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에 설치된 교통안전시설물은 보행자와 운전자 및 원활한 교통 흐름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다.
도로분리 탄력봉, 중앙선을 구분하는 차선분리 탄력봉, 보·차도 분리 볼라드 등 형태와 재질이 다양한 시설물들은 도로교통의 핵심 안전장치로 여겨진다.하지만 관리 부실로 인해 이러한 시설물이 오히려 사고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얼마 전 안동과 영주를 연결하는 도로에서 발생한 사고는 관리 소홀로 인한 대표적인 사고 사례다. 도로 위에 쓰러진 탄력봉을 피해 차선을 변경하려다 갓길 경계석과 충돌한 사고로 이는 교통안전물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금 상기시켰다. 운전자 과실로 여기기엔 과하고 도로 관리 주체의 태만이 부른 사고라고 볼 수 있다.
특히, 탄력봉 설치 과정에서의 문제도 적지 않다.
도로에 구멍을 뚫고 앙카볼트를 고정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나, 부실하게 설치된 경우 바람에도 쉽게 쓰러지며 도로를 위험 지역으로 바꿔놓는다. 여러번의 앙카볼트 설치는 장기적으로 도로 파손까지 초래한다. 도로 곳곳에 설치된 볼라드 역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을뿐만 아니라, 뽑힌 채 방치된 볼라드는 보행자들에게도 위험을 가하며, 도시 미관까지 훼손한다. 보행자를 위한 시설물이 오히려 안전까지 위협한다면 이는 관리 주체의 태만이 빚어낸 역설적 상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도로안전시설물 관리 체계에 있어 근본적인 문제는 명확한 관리 주체가 없다는 데 있다.
국도관리청, 도, 시·군·구, 안전공단, 경찰서 등 여러 기관이 관여하고 있지만 통합적인 관리 시스템은 부재한 실정이다.
지자체는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시설물의 50~60%를 민원에 의존해 관리하고 있는 현실이며, 민원에 따라 무분별하게 설치된 시설물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렵기 때문에 설치 과정에서 철저한 검토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이미 설치된 시설물도 정기적인 점검과 신속한 보수가 뒤따라야 한다. 도로안전시설물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단순 설치에 그치지 않고, 유지·보수 및 점검시스템의 일원화와 관리 주체 명확화가 시급히 확정돼야 한다.
시민들의 협조를 기반으로 사고와 재해로 파손된 시설물을 즉각 복구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
교통안전시설물은 안전을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 관리 소홀로 오히려 위험을 초래하는 일이 없도록, 지자체와 관련 기관의 적극적 대책 마련과 지속적인 점검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이는 단순한 유지관리의 문제가 아니라 도로교통 안전을 위한 기본 중의 기본이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이 달린 문제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