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정다원기자]재계가 `악몽의 12월`을 보내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대내외 악재가 터지면서다. 특히 정상적 국정운영이 어려워짐에 따라 민관 원팀으로 대응해도 부족할 대외 변수를 기업들이 홀로 감당해야 할 처지가 됐다. 혹독한 세밑에 의지가 꺾인 기업들은 일찌감치 한 해를 마무리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22일 재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12월 내내 대내외 경영 불확실성에 시달렸다. 내수 부진과 트럼프 리스크 등으로 이미 코너에 몰린 상황에서 악재가 몰아쳤다.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가 결정적이었다.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의결로 6시간 만에 막을 내렸지만 기업이 맞닥뜨린 후폭풍은 거셌다.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며 재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원재료 수입 의존도가 큰 정유·철강업계나 외화부채가 많은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트럼프 당선 후 솟아오른 1400원대 원·달러 환율도 이미 부담이었는데 계엄·탄핵 사태를 맞아 20일 1450원대로 치솟았다.탄핵 정국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도 재계 리스크를 키웠다. 기업들은 신인도 추락이 예상되는 만큼 고객사 대거 이탈을 우려해 물밑에서 부랴부랴 방어에 나섰다.계엄·탄핵 정국으로 휘말리며 정부의 정책 지원이나 국회의 입법 지원은 사실상 기대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재계 숙원인 반도체특별법은 연내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해당 법안은 보조금 직접 지원과 R&D(연구개발) 인력의 주 52시간제 예외가 핵심이다.재계가 가장 우려하는 상법 개정안은 국회 통과가 임박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한 데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입법 드라이브를 시사했다. 이 대표는 "개인투자자나 소액 투자자들은 신속한 상법 개정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고 지배경영권 남용으로 주식시장 악화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국민적 여론도 분명히 있다"는 입장이다.상법 개정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게 골자다. 재계는 해당 개정안 통과 후 주주 이익까지 따져야 할 경우 회사의 경영상 판단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고, 주주에게 반하는 경영상 결정을 했다가 이사들이 줄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내년 1월 임시국회에서 상법 개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폭풍 같은 12월을 보낸 기업들은 차라리 연말을 일찌감치 마무리하고 재정비 시간을 갖는 모습이다. 업황 부진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당수 핵심산업 기업은 생산 작업을 최소화하거나 공장 가동을 아예 멈추고 있다. 크리스마스 전후부터 연말까지 공동 연차를 적용하거나 휴가 사용을 독려하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재계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기업들이 일찍 한해 마무리를 하는 분위기가 형성됐지만 올해는 대내외 겹악재로 더 뒤숭숭해서인지 그 시기를 앞당기는 기업들이 많아진 것 같다"며 "대부분이 비상 경영 상태인 만큼 위기 대응 인력을 제외하고 대다수 임직원에게 재정비 시간을 제공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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