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 얼굴에 음란물을 합성한 딥페이크 영상이 최근 서울대와 인하대에서 무작위로 유포된 데 이어 비슷한 종류의 텔레그램 대화방이 잇따라 발견돼 사회적 문제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피해자 중에는 대학생뿐 아니라 교사, 여군도 있고 심지어 중·고교생 등 미성년자도 포함돼 있다. 지난 25일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딥페이크 피해 학교 목록’엔 전국 초·중·고교 400여 곳의 이름이 담겨 있어 충격을 줬다. 그중 실제로 피해를 입은 학교 사례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사회적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딥페이크 영상은 보안 수준이 높아 경찰 수사망을 피하기 쉬운 텔레그램을 통해 주로 이뤄진다. 수사가 어렵다 보니 일부 가해자들은 피해자들의 신고가 시작되고 교육부가 피해 현황 파악에 나섰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일부 텔레그램 방은 문을 닫았지만 일부는 새로운 방을 만들어가며 범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6일 새로 개설된 한 텔레그램 방 관리자는 “뉴스에 나와도 쫄지 말고 지능(지인 능욕)해라”고 했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익명성을 무기로 디지털 공간을 성범죄의 온상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이런 딥페이크 영상 범죄를 저지르는 10대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올 7월까지 딥페이크 성착취 범죄로 경찰에 입건된 피의자 178명 중 10대가 131명(73.6%)에 달했다. 2021년 51명이었는데 벌써 배 이상 늘어났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이 범죄의 저연령화로 이어진 것이다. 그런데 10대들은 소셜미디어 사용과 사진 공유가 일상이다 보니 이것이 범죄라는 인식도 잘 못한다고 한다. 학교 당국의 교육, 그리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딥페이크 영상이 심각한 범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 지금 이런 범죄를 막지 못하면 불길처럼 번져 사회 불안이 커질 수 있다.윤석열 대통령은 “디지털 성범죄를 뿌리 뽑으라”고 지시했고,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국회 차원의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뒤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딥페이크 영상을 만들고 유포하는 것은 성착취물을 직접 제작하는 것 못지 않게 영혼을 파괴하는 중범죄다. 피해자는 인격적 살해를 당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의 제도는 허점투성이다. 딥페이크 성범죄 영상을 제작해도 실형을 선고받는 경우가 드물다. 지금부터라도 원천봉쇄하는 보완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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