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 나의 꿈은 마도로스가 되어 세계 여행을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낮은 시력과 치아 문제로 신체검사에서 불합격, 마도로스의 꿈을 접어야 했다. 또 다른 꿈은 건축가였으나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혀 꿈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초등교원의 길로 가게 됐다. 초등교원이 되고 싶은 적이 한 번도 없었기에 교대에서는 공부를 그리 열심히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성적은 좋지 않았고 후 순위로 발령을 받았다. 당시는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한 학생이라면 국민학교 2급 정교사 자격증을 주었고 지금과 같은 별도의 임용고시 없이 학교 성적만으로 시도와 순위를 정해서 누구나 발령받을 수 있었다. 그러했기에 초등교원이 별로 되고 싶지 않았던 나였음에도 4년간의 교육과정과 동료들 간의 협력학습, 다양한 토론을 비롯한 과정을 통해 교원으로서의 꿈과 소양과 품성을 키워갈 수 있었다. 달리 말하면 임용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었던 것이 큰 작용을 한 것이다. 지금과 같은 임용고시가 있었다면 교원이 되고자 하는 꿈을 아마 접었을 지도 모른다. 암기를 위한 고3까지의 공부에 이미 넌더리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교대에서까지 암기 공부에 시달렸고, 또 임용을 위해 진저리나는 암기공부까지 해야만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임용고시를 통해 발령받은 새내기 교원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교육학적 지식은 있으나, 세상을 교육적으로 바라보는 시야가 좁다는 것을 느낀다. 나와 대화를 나눈 교원 중 다수는 자기가 모르는 분야의 이야기 즉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가 많다고 한다.이에 더하여 음악시간에는 피아노를 비롯한 악기로 반주하고 실연하면서 수업하는 선생님을 보기가 희귀한 시대가 됐다. 물론 교수자료의 발달로 인한 원인이 있다고도 하겠으나 노래방에서 노래 부르듯 하는 음악시간이 내게는 뭔가 항상 부족함을 느끼게 한다. 결혼식장이나 공연장에서 녹음 반주에 맞춰서 축가나 노래를 부르는 가수의 모습을 볼 때와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생동감이 빠진 듯한 수업이다. 이는 임용고시라는 관문을 통과하기 위한 준비가 무엇보다 앞서야 하기에 교원으로서 갖춰야 할 꿈과 인성적 자질을 비롯한 덕목 함양, 교과 지도에 필요한 재능계발과 같은 폭넓은 공부를 다소 소홀히 한 결과가 아닌가 생각된다. 임용과 학교 성적이 우수한 교원이라고 해서 반드시 아이들을 잘 가르친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님을 현장에서 많이 본다. 예전 학창시절의 선생님 중에는 실력은 있다고 하는데 아이들은 잘못 가르친다고 하고, 그에 비해서 실력은 좀 없다고 하는 데도 잘 가르치신다고 하는 것을 본 적이 있음이 그 증거라 하겠다. 교원 임용고시가 교원을 채용하기 위한 객관적 기준이 되기에 어찌할 수 없다고는 하겠으나 이도 개선해야 할 필요는 있다고 하겠다.  예로 누구나 알아야 할 기본적인 내용을 묻는 것이 아니라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서 즉 불합격자를 만들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구석진 곳에 있는 내용을 묻는 경우가 많아서 임용고시 준비에 쓸모없는 에너지를 더 많이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에너지가 아이들의 지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관련성이 깊다면 더 할 말이 없겠으나 단지 줄 세우기에 지나지 않아 학교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라 할 수 있는 아이들의 전인적 인물 형성과는 관련성이 별로 없다는 것이 문제다. 아이들에게 단지 지식만을 갖게 하는 것이 목표라면 학원이나 개인과외를 통해 아이들을 가르치면 될 일이다. 국가에서 그 많은 예산을 투자하면서까지 굳이 교원을 양성하고 학교라는 기관을 유지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는 거시적 안목에서 바라본다면 단순히 지식을 잘 가르치는 선생님보다는 국가가 필요로 하는 애국적, 도덕적, 인격적, 열정적, 창의적인 인재를 잘 키워내는 선생님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원 자신부터 먼저 철저하게 준비하고 잘 무장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교대 졸업이라는 것만으로도 교원으로서의 자질을 갖추게끔 교육과정과 교수진을 재구성함은 물론이거니와 부적격자를 사전에 철저하게 걸러낼 장치 또한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을 생각할 때 앞으로의 교원 임용은 학번에 따른 발령 순위 시험으로 하든지, 예전의 학교 성적순으로 하든지 해야 할 것이다. 교원자격증을 받았다는 것은 교원 발령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이미 인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교원 수급 문제는 교대 정원을 정할 때 예측해서 선발하면 될 일이다. 중등은 사범대가 아닌 일반대학 출신이어도 관련 교직과정을 이수한이라면 교원자격증을 주기에 자격증을 받은 이의 수가 많고 자격증이 있으면 누구나 임용고시에 응할 수 있기에 초등보다는 경쟁률이 높다. 이는 결국 임용고시에 대한 스트레스가 그만큼 더 크다고 하겠다. 사범대 출신의 기존 1호봉 가산 외의 특별한 채용 특혜가 없다면 굳이 사범대가 필요한가란 생각도 하게 된다. 해서 조금은 지나친 생각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과거에 시행했던 초등교원의 임용과 장교 임관 방법처럼 했으면 한다. 지금의 자유 대한민국은 무너져 가는 위기에 처해 있음을 본다. 어쩌면 자유를 잃고서 또다시 종의 멍에를 메어야 하는 망국의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면 아찔하다 못해 두렵기까지 하다. 소위 교육을 받았다는 이들 즉 머리 좋다는 이들 중 투철한 국가관과 도덕적 윤리관이 낮은 이들로 인해 나라와 기업들이 망쳐지는 일들이 비일비재함이 그 증거라 하겠다. 이는 결국 교육을 책임진 교원들이 잘못 가르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기에 이대로의 교원 임용고시 꼭 필요한가? 라고 되묻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러한 모든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과 암기보다는 창의적이고 열정적인 인재가 무엇보다 필요한 시대임을 직시할 때 현 임용고시의 문제점을 반드시 개선해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예비교원들의 과중한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공부하는 에너지의 방향을 바꿔야 할 것이다. 그러할 때 나무만을 기르고 숲을 가꾸지 못하는 실패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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