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민주라는 이름의 `민주당 저질`들로 인해 잠 못 드는 밤이 잦다. 수만 가지 국사(國事)를 제쳐두고, 국가의 모든 것을 불법탄핵 속으로 끌어들이는 민주당 핏빛 눈동자도 보기 싫거니와 쇠소리 나는 붉은 목소리는 더욱 싫다. 자비가 사라진 목탁소리도, 사랑이 퇴색된 정구사 십자가도 보기 싫다.잠자다가 보면, 아내가 내 잠든 방 방문을 열고 바라보고 있다. 우당탕 몸부림치는 소리가 난다는 것이다. 현실의 우울함이 꿈까지 연결된 모양이었다. 가위눌리는 일이 잦아지다 밥맛도 떨어진 지 오래다.오늘은 김장김치를 담그는 날이다. 아침밥을 먹으면서 그만 깜짝 놀래고 말았다. 식탁 위에 막 담근 김치가 있었다. 전라도에서 알아주는 명인 김치란다. 오빠집에서 좀 먹으라고 준 거라 해서 한 입 먹어보다가 그만 놀라고 만 것이다.김치만큼 종류 많고 맛이 다양한 음식은 없을 것이다. 지역에 따라 다르고, 소금맛에 따라 다르고, 들어가는 양념에 따라 다르고, 맛의 취향에 따라 다르고, 심지어 담그는 손맛에 따라 다르다. 여기에 언제 담갔느냐는 시간뿐만 아니라 날씨도 맛에 들어간다. 봄이 다르고 여름이 다르고 가을·겨울이 다르다. 맑은 날씨에 담그면 맛이 촘촘해지지만, 비오는 날이나 흐린 날 담그면 맛이 흐물해진다. 습기 때문이다.김치 종류야, 나무만 빼고 채소라면 뭐든지 양념으로 비비면 그 순간 김치가 된다. 배추 상추부터 인삼까지 아마 100가지도 넘을 것이다. 과일김치까지 포함하면 도대체 얼마나 될까나.문제는 그 김치맛이 엄지를 치켜세울 만큼 좋은 맛이냐는 데 있다. 그리고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김치 맛의 일반화 정도에도 평가는 달라진다. 우리집도 김치맛이라면 어머니 때부터 동네에서 이름난 집이었다. 아무리 전라도 김치라고 해도 모두가 인정하는 맛일 수는 없다. 양념만 범벅칠 한다고 해서 맛이 좋을 수 없기 때문이다. 상큼하고 친근하면서 혀를 감싸주는 감칠맛까지 잘된 김치는 드문 법이다. 그리고 익어갈수록 발효가 잘되는 김치는 흔치 않다.아침밥을 모처럼 맘에 드는 김치로 먹으면서 웃고 말았다. 나라가 이 지경인데 목구멍으로 밥이 넘어가는 것은 김치맛 때문이었다. 어머니 돌아가실 때도 속이 열리지 않아서 밥을 못 먹고 술만 마신 적이 있다. 결국 하도 배가 고파서 밥을 넘기다가 그만 울고 말았다. 지금이 바로 그 심정이다.어찌 되었든 어머니 따라서 죽을 수는 없는 일이었고,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말에 어머니 여윈 슬픔을 잊기로 했다. 그렇듯 나라가 어찌 되든 김장은 해야 될 일이다. 겨울을 지낼 음식·반찬을 준비 안 할 수가 없다. 김장을 하고 그 김장김치가 하얀 눈속에서 발효되어 하루가 다르게 맛이 달라지는 것을 느끼는 것도, 겨울을 보내는 재미 중 하나다. 군고구마 위에 신김치 올려서 먹는 맛이며, 요구르트처럼 동치미 톡 쏘는 시큼한 맛은 꿈에도 잊을 수 없는 맛이다. 더구나 갓김치 긴 가닥을 밥 위에 둘둘 감아서 먹는 맛은, 정말이지 한국인으로 태어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나도 김치를 비비기로 했다. 손은 여자들보다 빠를 수는 없지만, 꼼꼼하게 배춧잎 하나하나 벌려가면서 양념을 비볐다. 김치의 마지막 맛은 정성이다. 정성 없는 음식맛은 바람벽에 세워놓은 수숫대 같은 맛이다. 그러니까 낯모르는 썰렁한 맛이고, 타인의 맛이다. 그래서 김치의 마지막 양념은 정성이다.정성을 다해 비비는데, TV에서 별놈의 개소리가 들린다. 교수란 것들이 시국선언을 하더니 신년 한자성어를 제시했단다.`도량발호(跳梁跋扈)`. 무도한 권력을 가지고 함부로 날뛰는 행위를 지적한 말이다. 아마도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을 놓고 하는 말인 것 같은데, 이는 그야말로 무려 세 차례에 걸친 좌익들의 탄핵행위를 지적하는 말로 들린다.소위 배운 것 자랑하는 교수라는 자들 중에 주사파에 빠져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잃고 날뛰는 자들이 있다. 그 환장할 짓을 두고, 나는 `교수적란(敎授赤亂)`이라 불렀던 적이 있다. 몸은 자유민주를 누리면서도, 정신은 주사파 운동권에 속하는 그들은 소피스트 현학을 자랑하는 자들이었다. 따라서 이율배반으로 살아가는 그들은 본받을 것이 없으니 그냥 지식 장삿꾼들이라 부르고 있다.그래도 김장김치는 담가야 하기에, 교수 따윈 하찮은 것들로 치부해버리고 눈 앞에 놓인 절임배추와 무를 본다. 이것들도 저따위 것들한테는 관심조차 없을 것이다.양념 올려서 비비다 보니까 또 성질이 난다. 도량발호란 말 속에는 `주제도 모르고 혹은 분수없이 제멋대로`란 의미도 들어있다. 머시라고? 분수도 몰라? 대통령이? 아니, 일사부재리 원칙도 무시하고 세 차례나 탄핵을 시도하는 것들은 머시여? 이것들이 민주주의자들이여?입에서 육두문자가 절로 나온다. 이것들 하는 짓이 `홍건지란(紅巾之亂)`이 분명하다. `붉은 머리띠 두른 빨갱이 난`이 틀림없다는 뜻이다."올 김치는 맛있을 것 같으요.“같이 김치를 비비다 말고 동네 이모라 부르는 분이 덕담을 한다. 정치한다는 것들은 이 한마디가 그렇게도 아까울까. 동네 이모님 말씀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2024. 12. 12. 전라도에서 시인 정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