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세상’이 되면 삶이 더 편리하고 풍요로워질 수 있다고 하는데 연세가 많은 분들은 마냥 기쁘시지만은 않는 것 같다. 손에 쥐고 있는 최신식 휴대전화마저도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 한정되고, 새롭게 기능을 배우고 익히는 것은 물론 기억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AI(인공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는 인간의 행동을 분석해 얻은 광범위한 데이터를 사용해 인간을 ‘모방’하도록 한 프로그램으로, 인간 지능이 가지는 학습·추리·적응·논증 등의 기능을 갖춘 컴퓨터 시스템을 의미한다.세상은 온통 디지털 세상으로 바뀌고, AI(인공지능)이 인간의 삶을 편리하도록 돕는다지만 모든 일에는 명암(明暗)이 존재하는 법이다. 가난한 자가 불쌍하다고 일방적으로 돈을 나눠주게 되면 성실하게 일하려는 이들이 사라지고, ‘법이 선악을 분별하게 한다’고 말하지만 악인 교묘하게 자신의 죄를 덮고자 법을 악용하고 그 의도가 실현된다면 가치 중립적인 법도 악의 도구로 전락하고 만 것이 된다. 또 군인에게 휴대폰 사용을 허용하니 군 생활 중 자유로움은 늘어났으나, 인상된 월급으로 도박에 빠지는 것은 물론 성착취물을 제작·유포·관리하는 등 온갖 범죄를 저질러 수사기관에 붙잡혀가는 일도 생겨났다. 청소년 디지털 성범죄도 점차 늘어나 학교와 사법당국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란 상대방의 동의 없이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유포하거나 이를 빌미로 협박하는 행위를 말하는데, 최근에는 사이버공간에서의 성적 괴롭힘도 포함된다. 세계 최고속 인터넷 보급률과 세계 1위의 스마트폰 보급을 통해 IT 강국으로 나아가고 있는 대한민국이 IT산업 발전 이면의 신생 사이버범죄로 속앓이를 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데 있다. 21세기 인간 삶 모든 부분에 활용되고 있는 인공지능(AI)이 ‘통제 불가능 상태’에 들어가면 AI로 인해 인간이 ‘재앙’을 맞게 되거나 심하면 ‘멸종’ 단계로 들어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 루이빌대학 로만 얌폴스키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AI 설명할 수 없는, 예측할 수 없는, 통제할 수 없는’이란 책을 통해 “AI의 위험을 최소화하려면 ‘실행취소’ 옵션을 사용해 인간이 쉽게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며, “AI로 인해 인간이 번영 또는 멸종할 수 있으며, 결국 우주의 운명이 AI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AI 즉 초지능은 다른 프로그램과 달리 새로운 행동을 학습하고 성능을 조정하며 새로운 상황에서 반자동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며, “AI의 능력이 향상될수록 인간의 통제력은 떨어지므로 안전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어린 시절 ‘공상과학영화에나 등장하던 “사이보그”가 인간을 공격할 시 어떻게 방어할 수 있나’라는 점이 고민이 됐는데, 인간이 자신들이 만든 로봇에 의해 조종되고 지배받는 세상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세계 최고의 IT 강국, 물리적 세상과 디지털 세상을 자유로이 넘나들게 해 주는 메타버스(가상현실),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돕는다는 인공지능(AI) 등도 통제되지 않으면 그 자체도 흉기로 변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날 때 악으로 변하는 것처럼, 통제받지 않은 권력 역시 악이요, 폭력이며 인간 세상을 부패하고 망하게 만든다. 자난달 말 병원과 학원, 가정 등에서 폐쇄회로(CC)TV로 사용되는 중국산 IP캠이 해킹돼 한국 산부인과 진료 장면, 왁싱숍 시술 장면 등이 중국 음란물 사이트에 노출됐다는 보도가 나와 온 국민이 경악을 금치 못했고, 국산으로 위장된 중국산 CCTV가 군부대 철책선과 보안시설, 첨단과학시설 등에 설치, 국가 보안망이 뚫렸다는 우려도 나온 바 있다.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선거를 관리하는 중앙선관위 자동개표기 사용을 두고 예전처럼 수 개표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개표 시간을 앞당기기보다는 부정이 사라진 정확한 개표가 우선이라는 주장 때문이다. 버젓이 타인의 원격조정에 당하고, 비공개 내부정보를 특정 국가에 실시간 전송하는 시스템이라면 원래 사용 목적을 한참 벗어난 것이다. 첨단 기술이 가져올 실익이 아무리 클지라도 통제받지 않는 모든 것은 순식간에 악과 폭력으로 돌변할 수 있다. 인간의 멸종이 거론될 정도라면 쉽고 편한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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