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조필국기자]지난 2008년부터 이어진 봉산문화회관 기획 `유리상자-아트스타` 전시공모 선정작가展은 동시대 예술의 새로운 시각과 담론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 전시는 봉산문화회관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공간인 유리상자(=아트스페이스)에서 펼쳐진다. 사면이 유리로 이루어진 유리상자는 미술관의 화이트큐브와 같이 폐쇄적인 공간이 아니라 외부에서 내부가 들여다보이는 구조로, 설치된 작품을 언제든지 관람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람객에게 열려있는 생활 속 예술공간이다.
`유리상자-아트스타`는 이러한 공간적 특성을 활용해 현대미술의 다양성을 담고자 기획된 전시공모 프로그램으로, 작품 형태와 형식에 있어 제한과 한계를 넘을 수 있도록 작가의 도전정신을 북돋아 실험적인 미술작품을 창작하는 공간의 창조적 역할을 수행하고자 한다. 앞으로도 지역의 경계 없이 역량 있는 작가들이 누구나 참여해 참신한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전국공모 예술가지원프로그램으로 성장시킬 것이다.2024년 `유리상자-아트스타` 전시공모 선정작 네 번째 전시, 유리상자-아트스타Ⅳ에서는 김경렬 작가의 `비상하는 나뭇잎 물고기`를 소개한다. 그간 재활용 재료를 사용한 정크아트 작업을 주로 하여 작품을 소개해 온 작가는 이번 공모에서 유리상자를 작은 어항 속 세상으로 해석해 바쁘게 살아가지만 어려운 현실의 벽에서 벗어나고 싶은 현대인을 투영시킨 나뭇잎으로 만든 ‘만타가오리’가 비상하듯 헤엄치는 모습의 설치작품을 설계했다.작품은 자연 재료를 사용해 나뭇가지로 뼈대를 만들고 종이죽으로 만든 수많은 플라타너스 잎 조각들로 채웠다. 마치 철새 떼가 더 나은 보금자리를 찾아가는 모습도 연상하게 했다. 내부에는 LED조명을 설치해 나뭇잎 틈에서 숨 쉬는 생명의 빛이 뿜어져 나오도록 제작했다. 만타가오리의 실제 크기와 유사하게 제작된 작품의 머리와 몸통 부분은 유리상자 내부 중앙을 넓게 차지하는 한편 꼬리는 유리상자의 바깥에 설치하여 공간의 내·외부를 연결·확장시켰다. 공모 당시에는 제작물의 크기를 5m 정도로 계획했지만, 이번 전시를 인생에 다시 올 수 없는 도전이라 생각한 작가는 유리상자 공간을 가득 채워 크기의 한계를 극복해 보고자 했다.특별히 이번 유리상자 전시는 작가의 요청에 의해 낙엽을 많이 볼 수 있는 가을에 시작된다. 나뭇잎이 낙엽이 되는 것은 자연스럽게 소멸되는 과정이지만 자연으로 돌아가는 순환의 과정이기도 하다. 작가에게 있어 무성히 자라나고 낙엽이 되어 사라지는 나뭇잎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순환적 초상이었다.나뭇잎들의 군집으로 만들어진 `비상하는 나뭇잎 물고기`를 통해 작가는 한계를 극복하고 세상 밖으로 나아 가려는 자유로운 날갯짓을 보여주고자 했다. 현대사회의 어두운 면을 밝음으로 이끌어 내는 작업을 통해 좋은 날이 올 거라는 긍정적인 믿음을 갖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기존 작업들과 맥락을 함께하는 작품 속에는 유한한 시간 속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이를 넘어서고자 하는 긍정적 태도가 담겨 있다.이번 전시는 작가에게 있어 본격적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작업 인생의 전환점과 좌표를 같이 한다. 현재의 주어진 조건에 좌절하지 않고 예술로 승화시키는 도전의 시간이기도 하다. 전시를 통해서 김경렬 작가가 도전하고 극복하고 성장하고자 했듯, 삶을 밝게 바라보고 나아가는 긍정의 메시지가 관람객에게 닿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