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정다원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확정과 12.3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정국 혼란으로 고환율 상황이 지속되자 국내 식품업계에 위기감이 조성되고 있다. 연말 대목을 앞두고 사회·경제적 불안감이 커지면서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국내 식음료 물가 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원·달러 환율은 1420원대 안팎을 넘나들고 있다. 트럼프 당선 이후 달러 가치가 급등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언과 탄핵 사태 등 국내 정치 불안까지 겹치면서 원화 약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실제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 야간 거래에서 환율은 1442원까지 상승하며 2022년 11월 이후 약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치적 불안과 국제 경제 요인이 겹치면서 당분간 원화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이 같은 원화 약세 현상은 장기적으로 국내 식품업계에 큰 악재로 작용한다. 한국은 밀가루·대두·옥수수·팜유·치즈·원두 등 대부분의 곡물 및 식품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환율 상승은 곧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앞서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과 비교해 1.5% 상승하는 등 3개월 연속 1%대를 유지하며 한동안 물가가 안정세를 보이는 듯했다.그러나 업계에선 트럼프 정부 출범과 계엄 사태로 인한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소비자물가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고환율 기조가 지속될 경우 식품기업의 원재료 매입 원가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버티던 기업들도 결국에는 줄줄이 가격 인상을 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이미 올해 하반기에도 국내 식품업계는 원재료 가격 상승을 견디지 못하고 잇따라 제품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오리온은 초콜릿 함유 제품 13종의 가격을 지난 11월 1일부터 평균 10.6% 인상했으며, 샘표식품은 양조간장(500g) 가격을 11.3% 올렸다. 동서식품 또한 맥심 커피믹스와 카누의 가격을 평균 8.9% 인상했다.물론 수출 의존도가 높은 일부 업체는 이번 고환율 상황에서 반사 이익을 볼 가능성도 있다. 불닭볶음면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삼양식품의 경우 지난 3분기 기준 수출 비중이 약 85%인 만큼 환율 상승 효과가 기대된다. 다만 삼양식품 역시 국내에 생산공장을 운영 중인 만큼 원재료 부담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업계 관계자는 "계속되는 강달러 현상에 대비해 원자재 수급 안정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고환율과 정국 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식품업계는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생존을 위한 전략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