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최종태기자]`대왕고래` 첫 시추탐사의 운명을 가를 국회 예산안 처리 본회의가 10일 열렸지만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결국 예산 증액이 무산됐다. 더불어민주당이 1차 시추 예산을 사실상 전액 삭감한 가운데 우원식 국회의장이 중재에 나서, 여야 마지막 협상을 기대했지만 민주당이 ‘이재명표’ 예산 증액을 고집하면서 결렬되고 말았다. 정부·여당은 `이재명표 예산`으로 불리는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예산 3천억원 등 총 1조8천억원을 증액하고, 대왕고래 예산과 예비비 1조6천억원을 복원하는 내용의 증액안을 제안했다.하지만 민주당이 지역사랑상품권 예산 1조원 규모 확대 및 대왕고래 예산 전액 삭감, 고교무상교육 국비지원 유지 등의 입장을 고수해 협상이 결렬됐다. `대왕고래` 시추 예산의 부활은 실패로 돌아갔다. 민주당은 이미 이날 오전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서 4조8천억원을 삭감한 감액 예산안을 이날 강행 처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정부는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 첫 시추작업 관련 예산 505억5700만원을 편성, 국회에 보고했다. 하지만 민주당 등 야당은 기존 정부안 505억원에서 497억2천만원(98%)을 삭감한 수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통과시킨 예산은 8억3700만원에 불과하다.지난 2일 우원식 국회의장이 10일까지 여·야·정이 예산안 관련 합의를 해달라며 직권으로 본회의 상정까지 미루면서 시간을 줬지만, 바로 다음날 터진 비상계엄 사태에 예산안 관련 논의는 전면 중단됐다.민주당은 아예 `대통령 탄핵` 없이는 예산안 협의도 없다는 입장이다.지난 8일 박정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과 예결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기자간담회에서 "윤 대통령 탄핵 없이 예산안 협의는 없다"며 "정부와 국민의힘이 이에 동조하지 않는다면 10일 본회의에서 감액 예산안을 통과시키겠다"고 했다.국회에서의 예산 부활 여부와는 무관하게 시추작업은 본격화한 상황이다.전날 오전 탐사시추 업무를 수행할 시추선 `웨스트카펠라호`는 부산외항에 입항한 상태다. 오는 17일쯤 시추 예정지역으로 출발하기 전 현재 시추에 필요한 자재 선적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끝내 삭감 예산이 부활하지 않을 경우 첫 시추작업 예산은 한국석유공사의 몫으로 돌아가게 된다. 정부의 시추작업은 이미 본격화한 상황으로, 예산 확보 여부와는 관계없이 작업을 중단할 수도 없다는 입장이다.프로젝트 수행 의지와는 별개로 정상 추진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당장 모든 짐을 떠맡게 된 한국석유공사의 재정 여력도 문제다. 석유공사는 지난해 말 기준 총부채 19조6천억원, 자본은 1조3천억원으로, 2020년부터 자본잠식 상태다.사채발행 등을 통해 가까스로 1차 시추작업을 완료한다 해도, 추가 시추작업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시추 1공당 최소 1000억원의 자금이 소요되는데, 정부와 석유공사는 최소 5회, 10회 미만에서 시추탐사를 이어갈 계획이다.막대한 자금 문제 해결을 위해 2차 시추부터는 해외투자를 통해 예산을 충당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비상계엄 여파에 따른 국가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투자 유치 활동에도 악영향이 미치지 않을까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박성택 산업부 1차관은 지난 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예산 확보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지만, 만약 불발이 된다면 어떤 형태로든 대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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