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계절도 무르익어 단풍이 익어가는 가을, 해마다 이맘때면 결혼식 청첩장이 많이 날아들곤 합니다. 지난 주말만 하더라도 지인 자녀들 결혼식 두 건에 집안 상견례 한 건이 있었지요. <사랑 그리고 결혼> 이 얼마나 성스럽고도 아름다운 단어인지요. 이처럼 아름다운 가을날 결혼하는 신랑신부는 더없이 풍요롭고 행복할 것만 같습니다. 지금 결혼하는 신혼부부, 결혼을 앞 둔 예비부부 모두에게 축복의 말을 전해드립니다.이미 결혼한 부부들의 사연을 들어보면 얼마나 흥미진진한 러브스토리들이 많은지 모릅니다. 만남부터 결혼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들로 가득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월이 흐른 뒤의 모습을 보면 처음과 같지 않은 사람들이 많은 것은 이상하기도 합니다. 진짜 사랑하여 죽고 못살아 결혼하였으나 채 몇 년 지나지 않아 헤어지는 커플도 있고, 사랑의 ‘사’ 자도 모르고 맞선 본 사람과 한두 달 만에 결혼해서도 아이 몇 낳으며 잘 사는 커플들도 있습니다. 또한, 사랑하여 결혼한 사람과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았지만 어느 한쪽 배우자와 일찍 사별을 하는 경우도 있고, 원수도 이런 원수가 없을 정도로 매일 싸우고 서로를 비난하면서도 노년까지 장수하는 커플도 있습니다. 결혼 횟수도 각기 달라서, 애석하게도 단 한 번의 결혼도 하지 못한 사람이 있고, 대개는 한 번 또는 두 번이지만, 많게는 서너 번까지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부부의 인연은 아무도 알 수가 없는 것이고, 사랑과 결혼이 반드시 비례하는 것도 아닌 듯 합니다.우리 동양 문화권에서는 한 번 결혼을 하면 그 상대와 백년해로를 하는 것이 이상적인 결혼인 듯 보여집니다. 결혼식 주례에서도 가장 많이 듣는 얘기가 검은 머리 파 뿌리가 될 때까지 이지요. 그러나 사실상 사랑도 결혼도 사람이나 환경, 문화에 따라 상대적이기도 하고 시대의 변화에 따라서 결혼은 꼭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많이 옅어 지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선택하여 결혼을 하고싶어 하나 사랑이라는 감정이 과연 어떤 것인지, 그 사랑이라는 감정의 지속기간은 얼마나 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학적 분석에 따르면 사랑할 때 분비되는 도파민이나 엔도르핀이라는 호르몬이 처음 몇 개월 간 지속되다 서서히 줄어들어 정상으로 돌아온다고 합니다. 물론 이것이 우리 인체의 정상적인 메커니즘이지요. 심박수가 증가하고 도파민의 극치인 상태로 계속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니까요. 그래서 사랑으로 시작해서 정으로 산다고 하는 말이 어쩌면 정답일지도 모릅니다. 살다 보면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어 그야말로 상대방에 대한 연민과 애정 미움까지도 모두 끌어안고 가는 것이 결혼생활일 터이니, 바로, 정(精)이라는 한 단어에 모두 녹아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사랑의 유통기한은 짧을지라도 정은 유효기간이 없을 뿐더러 시간이 지날수록 더 깊어지니까요. 천상 배필 또는 천생배필(天生配匹). 하늘에서 맺어준 잘 어울리는 짝이라는 말을 뜻합니다. 흔히들 찰떡궁합인 커플일 때 천생연분이다, 천상 배필이다 라고 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천생연분이라 생각하든, 악연이라 생각하든 생각의 차이일 뿐 어쩌면 양쪽 모두 천생배필일 지도 모릅니다. 불교의 윤회론에 따르면 수많은 생을 거듭하며 현생의 인연이 이어져 오기에 옷깃만 한번 스쳐도 이미 전생에서는 어떠한 인연이 있었던 사람이라는 것이지요. 옷깃 한 번 스친 인연도 그러할지니 하물며 평생을 함께하는 배우자라면 어떠한 인연이었기에 배필이 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부부의 인연은 가히 보통 인연은 아니었지 않을까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쩌면 이번 생에서 배우자로 만나게 된 것은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할 인생의 숙제가 남아있어 다시 만나게 된 것이 아닐지요.그렇다면 배우자는 어떤 관계여야 할까요.항상 답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즉 아내는 남편에게, 남편은 아내에게 배우자고 `배우자` 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또, `배필` 이라는 건 한 ‘배’를 타고 먼 항해를 떠날 식구이니 ‘필’히 가장 먼저 위해 주고 챙겨 주어야 할 사람이라고 정의를 해봅니다. 즉, 한 배를 탔다 는 말은 공동운명체로서, 부부란 한 배를 타고 한 쪽 방향으로 함께 노를 저어가야 하기에 일심동체가 되어야만 하겠지요. 그래야만 험난한 파도와 거친 풍랑에도 무사히 항해를 마칠 수 있을 테니까요. 지난 해 11월 말 <대구광역시행복사회진흥서시스원>에서 예비 부부를 위한 청바지아카데미 (청년이 바라는 지금가족) 시범 운영을 했습니다. 필자는 웨딩드레스 피팅과 메이컵 파트의 강의를 다녀왔습니다. 풋풋한 예비 부부들의 모습을 보니 너무나 행복하기 그지없었지만 주최측의 교육 커리큘럼에는 다소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5주간 11회차의 교육 커리큘럼 중, 부부간 의사소통 즉 사랑과 결혼, 부부의 의미에 대한 정신적인 교육 부분이 단 1회밖에 없었고 대부분이 재테크,경제,세금 등 현실적인 부분의 교육이었다는 점이 안타까워 담당자님께 조심스레 건의를 드리고 돌아왔습니다. 우리 사회의 이혼율이 급증하고 있음에도 인륜지대사인 결혼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도와 줄만한 곳이 없다는 점이 못내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그러나 시작이 반이라고, 이러한 시도를 한다는 점은 높이 평가하며 앞으로 점진적인 발전이 있으리라 기대도 해봅니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유치환 시인의 <행복> 첫 문장입니다. 결혼 적령기라는 의미도 점점 사라지고 있는 요즘 시대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선택하고 그와 결혼하고 싶은 것은 여전히 믾은 젊은이들의 바램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결혼이라는 것은 때때로 사랑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사랑하는 사람을 선택하지 못할 바 에야 <내가 선택한 사람을 사랑하겠다>고 마음먹어보는 건 어떨까요. 어쩌면 이 자세야 말로 오늘날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겐 더 어울리는 말이자, 보다 적극적이고 지혜로운 자세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언젠가 인생 소풍을 끝내는 날 비로소 모두가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라고 말 할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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