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식자층에 속하는 지역의 한 인사가 현 국내 정치 상황을 평론하면서 “한심함을 금치 못하겠다”란 표현을 내놓았다. 정치가 갈등과 분열, 정쟁만을 이어가며 출구를 찾지 못한 듯 헤매는 모양새를 보이니 꽤나 답답했던가 보다. 세상을 보는 창은 여러 가지다. 국민 각자의 현재 눈 앞에 보이는 창의 모양도 마찬가지고, 크기와 재질 또한 제 각각이다. 게다가 바라 보는 이의 마음에 따라 동일한 풍경도 그 때 그 때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의 눈에 보인 정치 환경이 아귀다툼이나 다를 바 없이 싸우고 물고 헐뜯는 모양새를 보이니 환멸감을 느꼈나 보다. 그래서 생겨나는 것이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아니든가. 결국 ‘이 놈 저 놈 다들 나쁜 놈들이니 누가 오야(대장의 일본말)가 되든 상관없다’란 식으로 점점 더 정치에 마지막 남은 미련까지도 버리게 되는 것이다. 정치에 대한 무관심의 결과는 처참하다. `나보다 더 못한 놈이 지배하는 세상`을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식자층에 속한 사람이며 따르는 이들이 일부라도 있다면 글의 행간을 읽듯 의도를 파악하려고 힘써야 할 것이고 이에 더해 배후에 도사리고 있는 부분까지도 읽어내 주변에 널리 알려야 할 것이다. 그것이 지식인에게 주어진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적이 쳐들어 올 때 전쟁을 하자는 것인지, 유인하기 위해 술수를 부리는 것인지 잘 파악하지 못하면 본진까지도 화를 피할 수 없는 것처럼, 지도자라면 눈 앞에 펼쳐진 현 정치 상황 이면에 숨겨진 무지막지한 음모와 전략까지도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국회의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국정감사를 통해 누구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실질적 방안을 내놓도록 우리가 도와주겠다”라고 말했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국정에 대한 감시견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국민이 희망을 가질 수 있게 함은 물론 국정에 대해 적절한 대안을 제시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두 당대표의 국감 전 선언대로 국감이 진행된다면 왜 국민이 실망하고 분노하겠는가. 이는 단지 립서비스일 뿐이다. 지난 7일부터 시작된 국감은 김건희 여사 의혹 제기로 시작해 ‘대통령 탄핵 빌드업’을 도모하기 위한 민주당 국감과 이에 맞대응하려는 국민의힘의 이재명 사법리스크 부각 시도의 국감이 전개되고 있다. 이번 국감은 단순한 정쟁이 아니다. 죽느냐 사느냐가 달린 운명을 건 한판 승부다. 이재명 대표는 다음달 15일과 25일 선거법위반 재판과 위증교사 혐의 재판의 1심 선고가 있게 된다. 이미 징역 2년과3년의 검찰 구형이 있었기에 유죄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이 너무나 높다. 법정 구속까지 이뤄진다면 이 대표의 모든 정치생명을 끝난다고밖에 볼 수 없다. 이에 7가지의 범죄혐의로 4개의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명 대표가 살길은 오직 하나, 윤 대통령 탄핵에 따른 조기 대선으로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이다. 결국 1심 판결 선고 전에 모든 준비가 이뤄져야 하기에 민주당은 대통령 탄핵에 군불을 지필 수밖에 없고 그 불쏘시개로 김건희 여사를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재판 지연을 위해 이 대표 측은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재판 지연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윤 대통령 측은 헌정질서의 붕괴를 막기 위해 모든 공권력을 동원, 이를 막아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누가 이번 국감을 단순한 여야의 갈등이며, 정쟁으로 매도하는가. 백조가 고요한 호수 위에 고즈넉이 자리를 지킬지라도 물갈퀴가 달린 발은 쉼 없이 움직인다고 하지 않던가. 이면에서는 총칼만 안 들었을 뿐 살벌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여야의 치열한 싸움에 국민은 넋 놓고 보고 있어서만 안 된다.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를 명확하게 의사 표시해 불의가 선을 이기는 일은 막아야 한다. 여론을 호도하려는 악한 세력, 특히 언론에 압력을 가해 악의적이고 편향적인 보도를 일삼으려는 세력은 이 땅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국민이 나서 근절시켜야 한다. 세상을 깨우는 목탁을 흉기로 악용, 악을 도모하려는 세력은 그 자체로 반국가세력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