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환자가 발생, 119 구급차가 신속히 도착해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하려는 중 ‘응급실 뺑뺑이’가 생겨나는 것은, 응급실 의사가 없어서가 아니라 환자를 처치할 전문의가 없어서다. 대부분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등 중증환자 발생 시 이뤄지는 일이다. 소방청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22~23년 사이 ‘119 구급대 재이송’ 사례는 총 9400여 건이다. 연간 거의 1만명의 환자가 생사의 ‘골든타임’을 길바닥에서 보낸 것이다.최근 대전에서 28주차 임산부가 응급분만 병원을 찾지 못해 헤매다 결국 200여 km떨어진 전남 순천에 있는 병원까지 가서 출산하는 일이 발생했다. 신고자가 119에 도움을 요청한 지 4시간 30분만에 벌어진 일이다. 다행히 1.3kg으로 출생한 신생아와 산모는 모두 건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건이 우리 지역에서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만족해야 하나. 만일 또다른 급박한 일들이 우리 지역, 우리 가족에게서 발생한다면… 답답한 마음 금할 길 없다. 최근 의대 증원 여파로 전공의 문제로 병원 주변 여건이 녹녹지않는 터라 혹이나 가족 중 어려운 일이 생기자 않을까 우려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병원비 걱정에 앞서 제대로 치료나 받을 수 있을까 걱정마저 나온다. 의대 증원 정책이 최근 의료사태를 낳았고 응급실 뺑뺑이마저 심화시켜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응급실 뺑뺑이는 의대 증원 이전에도 이미 있어왔다. 어찌 보면 응급실 뺑뺑이 같은 사태들이 ‘의사 수를 늘여야 하겠다’란 생각을 국민에게 더 심화시켰는지도 모른다. 최근 발생한 의료사태는 의대 증원을 반대한 의사들로 인해 발생한 인재다. 이전에도 의료 공백은 있어 왔다. 의대생들이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흉부외과, 외과 등을 기피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이에 정부가 산부인과에 분만 수가를 올리는 등 기피 진료과에 건강보험 수가를 상향시켰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공의들이 경제적으로 유리한 과들에 집중 지원하는데, 이는 가격을 마음대로 올릴 수 있는 비급여 진료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반적인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것이 의대 증원이며 실재 10년 후에라야 늘어날 의사 수를 두고 현재 의사들까지 동조해 의료 공백 사태까지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의사들이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가운데 이미 간호법은 국회를 통과했고, 다음달 초가 되면 의대 합격자까지 발표된다. 야당도 정부 정책을 반대하고자 발을 빼고 있지만 의대 증원은 국민 대부분이 찬성하는 정책이다.    정부와 정치권 의료 단체가 참여하는 공식 협의체가 오는 11일 출범한다. 의료는 국민 생명을 담당하는 공적 영역이다. 당리당략과 집단 이기주의가 아닌 국민 위한 의료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 국민 생명을 담보로 한 어떠한 주장도 국민은 용납할 수 없다. 공익을 위한 결단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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