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을 (먼저) 내주고(나서) 뼈를 취한다’는 육골참단은 큰 승리를 위해선 닥쳐올 고통마저도 감내하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내포된 말이다. 지난 12월 3일 밤 10시 20분 윤석열 대통령은 일부 국무위원의 반대 가운데서도 비상계엄 선포를 감행했다. 웰빙과 개인주의가 우선하는 시대상 가운데, 격변기가 될수록 복지부동할 공무원들을 데리고 감행하기엔 엄청난 무리수가 될 수밖에 없지만, 국가원수로서 더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결단에 감행한 것으로 보인다. 후폭풍은 엄청났다. 여당인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헌법과 법률 위반이라고 앞서 나갔고, 야당도 이에 호응 입에 담지 못할 정도의 말들을 쏟아내며 대통령을 비정상적인 인물로 몰아갔다. 경찰과 검찰, 공수처는 자신들이 먼저 대통령 신병 확보를 하겠다고 경쟁을 벌였고, 법원도 영장을 발부해 범죄가 이미 완성된 듯한 이미지를 심어줬다. ‘정론직필’을 외치던 언론도 법률 검토보단 사회 분위기에 편승, 계엄이 내란이며 대통령에 대해선 내란죄의 괴수란 단정 보도를 서슴지 않음은 물론 석고대죄와 조기 퇴진까지 강요했다. 그로부터 20여 일이 지난 지금, 대통령 담화문의 내용에 담긴 대한민국의 실상과 외면받았던 부정선거의 증거들이 하나둘 드러나면서 분위기 반전이 이뤄지고 있다. 검찰이 먼저 내란 수사에서 손을 떼고 공수처로 이첩한 것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수사기획조정관의 핸드폰 압수 사태 등을 볼 때 내란 수사의 혼선과 난맥상이 우려될 정도다. 주요언론들도 이제 대통령이 문제 제기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북한의 해킹과 채용 비리, 부정선거 등에 주목, 보도를 시작하면서 선관위 비리 수사의 불똥이 어디로·어디까지 튈지 예상치 못할 정도에 이르렀다. 게다가 더불어민주당 중진인 김두관 의원의 전자개표기 관련 “부정선거 맞다”란 대법원 재판에서의 폭탄 발언도 기름을 끼얹는 역할을 하고 있다. 잘 알다시피 윤석열 대통령은 법조인이다. 그중에서도 거물급 범죄자들을 잡아들이는 특수부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그가 비상계엄 선포 전 자신에 닥칠 부담감을 검토하지 않았을까. 윤석열 대통령 취임 2년 반 동안 전 정권의 공공기관 알박기와 국회의 여소야대(21대~22대 국회)가 지속되면서 어려움은 가중됐다. 이에 양곡법 등 악법과 특검의 계속된 통과 시도, 22건을 넘어서는 탄핵 소추 시도, 치안·국방·청년·미래세대 예산 삭감 폭거 등은 이재명 대표의 12개 혐의 4개 재판이 다가올수록 더욱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이에 나온 것이 대통령의 육골참단의 결단으로 보인다. 점차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내란 수사, 가짜뉴스에 몸살을 앓고 있는 여론, 재판관 부족에 따른 심의와 심판 가능성을 두고 말들이 많은 헌법재판소 등 주인된 국민이 살펴야 할 것들이 하나둘이 아니다. 이러한 엄중한 상황에 민주당이 국무회의 참석자들에 대한 탄핵마저 시도한다면 국정(행정부)이 마비된다. 국무총리와 부총리가 국무회의에 참석했기에 이들에 대한 탄핵이 이뤄진다면 국무회의 정족수(15인 이상) 미달 사태가 초래, 행정부가 마비되기 때문이다. 입법부에 의한 헌정 사상 최초의 행정부 마비(국정 마비 사태), 이를 국민이 어찌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대한민국의 주인은 헌법이 규명하듯 국민이다. 국정 마비, 국정 혼란 사태를 앞두고 국민은 주인된 역할을 충실히 감당해야 한다. 이미 다수의 법대 교수들과 법조인들이 실명을 공개한 채 이번 사태와 관련, 형법에 규정된 내란죄(형법 제87조)는 적용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내란죄(內亂罪)·외환죄(外患罪)가 성립하지 않는다면 대통령은 재임 중 형사 소추를 받지 않는다. 이제 가짜뉴스에 의해 선동됨은 지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단 한 번으로 족하다. 냉철한 이성과 법리를 적용, 주인된 국민이 다시금 위법(違法) 여부를 살피고 국정안정을 위한 대처 방안을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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