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한국은 물론 세계 문학계가 들썩이고 있다. 노벨상 수상 작가에 대한 관심 고조와 아울러 주요 서점가는 관련 서적 구입 열풍에 재고가 없어 발만 동동 구를 정도다. 특히 영국의 대형 서점에도 한글로 쓰인 한강의 책마저 품절되는 기현상마저 벌어지고 있다. 한강의 자택과 그가 운영하는 책방이 있는 서울 종로도 예외는 아니다. 자택과 작업장이기도 한 ‘책방오늘’ 앞에는 노벨상 수상을 축하하는 화환과 꽃다발이 즐비하게 놓였고 그 앞에서 인증사진을 촬영하려는 이들이 줄을 섰다. ‘문학 성지순례’로 알려지자 종로구도 관련 축하 행사 추진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민국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탄생이며, 아시아 최초 여성 수상자가 된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세계에 한국문학의 저력을 확인시켜 준 대형사건이 아닐 수 없다. K팝과 K뮤직, K화장품, K푸드 대열에 K문학을 새로 추가해야 할 정도다. 한강은 1993년 시로 1994년 소설로 등단한 호남 출신의 작가다. 그는 비극적 한국 현대사의 아픔을 소설의 소재로 사용했는데 주요 사건으로는 제주4·3과 광주5·18이다. 노벨 한림원은 한강의 문학상 수상을 두고 “역사적 트라우마를 직시하고 인간의 연약한 삶을 드러내는 강렬한 시적 산문을 선보였다”고 평가했다. 소설은 픽션이고 역사도 다큐도 아니다. 문제는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어린 연령층일수록 소설을 사실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역사를 근본으로 한 소설을 쓸 땐 무엇보다도 제대로 된 고증을 거쳐야 하는 것이 필요한 까닭이다. 이러한 점들을 들어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과 관련,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의 정치적 성향을 살펴볼 수 있는 것이 지난 2017년 10월 7일 한강(당시 47세)이 뉴욕타임즈에 보낸 기고문이다. 그 기고문의 제목 ‘While the US talks of war, South Korea shudders’ 직역을 하면, “미국이 전쟁을 말하고 있는 동안, 한국인들은 몸서리를 친다”로 번역될 수 있다.북한의 침략에 방어 개념으로 맞서는 미국과 한국인데 미국이 전쟁 유발자로 인식되는 듯한 제목을 달았다. 기고문을 통해 그는 한국 국민이 매일 두려움에 떨면서 전쟁대피 연습을 하는 것처럼 묘사했으나, (기고문 작성 5개월 전) 문재인 대통령 취임 시부터 민방위 훈련이 국민 불안을 이유로 폐지돼 “기고문이 창작(픽션)일 뿐 팩트가 아니다”란 비판을 받았다. 사실 규명이 더 필요한 미군의 노근리 양민 학살 사건 거론을 통해 미군과 국군을 살인광인 것처럼 부각하면서도 북한군과 중공군이 저지른 학살에 대해서는 조금도 거론하지 않았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 등에 6·25전쟁 전반에 대해 자료들이 충분히 나와 있음에도 6·25전쟁을 한반도에서 일어난 강대국 간의 대리전으로 확언하는 유치한 전쟁사관(戰爭史觀)도 감추지 않았다. 이는 4만여 명이 사망한 유엔군(미군 3만7천명 사망)에 대한 모독이 아닐 수 없으며, 전쟁 유발자 김일성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으로 심각한 역사 왜곡이 아닐 수 없다. 해당 기고문은 15만여 명의 미군 사상자를 낸 미국 언론에 47세의 한국 여성이 올린 글이라 당시 국내는 물론 미국에도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국격 추락, 국가 체면 손상을 불러일으킨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노벨상 수상의 근거가 된 서적들도 말이 많기는 마찬가지다. 먼저, ‘채식주의자’는 아빠와 남편, 형부 등 남성들을 짐승으로 이미지화해 ‘남성혐오’를 불러일으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소설이라, 청소년들에게 추천하기 어려운 책이란 지적이 나온다. 제주 4·3사건을 소재로 한 ‘작별하지 않는다’는 순수한 시민을 우리나라 경찰이 학살했다는 설을 풀어낸 책이며, 광주 5·18을 소재로 한 ‘소년이 온다’는 꽃 같은 중학생 소년과 순수한 광주 시민을 우리나라 군대가 잔혹하게 학살했다는 이야기다. 세 책들을 통해 문제가 된 ‘남자’, ‘경찰’, ‘군’은 남성적 이미지를 가진 단어들이며, 특히 경찰과 군은 공동체 수호를 감당하는 공권력의 상징이다. 이들에 대한 불신, 증오가 과연 대한민국 발전에 얼마나 기여할까 묻지 않을 수 없다.제주 4·3에 대해 김대중 대통령도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일어난 폭동이었다’고 규정한 바 있다. 우리나라 첫 선거인 5·10총선 방해를 통해 대한민국 건국과 통일을 저해하려 했던 세력에 대한 토벌이 4·3사건의 전모다. 불가피하게 생겨난 선량한 희생자에 대한 보상은 필요하지만 반(反)국가세력에 대한 미화까지 용납해선 안 된다. 광주 5·18과 관련해서는 현재도 ‘진실 규명’, ‘유공자에 대한 검증’이 뒤따라야 한다는 등 국민간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가짜 5·18유공자에 대한 막대한 국고 낭비와 그 자녀들에 대한 특혜로 국민 갈등이 줄어들지 않는다면 참된 유공자들도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 보훈부가 나서 제대로 된 유공자 공적 조사와 명단 공개를 실시해야 한다. 누군가는 노벨문학상에 대해 이의 제기를 한다고 잔칫상을 엎지 마라고 호통을 치지만, 사실인 것을 사실 아닌 것처럼 부인하라고 강요해선 안 된다.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이 북한 핵과 평화 위기를 불러 왔음을 부인할 수 없는 것처럼, 노벨문학상이 미완의 역사를 왜곡하고 비튼 것도 모자라 박제까지 하도록 놔두어선 안 되기 때문이다. 가상현실에도 혼란을 느끼는 청소년들이 베스트셀러를 넘어 노벨상까지 타게 한 책이 주는 영향력을 결코 무시할 수 있을까. 어른이고 지성인이라면 마땅히 해야할 일을 결코 미뤄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