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나라 정치판은 `명태균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분위기라 매우 안타깝고 우려스럽다.
정치브로커 한 사람의 황당한 주장에 연일 언론 주요 뉴스를 장식하고, 정치판을 들쑤셔지고 있으니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대통령 부부와 용산 대통령실, 여의도 국회를, 나아가 한 나라의 정치를 제 손아귀에서 쥐락펴락한 것으로 떠들고 있어 온 나라가 마치 벌집을 쑤셔놓은 것 같다. 온갖 의혹에도 `감히 나를 잡아갈 수 있는지 두고 보자`는 식으로 폭로(暴露)를 이어가고 있다.벌써부터 명 씨와 연루된 정치인이 20여 명에 달하고, 이들을 둘러싼 의혹들도 불거지기 시작하면서 파문이 일파만파(一波萬波)로 더욱 확산되고 있다. 특히 명 씨는 지난 대선 기간 아침마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에게 스피커폰으로 전화가 왔다고 했다. 또한 대통령실의 해명도 국민의 의혹을 풀어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한편 이같은 여파가 어디까지 갈지 예측을 할 수가 없다.
더욱이 명태균 씨가 지난 10월 15일 공개한 카톡 내용을 보면 귀를 의심할 정도다. 김 여사는 명 씨에게 “제가 명 선생님께 완전 의지하는 상황에서 오빠가 이해가 안 가더라고요. 지가 뭘 안다고”라는 문자를 보냈다. 명 씨는 같은 날 김 여사가 자기에게 보낸 “철없이 떠드는 우리 오빠 용서해 주세요”, “무식하면 원래 그래요”, “암튼 명 선생님의 식견이 가장 탁월하다고 장담합니다” 등의 카카오톡 캡처본을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이 문자에 대해 윤 대통령 입당 전 김 여사가 사적으로 나눈 대화라며 정치적 의미를 축소했다. 또 김 여사가 여기서 오빠라고 지칭하는 사람도 윤 대통령이 아니라 김 여사의 친오빠라 해명했다. 이 해명에 대해 명 씨는 친오빠는 정치를 논할 상대가 아니다라고 즉각 반박했다. 그때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도 당시 윤 대통령은 명 씨에게 ‘명 박사’, 김 여사는 ‘선생님’이라고 호칭했다고 말했다.
김 여사가 말한 ‘오빠’가 친오빠라 해도 대선 후보 처남의 비선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 아무튼 ‘오빠’가 누구든 명 씨가 대통령실의 해명과는 달리 김 여사와 정치적으로 깊게 논의한 것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선 당시나 지금이나 아무런 직위를 가지지 않은 김 여사가 정치에 연루되는 것부터 적절한 처신은 아니다. 김 여사가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와 8차례에 걸쳐 7시간 50분가량이나 통화한 것도 역시 이해가 되지 않는다.
또한 공개된 문자 내용에 따르면 여론조작이나 김 여사 공천 연루 등의 의혹도 제기된다. 명 씨는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이 자신을 감옥에 보내겠다고 협박하며 내용을 다 공개하라고 해서 공개했다고 했다. 또 명 씨는 자신이 모든 것을 공개하면 더 큰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 위협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같은 정치브로커 한 사람의 황당한 주장에 연일 정치판이 들쑤셔지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지금 우리 정치판 어디를 봐도 긍정적 에너지는 보이지 않는다.대한민국이 나아가야할 올바른 방향을 고민하고 토론하며 협치(協治)를 해도 부족한 상황에서 개인과 정당, 그리고 권력만을 위한 아집(我執)이 무슨 소용인가. 이제 검찰은 갈수록 증폭되는 명태균 의혹을 보다 신속하고 엄정(嚴正)한 수사를 통해 하루빨리 규명(糾明)하기를 우리모두는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