시 사업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 2018년 71개소였던 지역문화재단(기초지자체 단위) 수는 2024년 117개소로 64.7% 증가했다.또한 지금까지 문화도시 사업은 전국적으로 3,658여 곳의 시민 거점 및 활동 공간 조성, 670여 명의 직접 일자리 창출, 253만 명의 시민 참여 등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었으며, 문화를 통한 도시 브랜딩의 가능성을 제시하며, 문화정책의 국가 패러다임 전환의 변화를 이끌었다.
■ 문화도시 포항, ‘4대 성과’문화도시 포항은 2016년부터 추진해 온 문화특화사업과 원도심을 중심으로 진행해 온 문화적 재생사업을 통해 축적한 여러 인적, 물적 인프라를 바탕으로 공간의 확장, 문화시민 및 워킹그룹 양성, 행정협업과 민간 협치 과정을 거쳐 2020년 제1차 법정 문화도시로 선정되었다. 산업도시로부터의 탈 근대적 삶에 주목하고 개인의 문화적 삶과 공동체 회복이라는 포항만의 문화도시 비전과 함께 특히 특성화 전략을 통해 도시의 미래상까지 그리며, 문화, 예술, 교육, 관광 등의 부가가치를 지향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핵심 사업으로는 ▲15분 문화생활권 구축과 시민 주도 문화사업 ‘삼세판’ ▲포항의 글로벌 과학, 기술과 문화, 예술의 융합하고 지역 기관, 기업과의 협업과 네트워크로 만들어가는 ‘포항 아트앤테크 문화산업 클러스터 조성 사업’ ▲차별 없는 문화권 보장과 안전 이슈에 대한 문화적 접근을 통해 시민들의 안전 의식을 높이는 ‘문화안전망 구축 사업‘ ▲청년을 비롯한 다양한 연령층의 시민들을 대상으로 문화 기획 및 실행 역량을 강화하는 문화 전문 인력 양성 사업 ‘신스틸러’ 등 문화도시로 가기 위한 다방면의 사업들을 추진해 왔다.이렇듯 포항의 문화도시 사업은 부처 간, 지역 간 경계를 허물며 문화로 도시의 색을 바꾸고 있다. 물리적인 문화 장벽을 없애고, 도시만의 고유 콘텐츠를 발굴하며, 동네에 활력을 불어넣으면서 지역 소멸이라는 우려까지 잠재우고 있다.▷ 문화도시 포항, 문화 슬세권을 만들다포항시는 법정문화도시 사업 5년 동안 ‘15분 문화생활권’ 구축을 목표로 시민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문화안전망을 확대해 왔다. 포항의 도·농·공·산·어촌의 복합적 특성에 맞게 조성된 ‘삼세판’은 현재 28개 읍면동에 걸쳐 총 55곳의 시민문화거점을 운영하며 지역 간 문화 향유의 균형 발전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거점들은 공공시설뿐 아니라 민간 공간을 활용해 공공성과 자율성을 동시에 확보하며, 시민 주도형 문화 활동의 기반을 마련했다.이러한 노력은 2023년 전국기초단체장 매니페스토에서 ‘지역문화활성화’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삼세판은 시민들이 주체가 되어 문화공간을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는 ‘문화민주주의’의 성공 사례로 평가받으며, 포항이 법정문화도시로서 전국적 모범이 됐다. 이어 2024년에는 삼세판 운영 프로그램에 약 1만 명의 시민이 참여하며 일상 속 문화 향유 범위를 더욱 확대했다. 삼세판은 가까운 거리에서 문화를 경험하고, 시민들이 스스로 기획·운영하며 지역 문화의 민주적 성장을 이끄는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 문화도시 포항, 지역 문제를 해결하다‘포항형 문화안전망 특화사업’은 지역사회의 고유한 문제해결을 모색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 사업은 법정 문화도시 지정 당시, 지진과 코로나19 등 재난으로 지역사회가 힘든 시기일 때, 시민의 일상복을 돕는 문화 프로젝트로 출발했다. 