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삼인성호(三人成虎)는 언론 보도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사람의 입소문이 호랑이까지 만들어 낸다’는 비판적인 표현이 팩트만을 말해야 할 언론에 붙은 것은 언론에 대한 모독이다. 그러나 언론이 반발하지 못하는 것은 지금도 그 일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과 신문 등 언론 매체를 통해 쏟아지는 정보가 ‘없는 죄(罪)’도 만들어 낼 정도로 이젠 사회문제의 하나가 됐다. 이에 따라 생겨난 말이 여론몰이, 여론조작이다. 개인의 인권과 자유, 법치, 사유재산권이 보장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여론은 사회를 떠받치는 큰 동력의 하나다. ‘사회 구성원 대다수의 지지받는 의견을 말하는 여론’이 어느새 몇몇 사익 추구 세력들의 도구로 전락, 사회 혼란을 가중시키는 도구가 된 것이다. 민도(民度)가 낮을수록 여론조작범들의 손쉬운 먹잇감이 되고 있다. 이러한 언론의 공정성을 꾀하기 위해 만든 조직이 방송통신위원회다. 정권을 빼앗긴 더불어민주당이 방통위 장악이 무산되자 위원 선임을 미룬 채 세월을 보내다 취임 이틀만인 신임 이진숙 방통위원장까지 탄핵, 헌법재판소 심판까지 받게 하고 있다. 방통위가 부재 상황이 계속되자 편향, 왜곡, 허위 보도들이 더욱 난무하고 있다. 특히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 사실보다는 선동을 조장하는 보도들이 연이어 방송 및 지면을 도배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내란죄(內亂罪) 성립 여부다. 몇몇 언론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언론들은 민주당이 처벌을 주장하니, 죄는 이미 기정사실이란 논조로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더해 군(軍)의 국회와 중앙선관위 진입을 문제 삼고, 지휘관들의 항명성 발언, 의원보좌관들과 몸싸움, 시민 반응 등 자극적인 주변 이야기들만을 대서특필, 국민이 내란죄 성립을 인정토록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내란죄’와 ‘내란중요임무종사죄’ 관련 수사는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수사와 재판, 대법원 판결까지 나와야 확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사안들이다. 언론이 나서 지난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처럼 무속·주술·성적 비하 등의 여론몰이, 여론재판, 마녀사냥을 유도해선 안 된다. ‘유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한다’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굳이 거론치 않더라도 언론이 너무 앞서 나가면 안 된다. 앞서 본지가 ‘계엄 선포와 위법성 분석 정리’(11일자 19면)를 통해 지적한 것처럼, 이번 대통령의 계엄선포는 내란죄(형법 제87조)와 국헌문란조(형법 제91조)를 위반한 것이 없고 계엄과 그 해제(헌법 제89조) 절차도 준수, 위법성을 물을 수 없다. 공안검사와 법무부장관, 국무총리를 역임한 황교안 전 총리는 YTN에 출현, 윤석열 대통령을 내란 혐의 피의자로 입건한 검찰에 대해 “직권남용죄도 안 되고 내란죄도 안 된다”며, “직권남용죄는 대통령 재직 중 수사할 수 없도록 헌법에 돼 있고, 내란죄는 목적범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그는 “내란은 국가 변란 목적 또는 국헌문란 목적으로 해야 되는데 대통령이 왜 그렇게 하겠는가”라며 “지금 대통령이 나라를 지키겠다고 한 말을 국헌문란이다? 지금 대통령이 앉아서 자기가 스스로 국헌을 문란한다? 이건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언론들은 내란죄에 따른 형량과 처벌 수위를 논하기 전 대통령이 3일 밤 발표한 계엄선언문에 적시한 계엄을 선포하게 된 배경을 먼저 정리해 보도했어야 마땅하다. 범죄 성립 요건(구성요건해당성·위법성·책임)이 성립하지도 않는데도, 정치 상황·분위기에 휘둘려 국민감정을 부추기려 하는 것은 가짜뉴스를 유포함과 다를 바 없다. ‘계엄 선포 대국민 특별 담화문’을 통해 대통령은 민주당의 의회 폭거(탄핵 22건, 위헌 법률 제정, 예산 탄핵) 및 부정선거 등을 반국가세력에 의한 내란 조성으로 간주,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이다. 이에 반해 민주당은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내란죄에 해당한다며 고발 및 계엄 관련 특검법까지 통과시켰다.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중차대한 비상계엄, 대통령 탄핵·조기 퇴진 사태 앞에서 결과와 뒷배경 이야기뿐만이 아니라 사안이 발생한 원인과 이유, 배경 등을 종합적으로 취재해 보도해야 마땅하다. 현재와 같이 원인 규명을 위한 노력 하나 없이 사건 현장의 정황 보도와 처벌 수위만을 논한다는 것은 탄핵 세력에 동조한다는 오해와 언론으로서의 사명을 포기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팩트가 아닌 가짜뉴스가 판치는 것은 언론이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내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지금이 바로 언론이 제 역할을 충실히 감당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