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은 특별했다. 체감 온도 35도를 넘는 낮시간 고온과 열대야로 ‘가을 밤’ 큰 달을 맞이해야할 추석이 한 여름밤 행사로 여겨질 정도였다. 게다가 이어지는 또다른 불안감, 온 가족 중 누구라도 응급상황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전국적으로 큰 의료문제 발생없이 지나가 다행이었지만 왜 이런 고민들을 해야만 하는 세상이 됐는가.유명 정치인인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추석 한달여 전 새벽시간 이마 상처를 치료 받고자 응급실 22곳에서 거부 당해 1시간 반동안 구급차에 머물러야 했다는 소식이 이슈가 되기도 했다. 응급실 뺑뺑이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의료개혁 추진으로 생겨난 문제가 아니다. 이미 이전 정권 시절부터 생겨났던 사회문제로 해결하기 어려워 숙제로 남겨졌던 부분이다. 이외에도 출산 과정상 생겨날 수 있는 예상치 못한 사고와 환자·보호자들의 항의, 법적 분쟁들로 인해 분만산부인과는 병원 내에서 자취를 감추고 단순 부인과 진료로 전환된지 오래다. 신생아 및 유아 관련 진료 및 치료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향후 의사가 될 전공의들도 힘들고 어려운 외과·흉부외과·비뇨기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를 기피하고 안과·성형외과·피부과 등을 선호, 정작 크고 중요한 수술을 담당할 의사가 앞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미 오랜 기간 지속돼고 있다. 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은 정부 국책기관(한국개발연구원·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결과에 따른 것이며, 의사 인력 공급 부족 심화는 2000년 의약분업 시행 여파로 의대 입학정원이 3500명에서 3058명으로 감축되면서 부터다.의료개혁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선거공약으로 제시했던 4대개혁 과제 중 하나다. 의사들의 조직적이고 거센 저항에 이전 정권들이 굴복, 더 늦출수 없을 지경에 이르도록 만들었다. 이미 노동과 교육개혁은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으며, 연금과 의료개혁은 거센 저항이 따를 지라도 후대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해결해야만 한다. 이번 추석 연휴 기간 생겨난 이송 지연과 ‘응급실 뺑뺑이’ 사례들은 조기분만·신생아·심뇌혈관·손가락 절단 환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이 역시 후속 진료를 담당할 필수의료 전문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데 그 근본 원인이 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절대적인 전문의 부족 문제와 함께 중증 필수의료 의사들에 대한 불공정한 보상, 과도한 사법리스크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필수의료가 서서히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탄식했다. 따라서 의료개혁은 의대정원 확대를 통한 의사 숫자 늘이기와 법적 제도적 보완책 마련이 이뤄지냐에 달려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해 초기 긍정적 의사를 표명하고서는 뒤이어진 총선과 의료개혁 후폭풍 등에 편승 애매모호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향후 국가를 이끌 지도자가 되겠다고 생각한다면 분명한 자세를 보여야 마땅하다. 의료개혁 지체의 후유증이 도내 병원들에서도 이미 고착화돼 다양한 형태로 환자들에게 불편과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공공의료원과 적십자병원 등 공공의료기관의 의사와 간호사 부족 사태다. 25일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전국 35개 지방의료원 중 26개 의료원이 진료공백이 발생한 바 있고 20개 의료원이 장기간 진료공백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십자병원 역시 의사 정원을 채운 병원 수가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이는 의사 부족에 덧붙여진 문제로 의사들이 서울과 수도권을 선호, 지방을 기피하면서 생겨난 또다른 문제다.울진의료원의 경우 신경과, 재활의학과, 안과, 피부과, 비뇨기과 등 5개과의 경우 의사가 없어 휴진 중이다. 포항의료원은 의사 1명이 부족해 신경외과 진료가 중단됐고, 안동의료원도 일반외과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공백이 발생했다. 간호사의 경우도 지방의료원 35곳 중 24곳(2023년)이 정원을 채우지 못해 인력난에 허득이고 있다. 의료개혁을 서두리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는 의료인 양성에는 최소 10~15년 걸리며, 지금 시작해도 2035년 기준으로 1만5000명이 부족 사태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인구가 감소한다지만 의료 지원을 본격적으로 받아야할 노인 인구는 한동안 증가할 것이기에 대책 마련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언제 올지 모르는 남북통일을 대비한다면 의료 인력 충원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통일이 된다면 북한 2600만 주민들이 북한의 병원과 의료진보다 남한 의료진의 의료 지원을 선호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한국 병원과 의료진의 우수성은 세계적으로도 정평이나 있다. 우수한 의료 인력이 다수 확보만 된다면, 한국을 의료관광 명소로 개발해 외화 획득은 물론 세계 선진문화를 선도하는 모범국가로 위상을 드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의 100년 대계와 국민의 복지 향상을 위한 의료개혁에 의료 종사자는 물론 전 국민이 협력과 지지·성원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