시민 누구나 문화적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문화적 접근을 통해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특히, 사업의 핵심 그룹인 ‘문화재생활동가 F5’를 매년 선발·교육하여 사회적 재난 연구와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지역 이슈에 대한 창의적 솔루션을 제안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시민, 기관, 전문가 등 다양한 그룹이 협력하여 지속 가능한 지역문제 해결 체계를 구축하며, 포항만의 특화된 문화안전망을 만들어가고 있다. 2017년 포항 지진 이후, 문화재생활동가들은 국내외 특별재난 지역 선포 도시 간의 네트워크 구축, 집담회 개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재난 극복을 위한 문화적 실험을 이어왔다.또한, 2019년부터는 지진과 코로나19로부터 시민의 안녕을 도모하는 캠페인과 퍼포먼스를 통해 지역사회의 정서적 회복을 지원했으며, ‘안녕 봄? 안녕 봄!’등 시민 참여형 프로젝트를 통해 일상의 기록과 정서적 공감을 끌어냈다. 이후 문화정책 포럼 개최 및 현장 사례 공유를 통해 재난사회에서 문화예술의 실질적 역할과 방향성을 고민하는 장을 열기도 했다. 이처럼 `F5`의 활동은 22년도까지 유쾌한 방식으로 재난을 극복하고 시민의 일상을 회복하기 위한 다양한 실험이 진행되었고, 2023년부터는 포항시를 넘어 타 지역 및 기관과 협력해 시민의 문화적 성장을 위한 상징적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이 밖에도 매년 사회적 고립완화, 공동체성 회복 등 지역문제 10가지 이슈를 분석해 31건의 솔루션 프로젝트를 추진했으며, 그 과정에서 2,931명의 참여를 끌어냈다.
▷ 문화도시, 지역 경제를 강화하다포항은 지역 예술인들의 안정적인 창작 및 예술 활동 지원을 통한 지역 문화예술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포항형 문화콘텐츠 창작 및 발굴로 포항의 미래 문화자산을 확보하고자 ‘포항 문화예술지원사업’을 추진했고, 지난 5년간 인문, 문학, 시각, 공연, 다원, 청년, 공공 등 165건의 예술인 창작을 지원했다. 이와 함께 지역 창의적 인재 발굴 및 인적 인프라 확장을 위한 ‘신스틸러’ 사업을 통해 문화 전문 인력 양성과 지역 기반 활동의 동력을 마련했다. 13그룹 총 420명의 지역 문화인력 참여와 양성, 그리고 579회에 달하는 교육 및 컨설팅을 통해 지역을 기반으로 문화예술의 기초를 튼튼히 다졌다.문체부가 발표한 ’2023 문화도시성과‘에 따르면, 이러한 지원사업의 파급효과로서 문화예술콘텐츠 매출액 및 문화도시 협업그룹 경제 효과 창출 10.5억원, 시민 문화누림 확대 및 협업그룹 활동 확장에 따른 경제 유발효과 약 68억원으로 분석, 발표했다.
▷ 문화도시, 지역 소멸에 대응한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다포항은 경북 내에서도 비교적 외국인 유입이 활발하고, 포항시가 미래를 대비해 준비하고 있는 경제 구조 전환의 맥락에서 다양한 전문 생산 인구를 끌어들일 수 있는 인프라를 가지고 있는 만큼, 문화산업을 통한 지역 생존 전략을 앞서 추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포항문화재단은 이러한 배경과 함께 포항의 글로벌 기술, 과학 자원과 문화예술을 결합한 ‘Art&Technology(아트앤테크) 문화산업 클러스터’(이하, AT 클러스터)라는 문화산업생태계 구축 전략을 지속해서 제시하고 있다. 포항문화재단이 제시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움직이는 대형 기계 작품 제작과 이를 활용한 공연 및 축제 산업 유통, 미술 및 조형물 시장 ▲공공성 기반의 미술산업(라이트 아트, 미디어 아트, 도시 경관 개선 등) ▲첨단기술 기반의 콘텐츠 산업(AI, VR, XR, 메타버스 등을 활용한 콘텐츠 개발) ▲이를 확장한 MICE 산업이 주축이다.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지역의 여러 주체와의 협력 추진과 비전을 공유해 왔다.