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요계의 `쎄시봉`, 영화 `써니`를 필두로 뜨거워진 복고 바람이 올해까지 거세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를 달군 `쎄시봉`이 60~70년대 문화를 상징했다면, `써니`에 이어 올초에 불기 시작한 복고 바람의 중심에는 80년대의 문화와 시대상이 놓여있다. 현재 우리 문화의 주요 생산자이자 소비자인 30~40대 연령층이 어린 시절, 또는 젊은 시절을 보낸 시대가 80년대인 점을 고려하면, 복고풍의 핵심 코드가 70년대에서 80년대로 넘어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도 분석된다. 다음달 2일 개봉하는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의 전성시대`는 80년대를 주요 소재로 다룬 대표적인 영화다. 80년대 중후반에 부산 지역을 장악한 조직폭력배 일당과 수완 좋은 로비스트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혈연과 인맥, 폭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한 80년대의 부정·부패상을 다뤘다. 장르로 보면 누아르에 가깝지만, 인물들의 개인적인 배신과 음모의 기저에는 당시 엄혹한 사회 분위기가 깔렸다. 영화 속 주인공들의 옷과 헤어스타일, 거리의 풍경에는 80년대의 느낌이 짙다. 나이트클럽에서 흘러나오는 댄스그룹 소방차의 노래, 영화 주제곡으로 `장기하와얼굴들`이 리메이크한 `함중아와 양키스` 원곡의 `풍문으로 들었소`는 시대 분위기를 물씬 낸다. 80년대가 단순히 영화의 시간 배경으로 쓰이는 데서 한발 나아가 주요 소재이자 영화를 지배하는 핵심 코드로 등장한 것이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의 한 장면. 지난 13일 공연을 시작한 쥬크박스 뮤지컬 `롤리폴리`도 80년대 복고풍을 이끈다. 한 친구의 죽음으로 중년이 되어 다시 만난 10대 시절 친구들의 우정과 사랑이야기를 1970-80년대를 풍미한 인기 팝송으로 엮은 공연이다. `맘마미아`로 이미 중장년층 관객에게 친숙한 뮤지컬 배우 박해미와 가수 장혜진이 주인공 역을 맡았고 걸그룹 티아라의 멤버인 효민과 지연이 어린 시절 역할을 맡아 신구 세대의 조화를 꾀했다. 80년대 복고 문화를 향유하려는 수요가 높아지면서 당시 인기를 끈 외국 가수들의 내한 공연도 잇따른다. 80년대에 지금의 아이돌 그룹인 영국 출신 팝 그룹 듀란듀란(Duran Duran)이 오는 3월12일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내한 공연을 한다. 지금은 중년이 된 여성 팬들의 티켓 예매율이 높다고 공연 관계자들은 전한다. 앞서 영화 `써니`의 주요 테마곡 `써니(Sunny)`를 부른 80년대 인기 그룹 보니엠(Boney M)도 오는 27일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내한 공연을 한다. 설 연휴를 겨냥해 개봉한 영화 `댄싱퀸`은 80년대를 지나 90년대 초반 대학을 다닌 X세대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주인공인 `엄정화`가 댄싱퀸의 꿈을 꾸게 된 단초는 90년대 초 나이트클럽을 춤으로 평정하며 `신촌마돈나`란 별명으로 불렸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동창인 엄정화와 황정민이 다시 만나 사랑을 키우는 계기도 황정민이 시위 현장에서 다쳐 입원하게 되면서다. 2010년대에 소시민으로 살아가는 이들은 가슴속에 간직한 꿈과 낭만을 버리지 못해 제2의 삶을 모색한다. 영화 초중반의 주요 에피소드가 80년대와 90년대 초를 배경으로 하는 데다 비슷한 세대의 이야기를 다뤄서인지 개봉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30-40대 관객의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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