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특별시 출범이 가시화되면서 행정 통합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2026년 7월 출범을 목표로 하는 이 거대한 행정 실험은 단순한 지역 통합을 넘어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 역사적인 발걸음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결코 낮지 않다.통합의 당위성은 분명해 보인다. 행정 효율화를 통한 예산 절감, 광역경제권 형성을 통한 경쟁력 강화, 수도권 일극체제에 대한 견제 등 장점이 적지 않다. 특히 인구 감소와 경제 침체라는 지방의 구조적 위기 속에서, 규모의 경제를 통한 돌파구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그러나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주체가 소외되고 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다. 바로 지역 주민들이다. 현재까지의 통합 논의는 관 주도로 진행되어 왔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중앙정부 간의 합의는 이뤄졌지만, 정작 이 변화의 직접적 영향을 받을 500만 시도민의 목소리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지방자치의 본질은 주민자치에 있다. 헌법과 지방자치법이 보장하는 지방자치제도의 핵심은 주민들이 자신의 삶과 직결된 문제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지방자치를 강화하기 위한 통합 과정에서 정작 주민자치의 원칙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더욱 우려되는 것은 재정 문제다. 2024년 기준 대구시의 재정자립도는 39.1%, 경북도는 26.06%에 불과하다. 이는 전국 평균인 48.6%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통합 이후 규모는 커지겠지만, 열악한 재정 여건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행정서비스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 1995년 시군통합 사례에서 보듯, 충분한 재정적 뒷받침 없는 통합은 하향평준화로 이어질 수 있다.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향의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주민투표를 통한 민의 수렴이다. 주민투표법은 지방자치단체의 통합 과정에서 주민 의견 수렴을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정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둘째, 획기적인 재정 확충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지방교부세율 상향은 물론, 양도소득세 등 국세의 지방세 이양, 특별법을 통한 재정 지원 등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대구경북특별시 출범은 단순한 행정구역 통합이 아닌, TK 백년대계를 좌우할 역사적 결정이다. 이 중차대한 과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주민들의 공감과 지지가 필수적이다. 관 주도의 일방적 통합이 아닌, 민심이 이끄는 통합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여소야대 국회라는 정치적 난관을 극복하고, 진정한 의미의 지방자치를 실현하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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