먼저 2024년, 대한민국 문화예술분야의 핵심 기관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손을 잡았고, 포항공과대학교, 포항가속기연구소, 한국로봇융합연구원, 지역 기업인 동일산업과 함께 협력했다. 이와 함께 국내외 네트워크도 만들어갔다. 2022년부터 프랑스 툴루즈, 낭트시와 지속적인 예술교류를 진행했고, 이아츠업(e-artsup)이라는 프랑스의 대학과 MOU 체결을 통해 포스텍에서 예술 실험을 진행했다. 특히 2025년에는 프랑스 낭트에서 추진하는 ‘낭트 페스티벌 메이커스 캠퍼스’에 초청을 받아 세부 내용을 조율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서울 성동구, 영등포구, 춘천시 등과의 협력 사업을 논의하고 있다.또한 지난 11월 8일 포항 송도에 위치한 포항해상공원에서 ‘AT 클러스터’ 구축을 향한 포항시의 비전을 담은 선포식을 개최했다. 영남권 유일의 아트&테크의 플랫폼을 통해 지역의 예술가와 전 세계 융합예술 아티스트들이 교류하며 문화산업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비전을 담고 있다. 현장에는 이강덕 포항시장, 김일만 포항시의회 의장, 김정재 국회의원,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문화예술 관계자 및 각계각층의 인사들과 시민 300여명이 참석했으며, 축하 공연으로 ‘그랜드 로보틱 퍼포먼스 <이아피, 희망이 뛴다!> 쇼케이스’를 공개했다.그리고 지난 10월부터 11월까지 ‘AT 클러스터’를 구축하기 위한 프로젝트들의 그 성과들을 모아 ‘2024 포항융합예술주간 《제6의섬 The Sixisles》’을 개최했으며, 두가지 핵심 프로젝트인 ‘Machine Art Lab(머신 아트랩)’과 ‘DNA Art Lab(디엔에이 아트랩)’의 결과 작품들을 퍼포먼스, 전시 등 다양한 형태로 공개했다.‘Machine Art Lab(머신 아트랩)’은 움직이는 대형 기계예술 작품을 창작하고, 이를 공연 및 축제 산업, 미술 및 조형물 시장으로 유통하는 프로젝트이며, 17명의 융합예술 작가가 참여한 ‘DNA Art Lab(디엔에이 아트랩)’은 총 9섹션으로 구성되어 포항가속기연구소, 포항공과대학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로봇융합연구원, 동일산업 등과의 협업, 포항 리서치 등을 바탕으로 첨단 융합 기술을 활용해 창작한 작품들을 융합예술 주간에 발표했다.포항 ‘AT 클러스터’는 포항시의 창의·융합·혁신의 비전과 발맞춘 새로운 문화산업 성장 동력을 표방하지만, 그 안에는 지속적인 인구감소와 지역경제의 위기 그리고 그로 인한 지역소멸이라는 과제를 문화산업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
■ 문화도시 5년, 지속가능한 미래 문화도시로서의 화답문화도시 사업 5년은 행사나 가시적 결과로 드러난 부분 외에도 무형의 자산을 지역에 지속해서 발굴하고 축적해 나가고 있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추진 주체인 포항문화재단의 성장과, 함께하는 지역 전문가 및 예술인들의 성장, 외부 전문가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한 지역화 성공 사례 등이 고무적이다. 이제는 문화도시 사업 현장 곳곳에서 싹을 틔운 긍정과 설레임이 본격적으로 지역에 스며들 수 있도록 즐거운 도전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그러기 위해서는 ▲포항시, 문화기관, 유관기관, 교육기관, 시민사회, 전문가 그룹 등 다양한 부처와 영역의 협력을 통한 지역 문화 정책 설계의 고도화 ▲기존 자치행정국 소관에서 문화체육국(예시)으로의 포항시 조직개편 등 이를 뒷받침하는 지원체계의 안정화 ▲아웃풋, 관람객 수 등 정량적 실적 평가 주의에서 사업의 정성적 성과와 이를 통한 도시와 시민의 변화 등 파급효과를 포함한 지표 확장 등이 필요하다.문화도시 포항의 문화적 실천이 즐거운 결과로 이어졌듯 앞으로 여러 지역의 과제들을 함께 긍정하며 실천해 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