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이 탄소 중립정책 추진과 인공지능(AI) 반도체, 데이터센터 운영에 따른 에너지원으로 원자력발전을 채택하면서 ‘원전 르네상스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독일 등 탈원전을 선택했던 유럽도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를 경험하면서 폐기했던 원전 정책을 다시 들고 나왔다. 이들 선진국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아시아의 여러 나라도 이젠 원전에 대한 관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과거 선진국만이 사용하던 에너지란 개념에서 점차 중진국 수준으로 활용 폭이 넓어짐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원전을 제작해 제공하는 국가는 소수에 불과, 대한민국도 끊임없이 러브콜을 받고 있는 국가 중 하나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참가한 각국 대표들과의 모임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방산산업과 함께 안전과 가성비를 두루 갖춘 원전 관련, 질문이 끊이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세계 원전 수출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국가는 세계 최고 수출국인 러시아를 비롯한 미국과 중국, 프랑스, 대한민국 정도다. 지난 2017년 문재인 정권이 탈원전을 선언하고, 우리나라 원전 업체들이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지식재산권 분쟁에 휩싸이면서 세계 원전 시장은 러시아와 중국으로 양분돼 있다. 이들 두 나라가 현재 전 세계 74%의 원전 건설을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4일 현대건설이 총사업비 19조원 규모 불가리아 원전사업 건설공사를 수주했다. 이는 최근 한국수력원자력의 체코 원전 수주에 연이은 해외 수출로 윤석열 정부의 원전 르네상스 정책이 본격적인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평가다. 현대건설로는 이번이 두 번째 해외 원전 수출이다. 지난 2009년 20조원 규모로 아랍에미리트(UAE)에 건설한 바라카 원전에 뒤이어 이뤄낸 성과다. 이는 우리 정부가 미국과 ‘한·미 원자력 수출 및 협력에 관한 기관 간 약정(MOU)’에 서명함으로 성사될 수 있었다. 미국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이 자신들이 개발한 원자로 설계 특허 기술을 활용 중이며, 이 기술을 자사 허락 없이 제3자에게 사용할 수 없다고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에 양국 정부는 조정에 들어가 원전 공동 수출에 협력을 강화한다는 합의까지 이끌어 낼 수 있었다. 현대건설은 고리 1·2호기 건설을 시작으로 국내 36개 원전 중 24기 건설에 참여한 바 있는 전문 원전 건설기업으로, 울진 신한울 3·4호기 건설도 담당하고 있다.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7년간 중단됐다가 지난달 30일 착공에 들어간 신한울 3·4호기 건설사업은 720만여 명의 고용 창출은 물론이고, 2조원의 지역경제 기대 효과가 예상되는 사업이다. 게다가 대통령실이 5일 “소형모듈원전(SMR)을 비롯한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만큼 경북 도내에는 향후 또다시 원전 건설이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력자급률(216%)이 전국 1위인 경북 지역에 분산에너지법(2024.6.14.시행)에 따라 2026년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가 본격 시행되면 에너지 소비율이 높은 대기업 유치가 손쉬워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기업들이 운용하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데이터센터, 이차전지 산업 등은 ‘전기 먹는 하마’라 불릴 만큼이나 막대한 양의 전기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이에 수도권 등 전력자급율이 낮은 지역의 경우, 막대한 예산과 함께 수년에 걸쳐 송전선로 등 전력망 구축을 추진해야 한다. 최고의 효율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소형모듈원전(SMR) 역시 개발과 건설까지는 상당한 기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도 개발 중이며 상용화까지는 5~10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모두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원전 소재지인 경북에 에너지산업과 연구소 등 에너지 소비율이 높은 산업을 유치하는 것이다. 값싸고 풍부한 전력을 보유한 경북이 내년 초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에 지정돼, 원전 인근 시·군은 물론 포항과 구미 등 산업도시들이 더욱 활성화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