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 세계 최고 수준의 방사광가속기라 불리는 4세대 선형가속기를 운용하는 포항가속기연구소가 지난 20여 년 대한민국 기초과학을 이끌어 왔다는 자부심과 명예를 송두리째 잃어버릴 위기를 맞았다. 사명감을 갖고 일해야 할 연구소 간부들과 순수하고 정직해야 할 연구원들이 온갖 비리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포항가속기연구소는 포스텍(포항공대)이 위탁 관리하고 있는 국책연구소다. 내년 예산만해도 676억원, 모두가 국비이고 직원들의 월급마저도 전액 국민 세금으로 지급되고 있는 조직이다. 이런 가속기연구소가 각종 비리 의혹이 불거지면서 국정감사 대상이 됐다. 8일 세종시 과기정통부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민희) 국정감사에서 황정아 의원(민주당)은 포항가속기연구소 비리와 관련 강흥식 연구소장과 김성한 노조위원장(민노총 포항공대)을 증인으로 불렀다.가속기연구소의 채용비리와 예산 남용, 안전사고에 대한 미보고, 과기부 허위보고, 과제비 집행규정 위반 등의 비리 의혹들이 언론과 노조에 의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황 의원의 각각의 질의에 강 소장은 모든 의혹들을 전면 부인했고 만일 사실이면 소장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국민신문고 접수 1개월이 지났는데 조사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황 의원의 질책을 받고 “확인 중에 있고, 속도를 내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김성한 지부장은 “제시된 것 외 드러나지 않은 의혹들도 많다. 이를 위해 연구소 소원 절반 이상이 과기부에 감사청원서를 제출했다. 올바른 감사가 이뤄지길 바란다”며 조속한 감사를 촉구했다.황 의원은 파악한 비리가 많고 문제가 심각한만큼 유 장관에게 곧바로 수사로 이어질 수 있도록 조속한 조사 착수를 당부했다. 포항가속기연구소 비리 조사·수사가 엄중히 진행돼야 하는 까닭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충북(청주) 오창의 4세대 원형가속기인 다목적방사광가속기’ 구축 사업에 포항가속기연구소 인력이 7개 분야로 110명이 파견되기 때문이다. 포항가속기 관련 의혹이 사실이면 이는 석·박사급 전문인력에 의한 고등범죄에 해당한다. 일반인들이 알 수 없어 특정인의 감시만 피하면 성역이 돼버리기 때문이다. 철저한 조사·수사로 국가 예산이 범죄인들의 노후 자금으로 쓰이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