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사직으로 초래한 의료 공백 사태로 추석 의료대란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의사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환자들이 더 죽기를 바란다’는 원색적인 글이 무더기로 올라와 충격을 주고 있다. 의사들이 환자를 대하는 인식이 이 정도라니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이 커뮤니티는 의사나 의대생임을 인증해야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인데, 생명을 살리는 직업을 택한 이들이 정말 이런 말을 했을까 싶은 정도로 참담한 내용이다. “(응급실 뺑뺑이로 의식불명 상태에 놓인) 두 살 아기 사건을 봐도 감흥이 떨어진다. 그냥 사람들이 더 죽어 나갔으면 좋겠다.” “응급실 못 가? 어쩌라고… 더 죽어라 더.” “국민들 죽어도 별 상관없긴 하다. 드러누울수록 의사 가치는 오히려 올라간다. 의사는 검사·변호사 따위와 달리 대체불가 인력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런 글에서 선민의식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국민과 환자를 ‘개돼지’ ‘조센징’ ‘견민’ 등 멸칭으로 부르며 “개돼지들 매일 1000명씩 죽어 나가면 좋겠네” “견민은 더 죽일수록 이득” “추석 응급실 대란이 진짜 왔으면 좋겠다. 조선인들 살리면 안 되는데”라고 했다. 그렇게 ‘죽음’을 바라는 이유를 적기도 했다. “죽음의 공포가 쌓여야 의사에 대한 존경심을 갖게 된다. 그러면 치료 결과가 어떻든 일단 진료 받을 수 있다는 점에 감사를 느낄 것이다.” 지금 의료계가 ‘2025년 의대 증원 백지화’를 주장하며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를 거부하는 상황에도 이런 선민의식이 배어 있다. 이미 원서접수가 시작돼 만약 돌이킨다면 수많은 수험생의 혼란과 피해가 불가피한 입시 요강을 막무가내로 변경하라 요구하는 것은 의사 집단의 이해관계가 어떤 혼란이나 피해보다 우선돼야 한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어느 의대 교수는 “난리야 나겠지만, 공부는 다시 하면 된다”는 말까지 했다. 환자들이 죽는 것보다 그 편이 낫지 않냐는 뜻이었는데, 환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것은 의사들이다. 의대 증원은 정부뿐 아니라 입법부와 사법부까지 모두 그 필요성을 인정했고, 국민의 절대다수가 원하고 있다. 의료 공백의 책임은 이런 정책을 추진한 쪽이 아니라 그것을 저지하려 환자를 팽개치고 병원을 비운 전공의들이 져야 한다. 이런 마당에 정치권 일각에서 2025년 증원을 재논의하는 방안까지 거론하는 상황은 우려스럽다.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에 국가 정책이 좌초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국민을 개, 돼지로 취급하는 의사들의 패륜인식이 황당할 따름이다. 이런 의사들을 그냥 나둬도 되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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